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심각한 중고생의 학력 저하, 미래가 걱정된다
[전문가진단] 심각한 중고생의 학력 저하, 미래가 걱정된다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승인 2019.05.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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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력 미달 중고생이 급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학은 기초학력 미달 중고생이 10%를 넘었다. 기초 교육과정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10명 가운데 1명가량인 셈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기초적 문법’이 수학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도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육부는 2019년 3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2018년 6월 전국의 중3, 고2 학생 가운데 3%(중3은 1만 3049명(237개교), 고2는 1만 3206명(236개교), 합쳐 2만 6255명)를 대상으로 학력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중3은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국어, 수학, 영어에서 각각 4.4%, 11.1%, 5.3%로 2017년의 비율인 2.6%, 7.1%, 3.2%보다 모두 크게 증가했다. 고2는 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국어, 수학, 영어에서 각각 3.4%, 10.4%, 6.2%로 2017년의 5.0%, 9.9%, 4.1%로 국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전년보다 늘어났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1986년부터 학업 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2016년까지는 모든 중3, 고2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으나 2017년부터는 학생의 3%를 표본으로 취해 표본조사만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학교 간 서열화와 과당 경쟁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였다. 평가 결과는 ‘보통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기초학력’(20∼50점 미만), ‘기초학력미달’(20점 미만) 등으로 나눈다. 기초학력미달은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인데 해마다 이 범주에 속한 학생이 늘어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림 1,  최근 7년간 중고생 기초학력미달 학생비율 추이
그림 1, 최근 7년간 중고생 기초학력미달 학생비율 추이

학업성취도 평가로 본 심각한 학력 저하 현상

<그림 1>에서 미달자 비율의 추세 변화를 보면 2016년까지는 조금씩 증가하는 경향이었으나 2017년부터 매우 가파른 상승이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수학의 경우에는 2016년의 4.9%에서 2018년에는 11.1%로 2배 이상 수직 상승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연도별로 중고생의 기초학력미달 비율의 평균(매년 6개 수치의 평균)을 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동안 각각 2.6%, 3.4%, 3.9%, 3.9%, 4.1%, 5.3%, 6.8%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모든 학생에게 1986년부터 실시되었으나 그 결과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이다. 그러자 전교조와 진보 교육감들이 이를 “일제 고사”, “서열을 부추기는 줄세우기 시험”이라며 반대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시험은 일부 학교만 치는 표본 평가로 바뀌고 학교별 성적도 공개되지 않는다. 그 이후 학생들의 학력 저하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이 급증하는 주된 이유로는 공교육의 붕괴와 사교육의 급증을 들 수 있다. 저소득층 자녀들은 사교육을 받을 수 없고 공교육의 부실로 인해 이들은 기초학력 미달자로 전락하기 쉬운 것이다. 현재 우리의 초·중·고 교육정책은 1973년 발표된 혁명적인 ‘교육평준화’ 정책을 따르고 있다.

이 정책을 발표할 당시 내세운 이유는 학생들의 사교육비 감축, 학력격차 해소 등이었다. 그러나 그후 46년이 지난 지금 이 정책은 평가해 보면 우리 사회는 사교육 천국, 공교육의 하향평준화, 학력격차 심화를 초래해 실패한 정책임을 알 수 있다.

그림 2,  2010년 이후 사교육비 변화 추이 (자료: 통계청)
그림 2, 2010년 이후 사교육비 변화 추이 (자료: 통계청)

학력 저하의 원인은 무엇인가?

통계청과 교육부에서 공동으로 실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사교육비는 최소 19조 5000억 원 규모이다. 이 조사는 전국 초·중·고 1486개 학교를 표본으로 추출해 약 4만 명의 학생을 임의 표본으로 선정해 조사한 것이다. 사교육비 범위는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의 정규교육과정 이외에 사적인 수요에 의해서 학교 밖에서 보충교육을 위해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으로 학원, 개인과외, 그룹과외, 방문학습지, 인터넷 및 통신강좌 등의 수강료를 의미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학생수는 2017년 573만 명에서 2018년 558만 명으로 15만 명 가까이 줄었지만 사교육비 총액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2만 원이었으나, 2018년에는 29.1만 원으로 7.0% 증가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통계청이 사교육비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로 ‘사상 최대’라고 할 수 있다.

2017년과 2018년의 사교육비를 비교하여 보면 <그림 2>와 같다.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고등학교가 28.6만 원에서 32.1만 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만 볼 때에도 51.0만 원에서 54.9만 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체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2.8%로, 27.2%의 학생이 사교육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은 공교육이 제구실을 못하는 교육 여건으로 볼 때 기초학력 미달자가 되기 쉽다. 사교육 참여시간도 고등학생이 가장 빠르게 4.9시간에서 5.3시간으로 증가하고 있다.

