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 간 받은 사랑 한국인에게 돌려주려 합니다”
“지난 12년 간 받은 사랑 한국인에게 돌려주려 합니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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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를 울린 목소리 폴 포츠

볼품없는 외모의 그가 무대에 섰을 때 사람들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노래를 부르겠다”는 그의 말에 ‘뭘 기대하겠어’ 하는 표정의 방청객과 심사위원들은 그의 입에서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공주는 잠 못 이루고>가 들려오자 충격을 받았다. 

노래가 끝난 후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립 박수를 했고 가장 냉소적인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조차 “당신은 우리가 찾아낸 보석”이라고 칭찬했다. 영국 웨일스의 한 도시에서 휴대전화 외판원을 하던 폴 포츠의 성공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됐다.

2007년 노래 실력이 뛰어난 일반인을 스타로 만드는 영국 ITV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연해 1350여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을 거머쥐었던 폴 포츠. 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대명사가 되어선지 한국인들은 유독 그를 사랑했다.

편견과 좌절을 이겨낸 성공 스토리의 모델인 그가 2019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 그런데 이번 방문과 공연은 다른 때와 의미가 남다르다고 한다.

4월부터 시작된 전국순회공연 중에도 <미래한국> 사무실을 찾아온 폴 포츠와 만났다. 그는 4월 19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밀양, 김해까지 릴레이 내한공연 일정을 진행 중이다. 그 와중에 5월 1일에는 서울 선릉역 인근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북쌔즈’에서 자선공연을 가졌다. 인터뷰는 그 다음날인 2일 진행됐다.

- 반갑습니다. 폴 포츠 씨 하면 2007년 영국 ITV ‘브리튼즈 갓 탤런트’를 빼 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때 우승까지 한 모습은 영국인 뿐 아니라 한국과 세계인에게 많은 감동을 줬는데요, 이전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어떻습니까?

처음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연했을 때는 제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기대도,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당시에 부상을 당해서 몸도 안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무대가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무튼 그 일이 저에게는 인생의 교차로가 됐던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이후 단순히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진정한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건 분명합니다. 무대 위에 섰을 때 내가 진정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었거든요. 제가 무대로 나가는 순간은 마치 열쇠를 갖고 제가 항상 있어왔던 익숙한 방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 4월부터 한국에서 전국투어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번에는 어떤 곡들과 주제로 한국 관객을 만나고 계십니까?

CD 녹음 작업을 했던 곡들도 많이 있고 그렇지 않은 곡들도 많이 부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TV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그대 그리고 나’와 같은 곡들도 불렀고, ‘그리운 금강산’과 같은 다른 한국 곡들도 있지요. 한국 노래를 부를 땐 한국어 모음 발음이 굉장히 어려워 연습하느라 힘들었습니다. KTV <불후의 명곡>에서 배다혜 씨와 듀엣곡을 불렀었는데 그 곡도 부를 겁니다.

- 이번 한국 방문과 공연은 다른 때와 조금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들었어요.

지난 12년 동안 한국에서 받은 사랑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이제는 되돌려줄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마음으로 의미 있는 행사와 공연을 하려고 다시 한국을 찾았고 자선단체와 교류해 소외된 사람들, 삶의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외된 여성들과 부상당한 군인들을 포함해 그분들을 돕기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인생의 힘든 시기를 겪었기 때문이죠.

다른 아시아국들과 다른 한국 공연

- 그러고 보니 한국에 폴 포츠 재단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아직 계획 중이고 초기 단계라 구체적인 말씀은 드릴 수 없어요. 다만 말씀드린 대로 소외된 사람들, 인생에서 좌절한 사람들, 폭력과 착취당한 사람들 등 그런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취지입니다.

- 그동안 세계 많은 곳을 다니면서 공연하셨고, 한국에서도 공연을 많이 하셨죠. 한국 관객만의 특징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지금까지 47개 국가를 방문했고 각국마다 특징이 있었습니다. 한국도 지역별로 특성이 있어요. 부산이나 여수에서 공연했을 때를 예를 들어보면, 관객들이 처음 공연을 즐기실 때는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이라 이분들이 공연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잘 알기 어렵지만 막바지에 가서는 공연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걸 저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달라집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도 좀 다르고, 지역별로 좀 다르다고 느꼈어요. 수원과 용인에서도 공연한 적이 있죠. 하지만 공통적으로 한국 관객은 감정이 굉장히 풍부하고 따뜻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가 때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비교하고는 하는데요, 일본은 약간 영국 같은 느낌이 납니다. 굉장히 친절하고 따뜻하지만 그렇다고 온전히 자기를 다 보여주지는 않고 절제된 모습이 있어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다 괜찮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나중엔 다 잘 될 거야’ 이런 식으로 감정이 굉장히 풍부해요. 길거리만 봐도 한국 사람들은 굉장히 격앙된 것처럼 대화를 나누는데, 화가 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감정이 풍부해서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요.

