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청와대 의식했나? 문무일 항명사태·한국당 장외투쟁 축소보도 논란
MBC, 청와대 의식했나? 문무일 항명사태·한국당 장외투쟁 축소보도 논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0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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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동조합 “MBC 뉴스데스크, 문무일 검찰총장 당일 보도 외면, 보도방향 정해주길 기다렸나?…야당 집회는 축소보도, 5공화국 보는 듯”

문무일 검찰총장이 “국민 기본권 보호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당이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강행한 것에 반기를 들면서 여론이 출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검찰총장이 해외 순방 중 기자들에 입장문을 보낸 것을 SBS는 물론 어용·관제 논란이 거센 KBS까지 당일 보도했지만 MBC는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MBC노동조합(3노조)은 3일 발행한 산하 기구인 공감터(공정방송감시센터) 47호를 통해 이 같이 지적하며 “그날 밤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문무일 검찰총장 항명 기사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다. 남들보다 긴 한 시간 반 동안 뉴스를 하면서, 그리고 무려 30개 리포트를 방송하면서 검찰총장 항명 사태는 단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며 “아마 대한민국 언론사에 특기할 만한 사건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박성제 보도국장이 지휘하는 MBC 보도국이 검찰총장 항명 사태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도 아닌 듯하다. 다음날인 5월 2일 뉴스데스크에서는 톱부터 리포트 세 개나 관련 기사들로 배치했다”며 “그렇다면 전날에는 무엇 때문에 침묵했던 것일까? 누가 보도 방향이라도 정해주기를 기다렸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항명에 가까워 보이는 반대의견 개진에 대해 MBC가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보도가 늦은 것이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된다.

노조는 또한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공수처 설치에 대해, 조응천 의원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이례적으로 여당 내에서 정권의 노선에 반기를 든 것이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단 한 번도 그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며 문무일 항명사태에 대해 MBC가 소극적인 보도로 사실상 사태를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공감터에서 MBC가 자유한국당의 장외집회에 대해서도 축소보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SBS가 거대 군중의 모습을 전체적으로 잡아 야당의 투쟁에 대한 민심의 반응을 전달한 것과 달리 박성제 보도국장이 지휘하는 MBC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에 카메라의 포커스를 집중해 상대적으로 군중의 규모나 민심의 열기를 축소보도했다고 비판했다.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이 박성제 보도국장의 부인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이 같은 뉴스비평은 MBC 보도가 청와대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을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

노조는 “과거 5공화국 때까지 MBC 뉴스에 나오는 야당 집회 화면은 단상의 김대중 김영삼 총재 얼굴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어쩌다 청중을 찍어도 몇 사람의 무표정한 얼굴을 클로즈업했다는 것”이라며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MBC 뉴스데스크를 보면 여러 생각이 들게 된다”고 뼈있는 지적을 했다.

- 공감터 전문 -

[MBC노조 공감터 47호] 검찰총장 항명을 왜 보도하지 않았을까

큰 사건이었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뜻에 공개 반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며 대규모 파장이 예상되는 일이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해외 순방 중이던 5월 1일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며,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법 등을 겨냥한 말로 해석되었다.

MBC는 검찰총장 항명을 보도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이를 주요 기사로 보도했다. SBS 8뉴스가 톱부터 리포트 두 개로 나누어 보도했고, 국영방송인 KBS조차 9시뉴스 세 번째 리포트로 해당 기사를 전했다. 그런데 그날 밤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문무일 검찰총장 항명 기사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었다. 남들보다 긴 한 시간 반 동안 뉴스를 하면서, 그리고 무려 30개 리포트를 방송하면서 검찰총장 항명 사태는 단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 아마 대한민국 언론사에 특기할 만한 사건이 아닌가 생각된다.

박성제 보도국장이 지휘하는 MBC 보도국이 검찰총장 항명 사태의 심각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도 아닌 듯하다. 다음날인 5월 2일 뉴스데스크에서는 톱부터 리포트 세 개나 관련 기사들로 배치했다. 그렇다면 전날에는 무엇 때문에 침묵했던 것일까? 누가 보도 방향이라도 정해주기를 기다렸던 것인가?

검찰총장 항명도 그러한데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를 기대하기는 애초에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공수처 설치에 대해, 조응천 의원의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례적으로 여당 내에서 정권의 노선에 반기를 든 것이지만, MBC 뉴스데스크는 단 한 번도 그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쓸쓸한 MBC의 야당 집회

여당의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상정에 반발해 자유한국당이 전국 순회 투쟁에 들어갔다. 5월 2일에는 대구와 부산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부산 서면 등에 대규모 인파가 모였다. 그런데 그날 한국당 장외투쟁을 보도하는 지상파 3사의 뉴스 화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KBS는 한국당 집회 현장을 옥상에서 부감으로 찍었고, 대규모 청중 쪽을 정면샷으로 한 화면에 담았다.

KBS (5월 1일 9시뉴스)

KBS (5월 1일 9시뉴스)

SBS는 박수치고 환호하는 청중들을 좌에서 우로 카메라를 회전하며 촬영해 집회의 규모를 사실대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SBS (5월 1일 8뉴스)

SBS (5월 1일 8뉴스)

MBC 뉴스데스크의 한국당 전국 순회 집회 리포트에는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걷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그 가운데 주변 군중이 가장 많은 화면을 캡처했는데도 수십 명 정도로 보인다. 정지 화면들도 카메라의 방향이 청중이 아닌 주최 측을 향해 있었다.

집회 시위 리포트는 참가자들 주장의 핵심을 전하고 최대한 많은 인원이 화면에 담기도록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지경 기자의 5월 2일 리포트는 결코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MBC (5월 1일 뉴스데스크)

MBC (5월 1일 뉴스데스크), KBS, SBS와 달리 한국당 지도부 개인 인물 중심으로 화면에 담아 상대적으로 집회 규모나 군중의 규모가 축소된 모습.

과거 5공화국 때까지 MBC 뉴스에 나오는 야당 집회 화면은 단상의 김대중 김영삼 총재 얼굴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어쩌다 청중을 찍어도 몇 사람의 무표정한 얼굴을 클로즈업했다는 것이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MBC 뉴스데스크를 보면 여러 생각이 들게 된다.

MBC노동조합

2019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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