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사진 인류, 자유를 얻다
[신간]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사진 인류, 자유를 얻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14 0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  권혁재는 사실 사진보다 기자가 먼저였다. 뭣도 모르면서 기자가 되기 위해 사진을 선택했다. 일자무식에서 시작한 사진은 고민의 연속이었다. 누군가를 따라 하기도 하고 무조건 멋있게 찍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나름의 기준은 있었다. 독자의 관점, 사진 찍히는 대상의 관점, 그리고 찍는 사람의 관점. 하지만 이 균형을 맞추기 또한 어려운 일이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우선 찍히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고자 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사진에 스며들었고, 독자들은 사진 안에서 그들의 세계를 찾을 수 있었다. 아직은 부끄러운 사진,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찍고 골랐다. 누군가는 어떤 공감을 찾기를 기대하면서. 

1966년에 빛날 ‘혁赫’에 재주 ‘재才’라는 이름을 얻으며 태어났다. 이름으로 보건대 그때부터 정해졌나 보다 사진을 찍고 살 팔자인 것이. 중학교 때부터 기자가 되고 싶어서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지만 3년간 20여 곳의 언론사 입사 시험에서 낙방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본 경향신문도 최종면접에서 떨어졌으나 극적으로 합격해, 경향신문 출판사진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는 중앙일보에서 사진전문기자로 기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긴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만큼이나 사진사에 큰 족적을 남긴 말은 달리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빛나는 ‘순간’을 잡아챈다는 브레송의 의도와 달리, 이는 안타까운 오해를 남기기도 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광화문 사거리”라는 보도사진에 달린 “사진이니까 당연히 멈춰 있지”라는 댓글은 희극적이면서 동시에 서글프다. “사진은 멈춰 있다”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사진에 몰두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단 한 프레임에 얽힌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짧게는 수천 분의 1초에서 길게는 며칠 동안 쏟아지는 빛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상념이 오고가는지를 말이다. 숙련된 사진작가는 사진 한 장을 통해 바람을 표현하고, 시간을 담아낸다. 작가가 파인더를 통해 들여다보고 구현해내는 것은 단순히 세상의 한 조각이 아니라, 작가가 독자적인 시선으로 재편한 또 하나의 세계이자 독자적인 우주이기도 하다. 

그 유명한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내기를 한다. 파우스트가 자신도 모르게 “순간이여, 멈추어라.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라고 말할 정도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내기다. 그리고 참된 삶의 의미를 찾은 순간 파우스트는 자기도 모르게 그 말을 내뱉어,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평생토록 앎을 추구했던 노학자도 본능적으로 ‘멈추기를’ 소망할 정도로, ‘즐거운 순간을 박제하고 싶은 욕망’은 인간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불연속적인 일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만을 간직하고 싶은 욕망이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설령 악마에게 의존하지 않더라도 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간결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 저마다의 손에, 앞주머니에 혹은 가방 속에 말이다. 값비싸고 묵직한 장비가 아니더라도 단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핸드폰 하나만을 가지고 우리 눈에 비친 나름의 우주를 기록하고, 재편해낼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럴 생각만 든다면 현대인 누구나가 ‘사진 인류’가 될 수 있다. 저자인 권혁재는 이 책을 통해서 ‘사진 인류’로서 거듭나는 가장 빠르고 간단한 길을 제시한다. 

“비로소 자유를 얻었어.” 이 책의 저자인 권혁재 기자가 2014년 4월 7일, 사진작가 강운구 선생에게서 들은 말이다. 당시 강운구 선생은 사진 잡지에 실린, 당신의 핸드폰 사진 화보를 펼쳐 보이며 이 말을 했다고 저자는 회상한다. 커다란 장비를 짊어지고 산으로 들로 사람들 속으로 넘나드는 오랜 사진 생활은 이들 ‘사진작가’들에게 삶 그 자체였지만 동시에 구속이기도 했다. 묵직한 장비를 내려놓고, 단출한 핸드폰 하나를 손에 든 순간 연로한 사진작가가 손에 넣은 것은 ‘자유’며 ‘해방’이었다. 반평생을 사진기자로서 살아오면서, ‘사진기자로서의 사진’, ‘보도사진으로서의 사진’, ‘독자를 위한 사진’에 얽매여 있었던 저자 또한 이 주박에서 조금씩이나마 자신이 해방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바로 손에 든 자그마한 핸드폰을 통해서다. 

흔히 사람들 사이에서 말하길, 빠져들면 ‘위험한’ 취미가 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까딱하다가는 그 길을 추구하다 결국에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취미가 ‘돈 드는 취미’인가에 관해서는 말하는 사람마다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 오디오, 요트, 자전거, 자동차, 골프, 낚시…. 그리고 갑론을박의 장에 꼭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대표적인 취미 중 하나가 바로 ‘카메라’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다 보면 그야말로 ‘기둥뿌리’가 뽑힐 정도니 어련할까.

DSLR 바디 하나에 수백만 원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약과요, 성능 좋은 렌즈 하나가 수천만 원씩 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사진’은 언제나 가정파괴용 취미라는 타이틀을, 아니 오명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노련한 사진작가마저, “핸드폰 카메라를 통해 자유를 얻었다”라고 말하는 이때, ‘사진’이 비싼 취미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억울한 오해다. ‘카메라’는 비쌀 수 있어도 ‘사진’은 비싸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누구나가 손에 쥔 카메라를 통해 1인 미디어 시대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권혁재의 이번 책은 그 길을 빠르고 쉽게 열어주는 최적의 안내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