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해산청원의 의미 그리고 탄핵의 추억
한국당 해산청원의 의미 그리고 탄핵의 추억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5.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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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한국당 사즉생 각오로 배수진 쳐야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자유한국당 해산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지 열흘도 안 돼 100만이 훌쩍 넘어 150만에 가깝다는 기사가 포털을 타고 홍수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2016년 탄핵정국이 떠올랐다. 언론에 의하면 당시 광화문 일대에 박근혜 퇴진을 원하는 국민이 모인 숫자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몇 만부터 시작하더니 십만 이십만 금세 불어났고 순식간에 100만 촛불로 커졌다.

소위 박근혜 퇴진 2차 집회 때는 20만(경찰 추산 4만5천명), 3차 집회 때는 100만(경찰 추산 26만)을 기록하더니 6차 촛불집회에 가선 전국 232만이 넘었고 2016년 마지막 촛불집회 때는 연인원 1천만명을 돌파했다며 언론은 자축했다. 급기야 어떤 좌파신문은 누적인원까지 동원해 1500만명을 돌파했다고 환호작약했다. 언론은 관찰자 아닌 촛불을 든 선수가 되었고 분위기에 도취된 이들의 부풀리기 장난을 제어할 세력은 전무했다.

오랜 세월 집회시위를 겪으며 누적된 데이터와 통계법 경험이 있던 경찰은 촛불의 으름장에 일찍부터 주눅이 들고 말았다. ‘시위인원을 축소하는 것은 국민모독’ ‘경찰이 집회 참여 인원은 발표하는 것 자체가 주최 측 업무방해’ ‘집시법 위반’이라는 황당한 주장에도 말 한 마디 못하고 집계하는 것을 중간에 그만두었다. 촛불 이미지는 그렇게 무한대로 커졌고 억압과 공포가 된 촛불은 사실상 박근혜 탄핵을 그대로 굳혔던 것이다.

자유한국당 해산청원 숫자놀음도 표면은 제2의 촛불을 닮아 있다. 물론 그때와는 상황도 분위기도 다르다. 문재인 세력의 국정운영 실패라는 분명한 제동장치가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홍위병들의 장난이 그대로 먹히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국민청원 게시판의 청원 동의 과정 보완이 허술하고 카카오톡,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얼마든지 중복 동의할 수 있어 조작논란에 휘말렸다는 사실도 촛불과 동일선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

아직도 한가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해산청원을 보면서 탄핵정국을 떠올렸던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보수우파가 똑같이 당할 것인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청와대가 벌여놓은 판이 제1야당을 해산시켜달라는 불길의 진원지가 되고 언론이 무차별로 확성기 역할을 하는 이 사태를 야당이 어떻게 넘길 것이냐의 문제다. 어쩌다 운좋게 이번 불길은 잡았다 치자. 그럼 다음에 올 제2, 제3의 촛불은 또 어떻게 잡을 건가. 이제는 일정한 패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런 여론몰이에 대한 이해와 대응책을 한국당은 갖고 있나.

패스트트랙으로 악화된 분위기를 한국당 해산청원으로 물타기 하고 되치기 한판승으로 뒤집으려는 집권좌파세력의 의도를 안다면 한국당은 아직 살만한 지 한가한 듯 하다. 한국당 해산청원은 이대로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뒤에 숨은 지난 탄핵 주역들이 준비한 장기집권 시나리오 첫 장에 불과할 수도 있고, 북쪽 김정은 전체주의 집단과 공동 집필한 치밀한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는 점도 잊어선 곤란하다.

혹시 자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유한국당은 지금 완벽한 고립무원 상태에 있다. 문재인 좌파정권은 국가권력을 거의 완벽하게 장악해 한국당을 외통수로 몰아가고 있다. 국회에서 문재인 정권의 얌전한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는다면 집권세력은 한국당을 해산시켜달라는 청원 숫자 놀음까지 더해 지금처럼 조롱하고 깔깔대고 비웃고 겁박할 것이다. 공포심에 짓눌려 주춤거리다 압살당할 것인가, 아니면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부활할 것인가.

한국당은 겉으로는 투쟁을 외치지만 그만큼의 절박감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역대급 청원’ 국민은 왜 정당해산 요구하나(디트뉴스24)” “‘한국당 해산’ 국민청원 150만 돌파…온라인에서 촛불 든 국민들(시사저널)”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트래픽 20%는 러시아에서 왔다(뉴스톱)” “국민청원, 새로운 민주주의가 되다(머니투데이)” 우선 언론부터 챙겨보라. 지난 탄핵의 시발점도 언론이었다. “민주주의의 타락”이나 “조작의심” 이 정도 비판가지고는 안 된다. 정치적 내전을 각오하고 배수진을 쳐야한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전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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