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의 이해충돌방지 제도와 시사점...."국회의원의 사익 편취, 이렇게 막자"
영국 의회의 이해충돌방지 제도와 시사점...."국회의원의 사익 편취, 이렇게 막자"
  • 전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정치학 박사
  • 승인 2019.05.1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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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의정활동을 수행함에 있어서 공익을 우선시하고, 의원으로서의 직위를 이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대부분 국가의 의회는 이해충돌을 회피하거나 방지하기 위해서 ‘공직자윤리법’이나 ‘의원윤리규범’ 등을 통해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해충돌이란 ‘공직자의 공적인 직무가 사적인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상황으로, 공직자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공적인 직무 및 책임의 수행과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정의된다.

국회의원 역시 사인(私人)으로서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재산 소유와 관련된 정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의회 차원에서 이해충돌의 상황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해충돌의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은 국회 및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제고시키기 위해 필수적이다.
 

영국의 오랜 의회제도의 전통상 이해충돌방지 제도는 자율규제에 보다 가깝다. 사진은 서로 마주보고 토론하는 구조의 영국 하원 모습
영국의 오랜 의회제도의 전통상 이해충돌방지 제도는 자율규제에 보다 가깝다. 사진은 서로 마주보고 토론하는 구조의 영국 하원 모습

이 글은 의회제도의 모국인 영국 의회에서 의원의 이해충돌방지를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우리 국회에 대해서 제공하는 시사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영국 의회에서 이해충돌방지와 관련된 규정은 양원의 의원윤리규범이다. 영국은 의원윤리와 관련해 규제보다는 자율을 강조하는 전통이 강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제정되었다. 하원은 1995년에 ‘하원의원윤리규범’(Code of Conduct for Members of Parliament)을 채택했고 상원은 이보다 훨씬 늦은 2009년에 ‘상원의원윤리규범’(Code of Conduct for Members of the House of Lords)을 채택했다.

이해충돌방지 제도 근거 규정

상·하원 의원윤리규범의 내용은 대동소이한데, 의원윤리규범의 목적과 범위, 의원의 임무, 윤리규범의 원칙, 윤리규범 등으로 구성된다.

양원 모두 ‘의원윤리규범’에 대한 상세한 해설서(Guide to the Code of Conduct)를 통해 구체적인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와 관련된 윤리규범이나 제도들은 양원이 대동소이하다는 점에서 이 글에서는 하원을 기준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하원의원윤리규범’은 하원의원이 공무의 수행에서 지켜야 할 원칙을 7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첫 번째가 ‘공익우선’(selflessness)이다. 공직자는 오직 공익의 관점에서만 결정을 내려야 하며 자신이나 가족, 또는 친구의 재정적 또는 물질적 이득을 얻기 위해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

그외에도 진실성(integrity), 객관성(objectivity), 책임성(accountability), 공개성(openness), 정직성(honesty), 리더십(leadership) 등이 의원윤리규범의 원칙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런 원칙 하에서 하원의원윤리규범 제5장은 행동규칙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이 의원의 이해충돌방지를 규정하는 근간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제1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해관계 등록부’에 신고하는 것이 영국 의회가 시행하고 있는 이해충돌방지 제도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국회의원의 이해관계 등록과 윤리감찰관제

영국 하원의원은 의원으로 당선된 지 1개월 이내에 자신이 갖는 모든 재정적 이해관계를 이해관계등록부(Register of Members' financial interest)에 등록해야 하고, 1년 이내에는 모든 혜택(benefits)과 소득을 등록해야 한다. 의원은 의정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자신이 갖는 재정적 이해관계를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밝혀야 할 의무를 가지며, 해당 이해관계에 변화가 발생할 경우에는 28일 이내에 변화된 이해관계를 등록해야 한다.

