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송현정 기자는 대통령에 제대로 물었나?
KBS 송현정 기자는 대통령에 제대로 물었나?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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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노조 “‘대통령을 공격한 KBS’라는 프레임은 어불성설…물어야 할 질문 하나도 안 해”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을 맞아 5월 9일 생방송으로 특집 대담을 진행한 KBS 기자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 1주일이 넘도록 대통령과 대담한 기자 한 명에게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례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KBS 송현정 기자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의 사회를 맡아 문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이날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최근 국정현안 등 여러 질문을 이어간 송 기자가 정치분야에서 했던 질문이다.

송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청와대가 주도해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에서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독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느냐”고 물은 대목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KBS의 ‛대통령에게 묻는다’ 대담 장면 KBS영상 캡쳐. 대담 진행 송현정 기자의 태도와 관련하여 논란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KBS의 ‛대통령에게 묻는다’ 대담 장면 KBS영상 캡쳐. 대담 진행 송현정 기자의 태도와 관련하여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친문 성향의 네티즌들은 게시판 등에 글을 올려 다소 공격적으로 보이는 듯한 질문과, 어딘가 불편한 듯 종종 인상을 찌푸린 송 기자 태도를 겨냥해 “무례하다” 등의 비판을 가했다. 반면 ‘기자로서 당연한 질문’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네티즌 상당수는 SNS와 인터넷 등에서 송 기자에 대해 “올곧은 기자 정신”이라며 칭찬했다.

하지만 정작 문 대통령에게 물어야 할 핵심 질문사안은 제외하고 형식적인 질문에 그쳤는데도 송 기자의 태도 논란만 부각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정운영 2년 동안 청와대 안팎에서 불거진 여러 비리 의혹과 각종 정책 실패에 대해 질문하고 대통령의 답변을 이끌어내야 함에도 대통령이 불편해할 만한 질문을 의도적으로 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핵심을 비켜간 대통령 담화 질문

KBS공영노조는 이튿날인 5월 10일 성명을 통해 “핵심을 찌르거나 국민들이 반드시 묻고 싶어 하는 질문이 별로 보이지 않았고, 대통령의 답변도 형식적인 발언이 많아 보였다”며 전날 있었던 특별대담의 문제를 지적했다.

공영노조는 송 기자가 ‘거시경제 지표가 좋아지고 있다’, ‘고용의 질이 나아졌다’ 등 문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답변을 하는데도 후속 질문을 하거나 반론하지 않은 사실, 또한 KBS와 공영방송 내에서 벌어지는 적폐청산의 불법성 논란과 언론탄압, 사법부 독립 문제, 김태우 수사관, 신재민 전 사무관의 폭로, 문 대통령 딸 다혜 씨 의혹,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사건 등 정권과 관련이 있는 비리나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별다른 질문이 없었다는 사실 등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공영노조는 “방송 후 질문하는 기자의 태도도 논란이 됐다”며 “건방지게 대통령이 말하고 있는데 끼어든다든지, 특정 표현 등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을 공격한 KBS’라는 프레임이 그것으로,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자가 회견이나 대담의 핵심은 질문의 ‘내용’이지 그 ‘형식’이 아니”라며 “오히려 기자의 질문 방식을 놓고 마치 KBS가 의도적으로 대통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처럼 보여, ‘기자회견’ 대신 ‘KBS의 단독 대담’에 쏟아졌던 세간의 비판을 피해가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는 송 기자의 공격적인 질문에도 불구하고 더 큰 비판을 피하기 위해 KBS 송 기자와 청와대 측의 사전조율 및 연출이 아니냐는 의혹 제기의 맥락으로 보인다.

1997년 KBS 보도국에 입사했으며 현재 정치외교부 소속 국회 담당인 송 기자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를 출입하며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을 취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인연으로 문 대통령은 송 기자 얼굴을 잘 알아본다고 한다. 송 기자의 남편 윤ㅇㅇ은 과거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바 있다.

실제 KBS 내에서는 송 기자가 친노·친문 등 여권과 가까운 기자로 알려져 있다. KBS의 한 관계자는 <미래한국>과 통화에서 “우리 회사에서 그쪽과 가장 커넥션이 센 기자”라며, 특별대담이 연출이라는 일부의 의혹에 대해선 “연출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9시뉴스 앵커도 아니고 청와대 출입기자도 아닌 분이 어떻게 진행을 했는지 의문이라는 말들이 많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송 기자가 정통파 정치부 기자라서 그냥 문빠 기자들과 달리 맥락과 밸런스 조절에 능하다는 평이 있다”고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단독 대담에서 사회자인 송현정 KBS 기자의 진행 태도와 방식을 두고 일부 여론이 들끓는 데 대해 “오히려 더 공방이 있었어도 괜찮을 텐데…”라며 10일 오전 참모진들에게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대담 사회자의 태도를 두고 문 대통령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제기되는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기자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서는 저희가 뭐라고 말씀을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라고 했다.

다만 “다만 대담이 끝난 이후에 문 대통령이 불쾌해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며 “오히려 더 공격적인 공방들이 오갔어도 괜찮았겠다는 말씀도 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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