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동조합 “MBC 패스트트랙 보도, 정권 옹위하려 발가벗고 뛰는 듯해 부끄러워”
MBC노동조합 “MBC 패스트트랙 보도, 정권 옹위하려 발가벗고 뛰는 듯해 부끄러워”
  • 미래한국 편집부
  • 승인 2019.05.0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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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동조합, 자사 보도 모니터링 공감터 최근호에서 뉴스데스크 편파보도 지적

정부여당이 패스트트랙을 날치기 강행처리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MBC 노동조합(3노조)은 30일 산하 기구인 공정방송감시센터(이하 공감터)를 통해 “MBC가 정권 옹위를 위해 벌거벗고 뛰는 것을 보는 것처럼 조직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노조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개의 정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사실상 날치기 처리하면서 정국이 격량에 휩싸였다며, 그러나 공정성을 잃어버린 MBC 뉴스를 보면 법의 내용도 여야의 입장도 제대로 알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 “이것이 ‘의회 민주주의를 살리는 선거제 개혁’인지 ‘좌파독재정권의 장기집권 음모’인지, 내용을 알아야 국민이 판단할 것 아닌가”라고 지적한 뒤, 공수처법과 관련해서도 “이것이 ‘사법개혁의 완수’인지 ‘보위부 신설’인지, 역시 내용을 모른 채 여야 의원들이 격돌하는 모습만 보아서는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논란의 두 법안 내용을 알고 싶었던 시청자라면 MBC 뉴스데스크가 끝난 뒤 다른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을 뒤져야만 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이와 관련해 여야를 보도함에 있어서도 여당인 민주당을 선하게 그리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제가 많은 정당으로 그리고 있다는 취지로 “신재웅 기자의 설명대로라면 한국당은 계산속으로 움직이고, 민주당은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개혁을 이루어내려는 정당일 것”이라며 “집권세력을 미화하는 정치 후진국의 언론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고 했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 장면 캡처
MBC 뉴스데스크 방송 장면 캡처

- 이하 공감터 전문 -

[MBC노조 공감터 46호] 패스트트랙에 잃어버린 공정보도

자유한국당을 뺀 네 개 정당이 4월 22일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제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의하면서 정국이 격랑에 휩싸였다. 한국당이 반대해도 해당 법안들의 본회의 표결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국당은 법안 상정을 저지하고 장외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도대체 무슨 법을 만드는 것인가?

MBC 뉴스데스크는 4월 22일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마항쟁’ 기사들에 이어 두 번째 블록으로 패스트트랙 소식을 배치했고, 사건 발생 리포트에 선거법 내용 한 문장과 공수처법 내용 두 문장을 거의 욱여넣었다. 이는 다른 지상파 뉴스들과도 비교되었다. 그날 KBS 9시뉴스는 톱부터 다섯 개 아이템으로 나누어 사건의 발단과 전망 그리고 법안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SBS 8뉴스에서도 패스트트랙 합의가 톱기사였고 별도의 리포트로 법안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정부여당이 무슨 법을 만들기에 정치권이 저 난리인지 MBC 뉴스데스크를 본 시청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 함은 총선 때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에서 누구를 당선자로 정할지는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의 50%에 따라 각 권역별로 배분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각 정당의 총 의석 수에 각 정당의 권역별 득표율을 곱해서 권역별 할당의석수를 먼저 적용하고 여기서 해당 권역별 당선인 수를 뺀 나머지에 또 50% 연동률을 적용해 당선자를 특정한다. 이것이 ‘의회 민주주의를 살리는 선거제 개혁’인지 ‘좌파독재정권의 장기집권 음모’인지, 내용을 알아야 국민이 판단할 것 아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법원 검찰 경찰 군대 등의 고위공직자와 가족에 대한 수사권과 구속영장 청구권을 갖고, 그 중 판사 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행사할 수 있다. 공수처 처장은 추천위원회를 통해 임명하는데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모두 반대하면 추천할 수 없다. 만약 야당 추천 위원 가운데 범여권 성향의 위원이 들어 있으면 그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공수처 검사 23명은 10년 이상 재판 또는 수사 경력이 있는 변호사 중에서 임명한다. 검찰 경찰 등 다른 기관이 수사를 하다가도 공수처가 요청하면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이것이 ‘사법개혁의 완수’인지 ‘보위부 신설’인지, 역시 내용을 모른 채 여야 의원들이 격돌하는 모습만 보아서는 판단할 수 없다.

만약 논란의 두 법안 내용을 알고 싶었던 시청자라면 MBC 뉴스데스크가 끝난 뒤 다른 방송이나 신문 인터넷을 뒤져야만 했을 것이다.

