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비리 처벌, 해외는 어떻게 하나...정치적 독립성과 책임 감독이 성공 불렀다
공직자 비리 처벌, 해외는 어떻게 하나...정치적 독립성과 책임 감독이 성공 불렀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05.0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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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수사처와 관련, 찬반 간에 치열한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해외에 그러한 사례가 있느냐는 것과, 공수처의 수사-기소권에 대한 감독과 책임을 누가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한국의 공수처처럼 판사·검사만 따로 수사하는 그런 기구는 없다는 것이고,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부패방지기관의 경우 반드시 정치적 독립성과 수사,기소의 책임을 지우고 행정부나 의회의 감시와 견제를 받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논의되는 형태의 ‘대통령직속 위원회’ 형식으로 검사, 판사만 수사해서 처벌하는 그런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의 경우 미국, 호주,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 부패전담기구를 두고 있는 국가도 있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별도의 기구 설치 없이 일반 형사절차로 의율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미국은 정부윤리처(OGE), 특별조사위원실(OSC), 윤리 및 효율에 관한 감사관위원회(CIGIE) 등의 기관을 두어 각각 연방 행정기관 공무원, 연방 행정기관, 소속 행정기관에 대한 감찰활동을 벌이도록 하고 있다.

이중 정부윤리처와 윤리 및 효율에 관한 감사관 위원회는 강제수사권과 공소제기권이 인정되지 않는 대통령 소속기관 또는 독립기관이고, 특별조사위원실은 강제수사권과 공소제기권이 인정되는 대통령 소속기관으로 기관간의 성격은 다르지만, 이들 각 기관은 협력과 공조의 전통을 통해 미국에서의 반부패행위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홍콩의 부패전담기구 염정공서(ICAC). 공직자비리의 척결은 공직자비리 전담수사기구를 설립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지 않다. 사정기관의 독립성 준수와 지도층의 의지가 관건이다.
홍콩의 부패전담기구 염정공서(ICAC). 공직자비리의 척결은 공직자비리 전담수사기구를 설립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지 않다. 사정기관의 독립성 준수와 지도층의 의지가 관건이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다른 나라의 반부패기관과는 달리 공공부문의 비위감찰 뿐 아니라 민간부문의 부패행위까지 소관사항으로 하는 사회부패 전담기관으로서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와 부패행위조사국(CPIB)을 두고 있다. 이들 기관은 각각 행정부 수장인 행정장관과 수상, 소속 기관으로서 단독의 공소제기권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나 강력한 강제수사권을 행사하여 홍콩 및 싱가포르에서의 부패 퇴치에 중대한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이외에 말레이시아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는 각각 반부패위원회(MACC, ICAC)를 두어 공직사회에서의 부정부패를 전담하여 수사하도록 하고 공소제기에 있어서는 법무부 장관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으나, 이들은 조직 구성상 각각 총리 소속기관 또는 독립기관으로 그 소속을 다르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봤을 때 공직자비리의 척결은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공직자비리수사기구를 설립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제도의 운용 과정에서 사정기관의 독립성 준수와 지도층의 의지 및 사회 전반의 의식 향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여야 4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정면 비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여야 4당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정면 비판했다.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는 미국, 홍콩, 싱가포르, 호주

