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④ - 필라델피아 대한인총대표회의에 나타난 건국의 꿈
새롭게 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④ - 필라델피아 대한인총대표회의에 나타난 건국의 꿈
  • 박명수 미래한국 편집위원·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 승인 2019.05.17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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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기원은 미주 한인들이다.

1910년 대한제국이 일제에 의해서 강제로 합병된 다음,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것은 모든 민족의 공동 목표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우선 중요한 것은 어떤 국가로 독립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과거 대한제국을 다시금 복원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복벽주의라고 말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수많은 의병들은 멸망한 대한제국을 다시금 되찾으려고 했다. 러시아와 만주에서 벌어진 독립운동도 이런 맥락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 있는 교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들은 한일 병합 직후부터 과거의 대한제국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한국, 즉 신한국(新韓國)을 만들어야 하고, 그 신한국은 국민이 주인이 되는 공화국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오늘의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은 미주 한인교포들의 꿈에 기초하고 있다.

하와이 이민으로부터 시작된 미주 한인사회는 대부분 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미국의 발전은 기독교와 민주정치에 있다고 봤다. 따라서 미주의 한인들은 자신들의 조국도 언젠가는 미국처럼, 기독교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를 소원했다. 이런 이들의 꿈은 안창호를 중심으로 하는 대한인국민회를 통해서 발전되었다. 안창호는 새로운 신한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인총회를 방문한 재미한족연합위원회 대표들 모습(국가기록원)
대한인총회를 방문한 재미한족연합위원회 대표들 모습(국가기록원)

임시정부의 모태, 필라델피아 대한인총대표회의

미주 한인사회는 3·1운동의 진원지였다. 당시 국제 정세를 가장 잘 알고 있던 사람은 하와이의 이승만이었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그가 세운 하와이 한인기독교회는 이승만에게 후원금을 전하며 독립운동에 나설 것을 권유했다. 이어 대한인국민회 대표회장 안창호는 임원회를 열고 이승만, 민찬호, 정한경을 대표로 선출했다. 이런 대한인국민회의 결정은 일본, 중국, 러시아와 국내에 알려졌고 3·1운동은 이런 배경에서 일어났다.

이승만은 1919년 1월 6일 하와이를 떠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들러 안창호와 독립운동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곧바로 필라델피아에 들러 이곳에 거주하는 서재필과 국제사회에 한국인의 독립의지를 알리기 위해서 한인대회를 열 것을 계획했다. 이승만은 파리에 가서 한국인의 독립의지를 밝히려고 했는데 일본과 갈등을 일으키기를 원하지 않은 미 국무부는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았다. 이승만은 매우 실망한 나머지 과로와 피부병으로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이런 이승만에게 3월 10일 놀라운 소식이 들어왔다. 그것은 국내에서 거국적인 3·1운동이 일어나 우리의 독립의지를 온 세계에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은 당시 민족대표의 파송으로 상해에 와 있던 현순 목사가 3월 9일 안창호에게 전보를 보냈고, 안창호는 이것을 서재필에게 알렸고, 서재필은 이것을 다시 이승만에게 알린 것이다. 이 놀라운 소식은 이들이 원래 계획했던 한인대회를 다시금 추진하게 했고 3월 24일 신한민보에 대한인총대표대회(이하 대한인총회)의 소집공고를 냈다. 이 초청장에서 이 모임은 3·1운동을 지지하며 독립 후에 공화국을 세울 것과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1919년 4월 14일에서 16일까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서재필의 사회로 열린 이 대회는 대한공화국 임시정부에 보내는 메시지, 미국에 보내는 호소, 한국인의 목적과 갈망, 사려 깊은 일본인에게 보내는 메시지, 미국 대통령과 파리강화회의에 보내는 청원서 등을 채택했다. 이 문서들은 당시 미국 교포들이 어떤 나라를 꿈꾸고 있었는가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우선 대한인총회는 3·1운동의 결과로 독립이 선포되고, 임시정부가 설립되었다고 언급하면서 이 정부의 인사들은 민주적인 원칙을 믿는 사람들로서 기독교적인 인격과 충분한 교양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구성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아직 임시정부의 실체가 다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한 이 내용은 미주 한인들이 바라는 정부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박명수 미래한국 편집위원·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박명수 미래한국 편집위원·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

대한인총회는 한국인들이 바라는 국가는 1) 통치자는 피통치자의 동의를 얻어 통치하여야 하며, 2) 이런 국가의 모델로 미국식 정치제도를 수용할 것을 제안하며, 3) 국민의 대표로 구성되는 입법부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와 더불어 공동으로 통치해야 하고, 4)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은 입법부에 의해서 선출되고, 법을 따라 통치해야 하고, 5) 종교의 자유, 6) 통상의 자유, 7) 국민교육, 8) 국민건강, 9) 언론의 자유, 10) 다른 사람의 권리와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주에서 누리는 행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대한인총회는 현재 일본을 지배하는 정치가들은 새롭게 등장하는 국제 도덕과 정의와는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에서 독일이 망했던 것처럼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망할 것이며, 따라서 사려 깊은 일본인들은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서구문명을 받아들인 근대시민으로서 민주주의적인 원칙을 받아들이고, 이런 원칙에 의해서 한국의 독립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한인총회는 파리강화회의와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청원서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3·1운동의 결과로 만들어졌으며, 2000만명 이상의 한국인들을 대표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하면서 임시정부 형태는 공화주의이며, 정신은 민주주의이고, 구성원은 상당한 교양교육과 기독교적인 인격을 가졌다고 설명한다. 이 정부의 목적은 한민족이 원래부터 가졌던 자결권을 되찾아 기독교 민주주의의 원칙 아래 새로운 국가로 발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미주의 교포들로 구성된 대한인총회가 지향하는 국가가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다. 그것은 기독교적인 정신으로 무장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것이다. 이 꿈이 임시정부를 통해서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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