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서평]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0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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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갖 삽질을 다하는 문과 출신 엔지니어였다.” 

저자 유호현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문과 출신’ 엔지니어이다. 컴퓨터공학이 아니라 영문학과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그에게 엔지니어링은 낯선 영역이었다. 그럼에도 매니저와 주위 동료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곧 좋은 엔지니어로 성장해갈 수 있었다. 

그는 초보 엔지니어에게도 자율성을 부여하는 트위터의 문화가 놀라운 한편 이해가 가지 않아 몇 년간 그 근본원리와 기업문화에 대해 연구했다. 새로운 기회를 얻어 트위터를 퇴사하고 에어비앤비에 입사한 후에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시스템에 매료되어 실리콘밸리 기업문화에 대한 연구를 이어갔다. 

실리콘밸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은 하기 싫은 것이고, 삶은 일로부터의 해방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깨지고, 일은 삶의 목표를 완성시켜가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위해 동기부여가 된 직원들을 가진 회사가 어떠한 힘을 얻게 되는지, 그들을 어떻게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기업성과를 낼 것인지, 나아가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어떠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토론하며 이 책을 쓰게 되었다. 
 

똑똑한 회사 바보 vs ‘이기적’ 직원 

시키는 일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재능에 이해하고 그 재능에 맞추어 일하는 사람들. ‘회사’에 적합한 인재가 되기보다는, 전문영역을 갖추어 ‘업계’에 적합한 인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 누군가는 그들을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왔다. 

지금까지 위계적인 한국 기업에서는 이런 ‘이기적’인 사람들 대신 회사에 충성하는 사람을 뽑고 길러왔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저성장 고임금 구조의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상명하복 일사불란한 위계조직은 그 강점을 잃어가고 있다. 

모두가 평준화되는 한국 대기업 위계조직 안에 갇혀버린 고학력 전문 인력들은 지옥 같은 답답함을 맛보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서 쌓아올린 실력과 전문성도 위계조직의 틀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똑똑한 사람들이 회사에 들어가서 바보가 되어버리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제 경쟁을 하기보다는 우리가 누구이고, 어떻게 남들과 다른 우리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혁신의 시대는 등수와 격차로 승부하지 않는다. ‘다양성’과 ‘아이덴티티’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다양성과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살리면서 일할 수 있을까? 

위계조직을 넘어 역할조직으로 : 어떻게 강력한 규율 없이 최고의 성과를 내는가? 

“한국은 무한경쟁 속에서 생존하는 제조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위계조직을 만들었다. 실리콘밸리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역할조직을 만들었다. 제조업 방식은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의 묵묵히 일하는 일꾼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모여 혁신을 이루는 조직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제조업 방식으로 모든 일을 해온 우리는 이제 혁신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역할조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왜 강력한 규율 없이도 최고의 속도와 실적을 위해 달리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출퇴근 시간도 자유로우며 휴가를 무제한으로 써도 되지만, 그들이 놀면서 수억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적은 시간 노동을 하지만 그들이 만드는 가치는 그들이 가져가는 수억 원의 연봉을 웃돈다. 어떻게 이러한 조직체계가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과주의를 넘어 기여주의로 :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역할조직에서 전문가들을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과주의는 공정하고 획일화된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라 차등적 포상을 하지만, 각 개인의 다양한 특성을 제대로 평가에 반영할 수가 없으며, 다양한 사람들의 특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평가체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축구선수를 성과주의로 평가한다면 득점 수, 어시스트 수, 패스 성공률, 태클 성공률, 골키퍼의 수비실적 등 다양한 성과 수치를 활용하겠지만, 그런 수치들로는 각 선수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없다. 각자 다른 장점을 가진 사람들을 평가하려면 이 한 가지 질문이 더 중요한 평가척도가 되어야 한다. “당신은 우리 팀의 승리와 성공을 위해 어떻게 기여했습니까?” 

완벽주의를 넘어 경험축적으로 : 혁신은 어떻게 가능한가? 

“제조업에서 ‘완벽주의’는 생명과도 같다. 1년에 한 번 출시되는 제품의 오류는 큰 손해로 이어진다. 그런데 혁신은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통한 ‘경험의 축적’으로 이루어진다. 완벽주의자는 혁신을 할 수 없다.” 실수 없이 시간 내에 제품을 만들어내는 완벽주의가 제조업에서는 중요한 원칙이자 품질 향상의 동력이 되지만, 혁신을 위해 실패를 거듭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혁신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 된다. 

끊임없이 실패하고 그 실패로부터 경험을 쌓아서 조금씩 성공률을 높여가는 경험축적의 방법론으로 널리 활용되는 것이 애자일 방법론이다. 애자일은 근본적으로 시간 내에 계획된 제품을 만들어내는 제조업적 완벽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경험축적의 방법론으로 애자일 원칙을 어떻게 혁신조직에 적용하고 녹여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본다. 

기술집약을 넘어 개념설계로 : 1등을 위해 달리지 말자 

“제조업에서는 다른 회사에서 가지지 못한 기술을 독점하는 것이 초격차를 만들 수 있는 경쟁력이다. 반면 혁신산업에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오픈소스 기술들을 가지고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이 경쟁력이다. 아니, 경쟁할 필요도 없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개념을 처음 만드는 것은 그 자체로 강력한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다.” 
제조업 위주의 기술집약에 최적화되어 있는 우리나라가 이제 더 이상 저임금 등 개발도상국의 이점을 활용할 수 없는 선진국이 된 시점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지 살펴본다. 

벤치마킹을 넘어 우리만의 방식을 : ‘다양성’과 ‘아이덴티티’ 

이 책은 혁신에 유리한 실리콘밸리식 조직체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실리콘밸리를 이해하고, 또 다른 많은 선진국들과 체제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가 어떤 선진국이 될 것인가, 어떤 기업이 될 것인가, 어떤 직원이 되고 어떤 학생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생산하여 격차를 벌리고 우위를 점하는 제조업적 산업체제는 우리나라에서 점점 그 강점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경쟁을 하기보다는 우리가 누구이고, 어떻게 남들과 다른 우리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인가를 벤치마킹한다면 더 이상 구글, 애플,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가 아니다. 혁신의 시대는 등수와 격차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양성’과 ‘아이덴티티’로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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