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한국경제 ] 기업의 상속은 惡인가?
[ 위기의 한국경제 ] 기업의 상속은 惡인가?
  •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 승인 2019.05.1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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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상속세율은 할증을 고려할 때 65%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다. 이런 높은 구조의 배경에는 기업 상속을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에 기인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는 상속세를 폐지하는 형태를 보이며, 이는 기업 상속에 대한 인식이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국가경제는 기업에 의해 결정되므로, 기업 활동은 국가경제 수준을 나타낸다. 이제 기업 상속을 국가 경제발전이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때도 됐다. 특히나 국제간 경쟁이 활발한 현대에서 모든 국가들의 정책목표는 국가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인식 구조에 따라 최고로 높은 상속세 부담을 유지할 경우에 국가 경제성장에 지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은 틀림없다. 이제 기업 상속에 대한 인식과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볼 시기이며 민주주의 구조 하에서 모든 제도는 국민들의 인식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때다. 따라서 “기업 상속은 악인가?”를 진지하게 국민들에게 질문해야 할 때라 할 수 있다. 기업 상속이라는 배 아픔을 차단하기 위해 국민들의 배고픔이라는 희생을 치러야 할 것인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고 물어야 하는 것이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

한국의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경제정책 전략은 정부주도로 시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간영역에 골고루 나눠준 것이 아니고, 잘하는 기업에 더 지원하는 전략이었다. 그 결과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구조가 형성되었다. 대기업 중심인 결과는 특정 대기업에 몰아준 것이 아니고, 잘하는 기업에 더 지원한 결과로 대기업이 형성되었을 뿐이다.

이런 구조는 개방화 국제경제 환경에서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우연적인 발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개방화 국제경제 환경에서 한국이 경제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대기업의 형성과정을 ‘정경유착’으로 평가 절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치와 경제의 협력 관계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 ‘정경협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제 형성된 대기업이 지속하느냐, 쪼개지는냐는 대기업에 대한 상속세제에 의해 결정될 상황이 됐다. 이제 우리는 중요한 역사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다. 대기업 존재를 과거 정경유착의 부작용으로 경제과정을 해석하고, 대기업을 규제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면, 징벌적 상속세제를 통해 대기업이 서서히 해체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중소기업에는 상속세제의 조세지원을 통해 가업 상속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정책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그러나 대기업의 상속에 대해선 매우 강한 거부감이 깔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속세율이 50%이나, 대주주 경우에는 할증해서 65%로 인상시키는 것이 우리의 인식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것이다.

이와 함께 지적할 것은 우리 국민들이 소득격차엔 흥분하지만 세금격차엔 조용하다는 점이다. 한국의 법인세수는 대기업이 다 부담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예를 들어 2017년 삼성전자의 법인세수는 전체 법인세수의 약 13%를 차지했다. 상위 1% 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의 약 80-90% 수준으로 부담하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세금부담에서 대기업 중심의 독점구조라는 사실, 그리고 세금부담을 독점하는 대기업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엄청난 공헌을 하고 있는 셈이나 심각한 세금격차에 대해, 누구 하나 대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최대주주에 대해 30% 할증제도를 고려하면, 실제로는 6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속세율을 가진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OECD 국가들의 단순평균 상속세율이 15%임을 고려할 때, 한국의 상속세율은 4배 이상으로 거의 징벌적인 수준이다. 이러한 세계 최고의 상속세 부담으로 인한 대표적인 경제적 효과들이 있다.

우선 대기업의 경우 상속세 회피(avoidance, not evasion)를 위한 여러 가지 행태가 일어나며 때로는 법에서 이런 행태에 대한 구체적인 명시가 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발전은 매우 빠른 반면 법체계는 매우 느리므로 변화하는 금융상품 거래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기업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생김으로써 기업의 경제활동에서 안정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 이는 기업성과를 줄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역행하게 된다.

※본 기사는 4월 16일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세미나 토론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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