각 국가의 공직자비리수사기구는 그 국가의 법적 전통과 사회적 특성에 따라 그 기관의 소속을 달리 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감사관은 그 임명과 직무에 대해 연방 법률이 직접 규정하고 있으나, 그 소속은 각 연방기관이고, 각 기관의 장이 인사 및 예산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주로 이들 감사관으로 구성되는 감사관위원회는 이들 감사관의 자치적·자율적 조직으로, 감사관 자체는 행정기관 소속이나 동 위원회는 행정부 조직 외에 별도로 설립된 조직으로 그 독립성이 상당 부분 존중된다. 이에 비해 정부윤리처와 특별조사위원실의 경우 각각 공무원의 윤리와 부패행위를 전담하는 특별기관으로, 각 행정기관으로부터 독립하되 대통령 소속의 행정기관으로서 인사와 예산에 관한 권한을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각 연방 행정기관의 감사관은 그 능력을 기준으로 하여 정치적 배경과는 관계없이 연방 상원의 권고와 동의에 의하여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고, 감사관을 해임하는 경우 그 사유를 양원에 통보하도록 하여 감사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제도의 운영에 있어 감사관은 그 임기를 따로 법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 대통령이 바뀜에 따라 교체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감사관 나아가 감사관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각각 ‘정부윤리법’과 ‘재권한법’ 및 ‘공공서비스개혁법’과 ‘내부고발자보호법’ 등에 근거하여 설립된 정부윤리처와 특별조사위원실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각 기관의 장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며 법률에 의해 5년의 임기를 보장받는다. 특히 정부윤리처에 대해서는 법률상 독립적인 연방기관임을 명시함으로써 조직상으로는 행정부에 속하지만 업무수행에 있어 내부 고발자 보호를 위해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해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홍콩의 염정공서의 경우 조직적으로 행정부로부터 독립한 별도 기관으로 설립되어 있으며, 염정공서와 그 최고책임자인 염정전원(廉政專員,Commissioner)은 입법부인 홍콩 입법회(立法會, Legislative Council)가 아니라 행정부인 행정장관(Chief Executive)에게 직속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독립기관은 행정부 수반의 통제로부터 자유롭고 오히려 입법기관에 대한 책임이 강조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할 때, 홍콩 염정공서의 행정수반에 대한 책임은 홍콩의 독특한 제도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홍콩이 염정공서의 독립과 관련되어 이처럼 독특한 제도적 구조를 갖게 된 원인은 행정부 이외의 정당이나 입법회 같은 정치적 기관이 1970년대 홍콩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평가된다. 행정부에 대한 대외적 견제 기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염정공서는 행정장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염정공서 자체에 의해 권력이 남용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 년 동안 염정공서는 성실하고 공명정대한 법집행기구의 역할을 다하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염정공서가 이 같은 역할을 담보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한 가지는 염정공서의 활동을 검토 감독하고 반부패 활동에 대한 권고를 제시하며, 시민들의 반응을 관찰하는 4개의 자문위원회가 중요한 내부통제기관으로 자리하였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 역시 내무부, 검찰청 등의 소속기관으로 설치되다가 1970년 ‘부패방지법’이 제정되면서 총리 직속의 독립기관이 되었다. 초기에는 역시 정치적 악용의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실제 운용 과정에 있어 부패행위조사국의 엄정한 법집행과 역대 수상들의 부패행위조사국에 대한 정치적 관여의 자제 등이 전통이 되어 부패행위조사국은 싱가포르의 사회 부패를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수행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말레이시아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의 반부패위원회는 동일한 기관명을 가지고 있으나 그 소속 편제는 서로 다르다.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는 총리 소속기관으로 되어 있으나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의 반부패위원회는 주지사로부터 독립한 독립기관으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공직자수사기구를 행정부 수반의 직속기관으로 둘 경우 행정부 수반에 의한 정치적 이용 가능성이 우려되고, 독립기관으로 둘 경우 전횡이 우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에서의 양 기관의 운영은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점에서 제도의 성패는 제도의 내용 뿐 아니라 실제 운용에 달려 있다는 식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수사와 감찰은 공직자 모두를 대상

미국의 감사관이 그 감찰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해당 연방 행정기관의 공무원으로, 감사관은 원칙적으로 소속 행정기관 공무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만 감찰의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로 구성된 감사관위원회는 감사관의 감찰활동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미국 정부윤리처와 특별조사위원실은 연방 행정기관으로 각각 연방 공무원과 연방 행정기관에서의 부패 또는 차별행위를 담당하고 있다. 부패전담기구는 이처럼 주로 공공부문에서의 부패행위를 수사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보통이다. 말레이시아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의 반부패위원회 등의 경우에도 공공분야의 부패행위만을 그 소관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홍콩 염정공서의 수사 대상은 공공부문의 공무원에 제한되지 않는다.