하원은 의원이 등록해야 하는 재정적 이해관계를 총 10개의 범주로 구분하고 이에 대해 상세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10개의 범주를 보면 단순히 의원의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재산 차원의 이해관계 뿐만 아니라 선물이나 이익 등 의정활동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항을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의 등록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영국 의회에서는 의회윤리감찰관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영국 의회 윤리규범의 핵심은 ‘공익 우선’이다. 공직자는 오직 공익의 관점에서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진은 영국 국회의사당 전경
영국 의회 윤리규범의 핵심은 ‘공익 우선’이다. 공직자는 오직 공익의 관점에서만 결정을 내려야 한다. 사진은 영국 국회의사당 전경

영국 하원 윤리감찰관(Parliamentary Commissioner for Standards)제도는 공직윤리위원회(Committee on Standards in Public Life)의 권고에 따라 1995년에 신설되었다. 윤리감찰관(1인)은 하원소속 공무원으로서 의원이해관계등록부의 관리 및 감독, 의원윤리규범의 해석 및 자문 등을 주된 업무로 한다. 윤리감찰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하원의 의결에 의해서만 임면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윤리감찰관의 구체적인 역할은 ‘하원의사규칙’에 다섯 가지로 명시되어 있다(제150조 제2항). 첫째, 의원의 재정적 이해관계등록부 및 여타 이해관계등록부를 관리하고, 윤리위원회 및 관련 소위원회가 승인한 이해관계등록부의 발간·관리 및 열람을 관장한다. 둘째, 이해관계등록의 의무가 있는 의원이나 기타 의회 직원 또는 단체에게 비공개로 조언한다. 셋째, 윤리위원회 및 소위원회와 개별 의원에게 하원이 의결한 윤리규범의 해석과 타당성 문제에 관하여 조언한다. 넷째, 이해관계등록부 및 윤리규범의 운영을 감독하고, 윤리위원회 및 관련 소위원회에 관련 사항을 건의한다. 다섯째, 윤리감찰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의원윤리규범의 위반사항을 조사하고, 윤리위원회에 보고한다.

윤리감찰관이 이해관계등록부의 신고 등과 관련된 윤리규범 위반사항에 대한 조사 결과를 윤리위원회에 보고하면, 윤리위원회는 윤리위반사항에 대한 내용을 심사하고, 필요할 경우에는 하원에 징계를 건의한다. 의원은 이해충돌방지를 위해 이해관계를 등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의정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할 때 자신의 이해관계를 공표(declaration of members’interest)해야 한다.

즉, 의원은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수행하거나, 장관이나 다른 의원 또는 공무원 등과 함께 자신의 직무를 수행할 때, 자신과 관련될 수 있는 이해관계에 대해서 항상 솔직하고 공개적으로 공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사업무의 진행 중에 적절한 시기에 의원의 활동이나 발언과 연관성을 가질 수도 있는 이해관계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다.

의원이 의정활동을 수행함에 있어 사전에 관련 이해관계를 공표해야 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우선 본회의 및 위원회 활동의 경우 찬반토론에서 발언할 때, 그리고 공공법안위원회(Public Bill Committee)의 첫 회의에서 의원은 관련 이해관계를 공표해야 된다. 둘째, ‘반대청원이 제기된 사법안심사위원회’(Committee on Opposed Private Bill)의 위원으로 선임될 경우 의원은 관련 사법안에 대해 의원 지역구의 이해관계나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는 서명을 해야 한다. 셋째, 부처별 소관 상임위원회(select committee)에서는 위원회의 첫 회의에서 의원은 자신의 등록된 이해관계에 대한 상세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위원회가 국정조사 주제를 선정할 때, 특히 의원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국정조사를 시작할 때도 의원은 이해관계를 공표해야 한다. 국정조사 주제가 의원이 재정적 이해관계를 갖는 외부기관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경우 의원은 이해충돌 없이 조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 검토한 후,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을 경우 국정조사 참여를 회피해야만 한다. 그 밖에도 의원은 법률안 개정안을 상정하거나, 대정부질문(구두 또는 서면)을 상정할 때, 긴급현안질문을 할 때, 동의안을 상정할 때, 휴회토론을 제안할 때, 청원제출 이전에, 부처별 상임위원회의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기 이전에도 자신의 이해관계를 공표해야 한다.
 

