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위’ 1심 뒤집은 서울고등법원…공영노조 “납득할 수 없는 사법 폭력”
‘진미위’ 1심 뒤집은 서울고등법원…공영노조 “납득할 수 없는 사법 폭력”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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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 내용 이치에 안 맞아…특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판결로 의심”

서울고등법원이 KBS판 적폐청산위원회인 이른바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의 위법성을 지적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사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해 KBS공영노조는 “납득할 수 없는 사법 폭력”이라며 15일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14일 보복조사 논란이 거센 진미위에 대한 항고심에서 진미위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장에게 징계 등 ‘인사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인정해주는 판결을 내려 진미위에 대한 ‘면죄부’ 논란을 촉발했다.

지난해 9월 서울남부지법은 KBS공영노동조합이 7월에 신청했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의 일부를 받아들여, 진미위에 운영규정 제10조의 징계 등 인사 조치를 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진미위가 별도의 운영규정을 만들어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는 등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었다.

하지만 고등법원은 취업규칙 변경이 아니라며 사측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진미위가 사장에게 징계 권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사장이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며, 징계의 대상과 시효 등은 기존의 사규 등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징계 권고 자체가 취업규칙상 새로운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공영노조는 이에 대해 “법원의 판결내용은 KBS 진미위가 방송법 등에 위반될 수도 있고, 근로자들에게 불이익과 불합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하면서도, 결국 사측의 징계권을 인정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하게 한, 이치에 맞지 않는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고등법원이 ‘진미위의 보복조치’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과거 사장 시절에 일했던 부분을 놓고, 특정 직원들을 조사하고 징계를 주려는 시도가 ‘불이익을 주기위한 특별한 것’임이 분명해 보이는 데도, 이를 ‘불이익을 주기 위한 새로운 징계’로 보지 않는 것 자체가 모순되고 특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판결이 아닌가하고 의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영노조는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이유로 즉각 재항고에 들어가 대법원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또한 이번 판결은 언론의 자유와 사법의 독립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보고 앞으로, 취업규칙위반 뿐 아니라 방송법과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대해서도 법적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 이하 공영노조 성명 전문 -

(KBS공영노동조합 성명서)

KBS ‘진미위 판결’, 납득 안 되는 ‘사법 폭력’이다.

서울고등법원이 5월 14일 KBS판 적폐청산위원회인 이른바 <진실과 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에 대한 항고심에서 사측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핵심은 진미위 운영규정 제 10조 3호, 즉 진미위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장에게 징계 등 ‘인사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는 조항을 고등법원이 인정해준 것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진미위의 ‘징계권고’가 기존의 징계 관련 규정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만든 것으로,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새 조항이므로 취업규칙 위반이라고 봤다.

1심은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직원들의 동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측에 대해 절차적 하자를 들어 패소 판결을 했지만, 고등법원은 이것이 취업규칙 변경이 아니라며 사측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우리는 고등법원이 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판결문을 보고서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서울고등법원은 진미위가 사장에게 징계 권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사장이 반드시 징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고, 또한 징계의 대상과 시효 등은 기존의 사규 등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징계 권고 자체가 취업규칙상 새로운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사건 위원회의 실제 운영에 따라서는 진상규명 보다 인적 책임의 추궁에 치중하거나...근로자들에게 불이익. 불합리하게 작용하여 채권자들이 우려하는 일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위반이나 방송법 등 관련 법률에 저촉되거나 양립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을 종합해 보면, 법원의 판결내용은 KBS 진미위가 방송법 등에 위반될 수도 있고, 근로자들에게 불이익과 불합리하게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하면서도, 결국 사측의 징계권을 인정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하게 한, 이치에 맞지 않는 판결이라고 우리는 본다.

또한 이번 소송에서 사측은 진미위 운영규정 가운데 ‘조사를 받지 않으면 처벌받고, 조사 내용 등을 외부에 누설하면 처벌받는다’ 는 조항이 독소조항이라고 지적받았던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포기하고, ‘조사 결과에 대한 징계 권고권’만 소송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미 조사가 완료된 부분에 대해 징계를 추진할 의도로 판결을 받아낸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고등법원이 ‘진미위의 보복조치’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판단한다.

과거 사장 시절에 일했던 부분을 놓고, 특정 직원들을 조사하고 징계를 주려는 시도가 ‘불이익을 주기위한 특별한 것’임이 분명해 보이는 데도, 이를 ‘불이익을 주기 위한 새로운 징계’로 보지 않는 것 자체가 모순되고 특별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판결이 아닌가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양승동 KBS사장이 진미위의 새 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듣거나 동의를 구하지 등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서, 고용노동부에 의해 검찰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 송치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양승동 사장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

무엇보다 재판부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KBS공영노조 위원장과 부위원장에 대해 진미위로부터 조사를 받지 않았고, 징계가 우려되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소송의 주체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는 점은 이런 의심을 굳게 할 뿐이다.

노동조합 대표가 노조원들이 보복을 당하는 상황에서 대표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정당한 노조활동임을 볼 때, 위원장은 진미위 측으로부터 조사에 응해달라는 소환장을 받았는데도, 징계 대상자로 보기 힘들다는 이상하고 궁색한 이유로 자격 시비를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KBS의 적폐청산기구를 합법화시켜주기 위해 무리하게 그 이유를 갖다 댄 것으로 본다.

공영방송사에 적폐청산위원회를 두고, 주로 과거 보수정권시절에 진행되었던 업무 등을 겨냥해서, 특정 직원들을 조사하고 징계하려는 시도가 어찌하여 합법화 될 수 있단 말인가.

법 이전에 상식으로 봐도 분명하지 않은가. 특히 지금 자행되고 있는 편파, 왜곡 등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고 과거 정권 시절의 보도 등을 문제 삼는 것이 어찌하여 정당하단 말인가.

또 조사했다는 내용도 보면, 징계를 위해 억지로 갖다 붙인 이유 등이 많다는 것이 조사받은 직원들의 한결같은 진술이다.

우리는 이런 이유로 즉각 재항고에 들어가 대법원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또한 이번 판결은 언론의 자유와 사법의 독립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보고 앞으로, 취업규칙위반 뿐 아니라 방송법과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대해서도 법적 투쟁을 벌일 것이다.

사측과 특정 노조는 이번 판결로, 마치 법원으로부터 ‘보복을 위한 징계 허가’를 얻는 양, 기세등등하게 벌써부터 ‘징계절차’ 운운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사측의 반대파 직원에 대한 야만적인 보복성 징계에 맞설 것이다.

또한 이제는 국민이 더 이상 이런 폭거를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2019년 5월 15일 KBS공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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