두 번째 원인으로, 진보 교육감들이 도입하고 있는 혁신학교가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 혁신학교는 2009년 처음 도입한 학교 모델로, 토론· 체험식 수업을 강조하는 장점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교과 수업을 소홀히 하고 학생들의 학력평가를 게을리 하고, 교사들이 무성의하게 교실을 운영해 도리어 학생들의 학력저하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재 서울시내에 있는 초·중·고교가 1300여 곳인데 이 중 213곳이 혁신학교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공개한 ‘2019∼2022 서울중기발전계획’에 따르면 혁신학교는 더 이상 늘리지 않고 내실을 기할 것임을 천명했다. 혁신학교 운영 결과가 신통치 않음을 인정한 셈이다. 세 번째로, 2016년까지 모든 중3, 고2에게 실시하던 학업성취도평가(전수조사)를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표본조사로 바꿔 3%의 학생들만 평가하는 데서 오는 원인도 있다.

전수조사를 할 때는 어떤 학교가 교육이 부실해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는지, 어떤 학생들이 학력이 떨어지는지를 모두 알 수 있어 개선 대책을 세울 수 있었으나, 표본조사로 바꾼 후에 이를 알 수 없게 만든 것이다. 결국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나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원해 주고 싶어도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런 결과는 도리어 교장이나 교사들의 무성의로 연결되어 학교의 경쟁적 학력 증진 노력을 없애게 되고, 학력 미달자를 방치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학력저하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은?

중학교는 국가가 책임지고 가르치는 의무교육인데,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수학에서 10% 이상이고, 영어와 국어에서도 5%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은 의무교육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의미이다. 특히 기초학력미달은 대부분 저학력 부모의 아이들,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은 반드시 정부가 책임지고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국가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학력저하 현상을 극복해 갈 대책은 무엇인가.

첫째로, 2016년까지 실행해오던 전국의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조사로 다시 실시해야 한다. 어느 학교가 교육이 잘 안 되고 있고, 어떤 학생들이 학력 미달자인지를 알아야 개선 대책이 나올 것이다. 학교 간 서열화나 과당 경쟁을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경쟁은 교육에서의 강력한 자극제이며, 교장이나 교사들에게 학교를 위한 경쟁심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학력 미달자를 구분해 이들에게 집중적인 교육 지원을 해주는 것은 국가가 할 중요한 과제이자 의무이다.

두 번째로,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 이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공교육 정상화이다. 각 중·고 학교들에 교육에 관한 자율권을 줘 학생들이 학원에 갈 필요 없이 학교에서 대부분의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중·고의 교육역량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학교의 자율권 속에는 외부 강사에게 강의를 허용할 수도 있어야 하고, 학생 선발 권한도 부분적으로 주어져야 하고, 교과목 선정이나 시간배정에도 상당한 자유가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예체능 교육 수요에 맞춰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해 공교육에서 예체능 사교육을 흡수해야 한다. 사교육에서 인기 있는 영어교육도 공교육에서 흡수해야 한다. 원어민 강사를 초빙해 학교에서 질 좋은 강의를 해준다면 영어교육을 위해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이와 연관하여 정부에서는 질 높은 인터넷 교육이나 방송교육을 실시하여 추가적으로 보완 교육을 시켜주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물론 이러한 자율권은 반드시 평가를 동반해야 하며, 평가를 통해 제대로 교육 역량을 증대시키지 못한 학교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마련되어 학력미달학생의 비율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현재 교육행정의 근간을 이루는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교육평준화정책은 수정되어야 한다. 교육평준화정책은 하향평준화를 초래했고, 학력 미달자를 도리어 양산하고 있다. 교육의 다양화를 인정하고 학력 제고를 위한 경쟁 노력을 유발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양화교육정책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창의적인 인재 양성의 중요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 역량이 높은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예술고 등의 학생들은 학원에 갈 필요 없이 학교에서 대부분의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고, 또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생들도 사교육보다는 학교의 공교육에 의존하면서도 청소년으로서 필요한 소양을 쌓을 수 있고, 대학에 더 수월하게 진학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의 집요한 ‘자사고 죽이기’는 교육의 다양성을 죽이는 우매한 정책이다. 자사고는 김대중 정부가 고교평준화정책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2002년 도입한 제도다. 이후의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자사고 정책은 계속 유지시켜 왔다. 자사고는 국민 세금 지원은 받지 않으면서, 좋은 시설을 갖추고 우수한 교원을 확보해 질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고교 교육이 자율성이 확대되어야 한다. 교육평준화가 이뤄진 1973년 이전에는 각 지방에 일반고이면서도 소위 명문고들이 많아 우수 인재를 양성할 수 있었고, 소위 ‘개천에서 용나는’ 사례가 많았다. 이들 명문고들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받았었고, 상당한 교육의 자율성을 가지고 학생들을 교육했었다.

이러한 제도는 존중되어야 한다. 현재는 공립학교든 사립학교든 일방적으로 교육부의 감독과 지시를 받으며 학교의 자율성이 거의 없다. OECD 선진국들은 중고교 과정에서도 수월성 교육과 자율성 교육, 그리고 학생의 선발권까지도 상당 부분 보장되어 있다.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는 교육의 자율권이 없으면 결국 교육의 질이 떨어져 심각한 하향평준화를 초래하고, 하향평준화는 다수의 학력 미달자를 양산해 국가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중고생의 심각한 학력저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이 절실하다. 교육부와 정부는 이 문제를 국가의 핵심 과제로 삼고 적극적인 대책을 펼쳐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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