2017년 9월 KBS2TV '불후의 명곡'에서 배다해와 함께 공연한 폴 포츠
2017년 9월 KBS2TV '불후의 명곡'에서 배다해와 함께 공연한 폴 포츠

- 공연을 다니다보면 다양한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도 접하게 될 텐데요, 한국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있다면요?

고추와 같이 매운 건 안 좋아합니다. 하지만 마늘은 좋아합니다. 마늘 구워먹는 것을 아주 좋아해요. 그리고 제가 처음 막장을 봤을 때 색깔도 그렇고 굉장히 매울 줄 알았는데, 먹다 보니까 맛있더군요. 구운 마늘과 먹는 게 굉장히 맛있어 즐겨 먹습니다. 한국은 맛있는 음식이 많아 딱 한 가지를 꼽긴 힘들지만 고기라면 다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같이 나눠 먹는 그런 한국의 식문화를 좋아합니다. 고기를 굽더라도 다 같이 돌아가면서 굽고, 함께 술도 마시고요. 단순히 친구나 동료가 아니라 음식을 먹을 때는 마치 더 넓은 의미의 가족 같은 한국만의 분위기가 참 좋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젓가락 사용하는 게 쉽지 않더군요. 일본은 길이도 짧고 소재도 나무젓가락을 써서 사용하기가 쉬운데 한국은 쇠로 돼 있고 무겁고 미끄러워서 힘들어요.

예를 들어 메추리알 집는 게 너무 어려워요. 힘을 너무 주면 튕겨 나가기 때문에 적절하게 힘을 줘 균형을 잡아 집어야 합니다. 젓가락 사용하는 게 어렵지만 또 재미있기도 해요. 젓가락 문화를 보면 어떤 면에서 아시아 철학도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 음악은 누군가에게 기쁨과 즐거움이 되고, 누군가에는 위로가 된다고 합니다. 당신에게 음악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말씀하신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악을 다룰 때, 음악은 큰 투자 대상이 아니고 국영수처럼 메인 교과 과정에 포함돼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음악은 그 교과목들을 모두 포함하는 중요한 학문, 과목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노래를 부를 때도 숫자를 셀 줄 알아야 하잖아요. 음악은 수학과 과학 등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어요. 또 누군가에게 음악을 가르칠 때나 내가 무엇인가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음악에 대해서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노래는 기술보다 감정 표현이 중요하다는 것 깨달아

-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비결이 있습니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훈련을 받기는 받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축복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소리를 내는지 설명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런던에 제 스승님이 계시는데, 그분은 노래를 할 때 어떻게 하면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물리적 측면을 가르쳐 주시죠. 한 전문가 분은 제가 소리를 이렇게 낼 수 있는 것은 어릴 때 많이 울었기 때문에 목청이 확장됐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고요. 하지만 자기 목소리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가수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유튜브 등을 보면 제 목소리를 파바로티와 비교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이건 각각 다른 사람의 지문을 비교하는 것과 같아서 무의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차이가 있고 각각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비교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요.

각각 다른 목소리를 비교하는 것이므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요. 프랑코 코렐리(20세기를 풍미한 이탈리아 출신 테너)라는 가수가 있는데, 그의 목소리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처럼요.

또 파바로티가 가장 존경한 스테파노(주세페 디 스테파노, 이탈리아 출신 테너)라는 분도 나중에 문제가 생겨 노래를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랑을 받았죠. 소리를 낸다는 것,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기술적인 측면보다 그 이외의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감정이 매우 중요하죠. 그것이 우리가 각자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그런 개인 차이는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는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 모두가 알다시피 크게 성공하셨습니다. 성공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들에게 뭔가를 설명하려다 보면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잃게 되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또 뭔가를 과하게 분석하려고 하면서 감정을 잃게 되는 것도 같고요.

사람들은 감정을 때로는 불필요하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감정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인간인 것처럼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감정 표현을 많이 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세상의 분열도 심하고요. 사람들이 감정을 좀 더 표현한다면 갈등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반도의 사람들도 평화를 이루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한’과 ‘불안전’이라는 슬픔과는 또 다른 정서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런 정서가 한국 사람만이 가진 결연한 의지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해요. 이건 외부에서 교육을 한 결과라기보다 한국 사람 영혼에 자연스럽게 있는 존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이 꼭 통일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 한국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잘 마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특별한 한국 정치 상황으로 인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위로의 한 말씀 해주시죠.

생각을 덜하고 더 많이 느끼시기 바랍니다. 분열보다 화합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변화를 원한다면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 공연안내 : 2019. 5. 7(화) 저녁8시 경기도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프로모션 및 구입 문의 010-9453-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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