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의 창직칼럼 - 학위 인플레이션
정은상의 창직칼럼 - 학위 인플레이션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21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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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어느 페이스북 친구가 이런 글을 올렸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누군가 박사님하고 부르니 여러 사람이 동시에 뒤돌아보더란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는 박사가 넘쳐난다. 국내 박사도 많지만 해외 박사도 꽤 많다.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교수인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박사 학위가 있지만 학위와 상관없는 일을 하는 사람도 많다. 석사는 박사보다 수가 더 많다. 당연히 학사는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필자는 학사지만 지금까지 전공과 관련 있는 일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자랑은 아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창직 코칭과는 무관하다. 박사나 석사 학위를 받고 해외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렇게 학위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각하다. 학위 자체가 필요없다는 뜻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기울여 어렵게 획득한 학위가 미래 평생직업을 찾아가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맥아더스쿨 대표 정은상
맥아더스쿨 대표 정은상

십여년 전 지금은 프로게이머 출신으로서 게임 방송 해설자가 된 둘째 아들이 군에서 제대한 후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싶다고 했다. 그 때 필자를 비롯한 사회 분위기로는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통념이 있었던 시기다. 그런 지극히 당연한 말을 했더니 아들의 대답은 이랬다. 아빠 시절에는 20-30%가 대학을 나왔지만 지금은 70-80%가 대학을 졸업하고 자신이 하는 일은 대학 졸업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내심 걱정했는데 지금와서 보니 아들의 판단이 옳았다.

학위는 지적으로 전문 분야를 더욱 깊이 연구하기 위해 필요하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고 장차 자신이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학위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학위를 따 놓으면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막연하게 학위 취득에 올인하는 사람들이 있다. 창직 코칭을 하다보면 자신에게 특별한 기술이나 콘텐츠가 없어서 학위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런 경우 필자는 한사코 만류한다. 학위가 있다고 자신만의 평생직업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학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소질을 파악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 우선 소질을 찾아내려면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고 많은 실수를 해봐야 한다. 소질은 머리로 찾는게 아니라 몸으로 찾아야 한다. 이론이나 논리로 찾는게 아니라 노력과 인내로 찾아내야 한다. 남들이 가는 길로 가지 않고 다른 길로 의연하게 걸어가야 한다. 학위는 대학 교수들이 준다. 대부분의 대학 교수들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아니다.

학위를 따려고 노력하는 만큼 창직을 위해 열중하면 얼마든지 자신만의 평생직업을 찾아낼 수 있다. 학위 취득은 소위 최고의 스펙 쌓기에 해당한다. 거듭 얘기하지만 스펙은 창직을 위한 필요 충분조건이 아니다. 오히려 종종 디딤돌이 되지 않고 걸림돌이 되어 버린다. 스펙 쌓기라는 프레임은 한번 갇히면 좀체로 헤어날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더 이상 학위 인플레이션은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위를 취득한다면 국제무대로 나아가 당당하게 지적인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 잘못된 학위 인플레이션 고리를 이제 여기쯤에서 끊어버리는 용단이 필요하다. 인구 절벽으로 대학도 줄어들고 사라지는 판국에 여전히 학위 타령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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