정권 옹위를 위해 벌거벗고 뛰는 느낌

MBC 뉴스데스크는 4월 23일 공수처법에 대한 쟁점을 별도의 리포트로 보도했다. 그런데 신재웅 기자의 리포트에서 공수처법을 옹호하는 기사와 인터뷰가 11문장이고 반대하는 기사와 인터뷰가 3문장으로 현저한 불균형을 이루었다. 신재웅 기자는 한국당 내에서도 공수처에 찬성하는 입장이 있다면서 이재오 상임고문의 주장을 소개했다. 이재오 고문은 지난 총선 때 공천을 못 받아 무소속 출마해 떨어졌고 늘푸른한국당을 만들었다 복당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의 주장으로 당내 이견이 있는 것처럼 소개하는 게 옳은 지 의심스럽다.

패스트트랙 사태는 한때 바른미래당의 특위 위원 사보임을 중심으로 논란이 진행됐다. 바른미래당의 오신환 사법개혁특위 위원이 패스트트랙에 반대하자 김관영 원내대표가 사보임 신청서를 내 위원을 바꾼 것이다. 국회법 48조 6항은 ‘임시회 회기 중에 위원을 개선할 수 없고...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해 위원 사임의 주어를 ‘위원’ 본인으로 명기했다.

4월 25일 SBS 8뉴스는 2001년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의 상임위 위원 교체 때문에 분란이 일었고 그 뒤 국회법의 사보임 규정을 강화해 ‘사보임 허가를 받는 주체 · 주어가 위원으로 되었다’고 보도했다. 범여권에 불리한 이 내용은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뉴스데스크는 국회의 몸싸움 과정을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시간대별 또는 장소별로 나누어 보도했다. 그리고 4월 25일 마지막 리포트를 야당 비판으로 마무리했다. 오현석 기자는 ‘1년 가까이 협의할 시간이 있지만, 한국당은 물리력 동원을 주저하지 않았다. 여야가 합의한 국회 선진화법도 총선 승패가 걸린 선거법 앞에서는 무력해졌다’고 사태의 성격을 개념 지었다.

이처럼 균형성 중립성을 상실한 기사가 방송될 때면 MBC가 정권 옹위를 위해 벌거벗고 뛰는 것을 보는 것처럼 조직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MBC 뉴스에서 여당은 참 착하다

국회에서의 충돌이 계속되고 야당이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는데, 이 소식을 두 번째 블록으로 처리했던 4월 27일 MBC 뉴스데스크는 수도권 시청률 1.9%라는 참담한 결과를 빚었다. 특위 위원 사보임의 국회법 위반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돌렸다. 여당 의원 발언을 인용해 ‘그 동안의 국회 관행’이라고도 설명했다.

4월 28일 이호찬 기자는 국회 사무처가 야당에 ‘조목조목 반박’한 보도자료 내용을 자세히 리포트했다. 국회 사무처는 한국당 의원들이 봉쇄한 사무실 문을 열기 위해 빠루와 망치를 동원한 것은, 일부 언론 보도처럼 민주당에 빌려준 게 아니라, 국회 경위들의 행동이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등을 전자 발의한 것도 규정상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 사무처는 또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위원 사보임이 ‘합법적인 관행’이라고 주장했는데, 합법 불법을 따지는 데 ‘(법률에는 어긋나지만) 합법적인 관행’이라는 해석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여야 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보조하는 국회 사무처가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야당 공격에 나서는데, 앞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수처가 얼마나 중립을 지킬지 답답한 의구심이 들었다. 또한 국회 사무처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보도한 MBC 이호찬 기자의 기사 역시 일방적으로 여당 편에 서서 야당을 공격하는 행위와 다름 아니다.

같은 날 신재웅 기자는 패스트트랙을 놓고 충돌하는 ‘각 당의 속내’를 짚어드린다는 리포트를 했다. 한국당이 물리력까지 동원한 이유는 ‘선거제도가 바뀌면 의석수가 줄기 때문이고 투쟁 과정에서 보수대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계산도 엿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재웅 기자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선거제가 바뀌면 한국당처럼 의석수가 줄지만 권력기관을 개혁했다는 성과를 내려는 게 속내’라고 보도했다. 다만 한국당에 반대하는 지지층 역시 더 단단해질 거란 계산도 있다고 부연했다. 신재웅 기자의 설명대로라면 한국당은 계산속으로 움직이고, 민주당은 손해를 감수해서라도 개혁을 이루어내려는 정당일 것이다. 집권세력을 미화하는 정치 후진국의 언론을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2019년 4월 30일

MBC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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