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위기의 한국 경제, 대안이 안 보인다"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위기의 한국 경제, 대안이 안 보인다"
  • 윤창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9.04.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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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재단 Brief

얼마 전 한선재단 식구들이 함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방문한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이었다. 한수원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안전성과 실적이 잘 쌓였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나는 회사였다. 한국에서 만든 원전표준까지 있을 정도로 많은 경험과 지식이 쌓였다는 점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회사 안을 둘러보다가 벽에 붙어 있는 한 표어가 눈에 들어왔다. “세 번 검토하고, 두 번 확인하고, 한 번 시행한다.”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사진은 못 찍었지만 극도의 신중함과 안전에 대한 고려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다른 회사가 아닌 한수원에 이런 표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갑자기 탈원전 정책이 생각났다. 탈원전 정책은 과연 “세 번의 검토와 두 번의 확인”이 의미하는 신중함과 면밀함이 전제되어 나온 정책인가. 아무리 봐도 탈원전 정책에서는 우리가 오랜 기간 쌓아 올린 것을 일시에 허물어버리는 듯한 무모함과 조급함이 느껴진다.

환경론자들이 에너지 정책을 주도한다는 얘기까지 들리는 상황에서 석유 한 방울 안나는 이 나라의 에너지 정책이 깊은 고민이 없이 추진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주도는 17일 서귀포시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사진은 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선 헬스케어타운의 모습.
제주도는 17일 서귀포시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사진은 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선 헬스케어타운의 모습.

무모함과 조급함의 탈원전 정책

한국전력은 2016년에는 7.2조 원, 2017년에는 1.4조 원 흑자를 기록하더니 2018년에는 약 1.2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2년여 만에 순익이 8.4조 원 감소했다. 어마어마한 감소폭이다. 자회사인 한수원은 2016년 2.5조 원, 2017년 9000억 원 흑자에서 2018년에는 1000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흑자를 내던 에너지 공기업들이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은 아무리 봐도 문제가 크다. 환경도 물론 중요하지만 에너지 정책은 경제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기업 수익성이 이처럼 급격하게 악화되면 이제 남은 것은 전기요금 인상이다. 지금 같이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건드려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은 아무리 봐도 무리가 있다.

고용보험을 봐도 그렇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실업급여 수급자가 증가하자 작년 고용보험 수입은 약 10.8조 원, 지출은 약 11.6조 원 정도로서 8000억 원 수준의 적자가 발생했다. 2016년에는 1.4조 원, 2017년에는 약 70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는데 일시에 적자로 돌아섰다. 얼마나 급하게 정책이 추진되고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고용보험료 인상도 추진되고 있다. 2013년 이후 동결되었으니 올해 보험료 인상이 이뤄지면 6년 만의 인상조치이다.

최저임금인상률이 2년 누적 30%에 달하다 보니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지난 2월 기준 전년 동기대비 5만 명 줄어들었다.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약 600조 원이니 1인당 평균 약 1억 원 정도 된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5만 명의 폐업은 5조 원의 부채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다.

일부는 괜찮겠지만 장사가 안 되어 폐업을 하게 되는 경우 부채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우려스럽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를 소득 기준 5등분 했을 때 2018년 4분기 기준 가장 소득이 낮은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8만 원으로서 전년 동기 대비 17.7% 감소했다. 반면 소득 5분위는 932.4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했다.

가장 소득이 낮은 계층의 소득은 20% 가까이 감소했고 가장 높은 소득계층의 소득은 10% 정도 증가했으니 따로 계산할 것도 없이 소득분배는 많이 나빠진 셈이다.
 

일자리 감소와 소득양극화 심화

올해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일자리 증가는 약 23만 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 단기 알바 수준의 일자리들이어서 정부가 억지로 늘여놓은 일자리들이다. 제조업 일자리는 15만 명이나 감소했다. 특이한 점은 농림어업종사자가 11.7만 명 증가했다는 점이다. 농림·어업 취업자 전체 숫자가 110여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농림어업 취업자가 1년 사이에 10%가량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농림어업 종사자가 많이 증가한 지역은 경남으로 알려졌다. 경남은 조선업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지역이다.