의원의 이해관계가 있는 의정활동, 사전에 등록 공표해서 감시

영국 의회는 이해충돌방지를 위해 의원이 이해관계를 갖는 위원회의 위원 선임을 금지하고 있지도 않고, 영리업무종사나 겸직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도 않다. 의원이 당선 직후 자신의 모든 재정적 이해관계를 투명하게 등록 및 공개하고, 이해관계를 갖는 의정활동에 앞서서 이해관계 공표를 하도록 한 것이 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영국 의회의 이해충돌방지 제도는 자율규제에 보다 가깝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동료 의원과 일반 국민에게 공표하면 사실상 공개적 감독 하에서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사실 잠재적 이해충돌 가능성만으로 엄격하게 의정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대표성이나 책임성 등의 가치와 충돌할 수도 있다. 의사 출신 국회의원의 보건복지위원회 선임을 제한한다면 의정활동에서 필요한 전문성의 가치와도 충돌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영국의 이해관계 등록 및 공표 제도는 잠재적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일반 국민이 파악하여 다음 선거에서 의원에 대한 평가로 활용하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이해충돌이 회피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회도 헌법과 ‘국회법’ 및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해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장치들이 제도화되어 있지만, 실효성이 약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 제도의 개선을 위해 직무관련자의 범주와 이해충돌의 범주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내용의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과, 국회의원이 이해관계를 갖는 안건 심사에서 스스로 회피할 수 있는 제도를 신설한 ‘국회법’개정안 등이 발의되어 있는 상태이다. 앞으로 국회의 이해충돌 방지 제도 개선 논의에서 의원의 책임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영국 의회와 같은 자율규제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원의원윤리규범 제5장

10. 하원의원은 공익에 기반하여 행동해야 하며, 사익과 공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

11. 하원의원은 하원의 의사운영에서 유급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다.

12. 하원 또는 하원위원회에 제출되었거나 제출될 예정인 법안·동의안·기타 의안에 대한 지지나 반대와 관련된 보상을 포함하여 하원의원이 자신의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 뇌물을 받는 것은 의회법에 위배된다.

13. 하원의원은 하원 이해관계등록부에 이해관계를 신고하는 일과 관련하여 하원의 규정을 양심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하원의원은 하원 또는 하원 위원회의 운영절차 및 장관이나 하원의원 또는 공무원 등 공직자와의 소통에서 모든 이해관계를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14. 하원의원이 의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기밀로 입수한 정보는 해당 직무와 관련해서만 사용해야 하며, 금전적 이득을 목적으로 해당 정보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15. 하원의원은 정부기금으로 제공되는 모든 경비, 수당, 시설 및 서비스 등을 관련 규정에 부합되게 사용해야 할 책임을 갖는다. 하원의원은 공공자원의 사용이 항상 의회의 직무수행을 지원하는데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원이나 다른 사람, 또는 정치조직에 부당한 개인적인 이익이나 재정적인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

16. 하원의원은 전체로서의 하원 또는 하원의원의 평판이나 진실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영국 의원이 등록해야 하는 재정적 이해관계의 범주

범주1 고용 및 외부소득 : 외부 고용상태와 100파운드 이상의 외부소득

범주2 기부 및 의원활동에 대한 지원 : 1500파운드 이상의 가치를 갖는 기부 및 지원

범주3 선물·이익·호의 : 국내에서 받는 300파운드 이상의 가치

범주4 국외출장 : 의원의 사비나 영국의 공공자금에 의해 서 비용지불이 되지 않는, 300파운드 이상의 비용이 드는 국외출장

범주5 외국으로부터 선물과 혜택: 300파운드 이상의 가치를 갖는 선물이나 혜택

범주6 부동산과 재산 : 영국 또는 외국에 10만 파운드 이상의 가치를 갖는 부동산이나 재산

범주7 주식 : 특정 회사의 발행필 주식자본금(issued share capital)의 15% 이상에 해당되는 주식이나 7만 파운드 이상의 주식

범주8 기타 : 의원으로서의 활동이나 발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될 만한 모든 재정적 이해관계

범주9 가족고용상태 : 의원이 고용한 가족이 의회로부터 1년에 700파운드 이상을 받을 경우 해당 가족

범주10 로비활동에 종사하는 가족 : 공공부문에서 로비활동에 종사하는 가족 관련 사항

※본 저작물은 국회입법조사처에서 2019년 작성해 공공누리 제1유형으로 개방한 ‘이슈와 논점’의 기사를 원문 손상 없이 편집한 것으로 해당 저작물은 국회입법조사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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