‘염정공서조례’는 염정공서로 하여금 홍콩에서의 반부패행위 전반에 관한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염정공서는 부패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집행처에 공공과 민간을 각각 담당하는 4과를 두어 공공과 민간 관련 범죄 모두를 수사하고 있다. 즉, 홍콩 염정공서는 검찰 등 국가 사정기관이 스스로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한다는 데 대한 반성에서 설립되었다기보다 사회 전반에 뿌리박힌 부패에 대한 개혁안으로 제시되었다고 평가된다.

싱가포르 역시 부패행위조사국의 조사 대상은 공공부문의 공무원에 제한되지 않는다.‘부패방지법’은 부패행위조사국으로 하여금 공공부문에서의 부패행위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의 부패행위에 대하여도 적극적으로 수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패방지기구의 권한과 관련하여서는 부패방지기구에 수사권, 나아가 기소권의 부여 여부가 문제되고 있다. 부패방지기구가 실질적으로 부패행위에 대응하기 위하여는 강제수사권 등 강제 권한을 보유하여야 한다고 주장되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경우 해당기구가 전횡을 행사할 우려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감사관법’은 미국 연방 행정기관의 감사관으로 하여금 소속 기관의 직원이 법령, 규칙이나 규정에 위배되는 행동이나 경영상의 잘못, 자금의 낭비, 권한의 남용, 공중보건이나 안전에 대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위험 가능성에 관한 정보나 불만을 접수하여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감사관에게 실질적으로 소속기관 직원에 대한 수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단, 이 경우에도 감사관에게 소속기관 직원을 체포·구속하거나 압수·수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강제수사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즉 감사관, 나아가 감사관위원회는 내부적인 비리감찰에 있어 실질적으로 피감찰자와 그 소속기관 장의 일정한 동의하에서만 수사가 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로 감사관의 감찰기능이 외부기관의 감찰활동에 비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평가에 따라 감사관의 활동에 독립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윤리처는 원칙적으로 공무원의 청렴의무 등 공무원의 법적·윤리적 책임에 관하여 사전적 규제를 정비하는 업무를 담당하기에 구체적인 공무원의 부패 관련 범죄행위에 대해 직접적으로 수사하거나 기소하는 역할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반면 특별조사위원실은 수사와 기소를 위한 독립적 연방기관으로, 연방정부의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면서 이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행동(PPP)을 접수하고, 조사하고, 기소한다.
 

특별감찰기구 모두 의회 통제 받아

특별조사관은 수사 결과에 따라 부패혐의 공무원을 언제나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과의 협상에 의해 또는 실적주의보호위원회를 통하여 합의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절차를 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면에서 OSC는 공무원의 부패행위에 관련하여서는 검찰과 유사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홍콩의 염정공서는 부패 관련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를 원칙으로 한다. 염정공서는 ‘염정공서조례’에 근거하여 직권으로 부패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이해관계자 등의 제보와 신고, 고발 등에 의해 사건 수사가 개시되는 것이 보통이다.

염정공서는 수사권을 행사함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받는데, 염정공서의 수사관은 일정한 경우 사전 영장을 발부받지 아니하고도 피의자를 체포할 수 있고, 이 경우 압수 및 수색도 할 수 있다. 염정공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담당 행정부처에 사건을 이첩하거나 행정징계위원회에 징계대상으로 회부할 수 있고, 나아가 기소까지도 가능하다. 단 기소에 이르는 경우, 염정공서는 법무부(律政司, Department of Justice)의 동의를 얻도록 하여 기소에 대한 권한은 여전히 법무부의 관할 하에 두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부패행위조사국, 말레이시아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의 반부패위원회는 홍콩의 염정공서와 유사한 정도의 수사 권한을 인정받는다. 이들 각각은 그 근거 법률로부터 수사권과 체포권, 압수·수색권 등을 명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만 기소권과 관련하여서는 부패범죄 관련 행위자에 대한 기소는 법무부 장관의 동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하여 공소제기 자체는 법무부의 책임 하에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즉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그리고 호주 등 영미법 계열의 국가의 경우 반부패기관에 광범위한 수사권을 부여하되, 기소권은 여전히 법무부에 유보시키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편이다.

※본 기사는 [공공누리 제1유형]의 국회입법처의 ‘주요국 공직자비리수사기구의 현황과 시사점’ (현안보고서098호-20101116)을 토대로 인용 작성되었습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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