결국 조선업 등 제조업에서 좋은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한 채 대거 농촌지역으로 귀농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절반 정도가 무급 가족 종사자라는 점도 이 부분을 확인시켜 준다. 더구나 농업분야는 부가가치가 그리 높지 않은 분야이니 이들의 소득은 감소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농림어업 종사자 증가분은 상당 부분 잠재적 실업에 가깝다. 실상은 실업자이지만 취업자로 분류되고 있으니 일종의 통계 왜곡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 경제에서 일자리 증가가 농업에 의존하는 아이러니가 나타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주 52시간 근무제도 문제이다. 지난 2월 기준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취업자 수는 245.9만 명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도입하기 직전인 작년 6월 대비 10.6만 명 감소했다. 작년 7월에 이 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대기업 취업자 수는 처음 두 달 동안은 늘어나는 듯했지만 이후 5달 연속 감소했다.(종업원 300인 이상인 대기업은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근로시간 감소로 인해 소득이 줄어들게 된 근로자들이 기업을 압박해 시간당 급여를 올리면서 인건비 증가로 인해 기업들이 신규고용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런 현상은 노동보다는 자동화 등을 통해 설비 사용을 늘린 결과로도 볼 수도 있다. 근로시간 제한을 통해 일자리가 나눠지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소위 잡 셰어링(job sharing)이 발생하지 않고 인력 대신 기계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정책의 의도와 효과가 완전히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작년 기준 1000명당 혼인 건수는 역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약 25만 7000건 정도였는데 전년 대비 7000여 건이 줄어들었다. 결혼 건수가 줄면 1~2년 후 신생아 출산 건수가 눈에 줄어들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지면서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총인구 감소는 우리 경제 내에서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인적자원 규모의 감소와 노령화가 겹쳐지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연금 문제가 심각하다. 국민연금 기금규모의 감소가 시작되는 시점과 고갈되는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다. 지금은 대략 2048년에 감소하기 시작하고 2058년 경 고갈되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하지만 이제 인구 추이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면서 하락시점과 고갈기점이 모두 앞당겨질 것이다. 연금의 안전성이 훼손되고 있다.
 

윤창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윤창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고성장과 인구증가 시대 정책, 대대적 점검과 수정 필요

지금 65세 이상 인구는 700만 명을 넘었고 이제 7년 후인 2025년에는 1000만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를 넘은 고령사회에서 7년여 만에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예를 들어 65세 이상 인구 1인당 10만 원 정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지금은 7000억 원이 들지만 조금 지나면 1조 원이든다. 퍼주기식 현금복지를 조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 중 공주시 같은 오래된 전통적 시들 중에 일부에서 인구 10만 명이 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에서 나타나는 지방 소멸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어느새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자녀는 수도권에 부모는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가 일본에도 많다. 나이든 부모가 사망하는 경우 자녀들은 유산을 모두 처분해 수도권으로 가져오고 있고 이런 과정에서 자금이 지방을 이탈하고 있다. 지방은행들의 예금이 줄어들고 고객 기반이 무너지면서 지방은행들은 합병을 통해 대응을 하지만 큰 추세를 돌리기는 힘들다.

인구감소 추세는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일부 거점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경우 인구감소가 시작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이 경우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이러한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인해 인구감소가 더 빨라질 수 있다.

일본을 보면 노령자들이 연금을 받아 이를 거의 쓰지 않고 저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은 사망 시점에서 가장 부유해진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연금을 저축하고 있을 정도이니 내수는 엉망이다. 재정적자가 심각하니 언제 어느 때 연금제도에 이상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하고 원래 소비성향이 낮은 노령층이 지갑을 더 닫고 연금을 저축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망 시까지 지급이 보장되었으니 받는 돈을 좀 써도 되는데 신뢰가 부족하다 보니 상황은 꼬이고 있다.

이제 정말로 많은 제도적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헬스케어, 보건의료산업은 유일하게 노령층이 지갑을 여는 분야이다. 영리의료에 대해 반대만 외칠 것이 아니라 지갑을 여는 기회를 봉쇄하지 말고 적절한 조치를 통해 고급의료산업을 발전시켜 내수도 증진하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보건의료 산업은 노동집약도가 높은 산업이다. 적절한 수요가 뒷받침되면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분야이다. 이런 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 미래세대가 먹고살 거리를 지금 만들어야 한다.

총인구감소 시대가 사실상 도래한 지금 고성장과 인구증가 시대에 만든 정책들에 대한 대대적 점검과 수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전략과 방향에 대한 모색이 절실하다. 많은 과제가 한꺼번에 주어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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