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결 이후 자사고 정책의 쟁점과 전망...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포기한 ‘하향 평등’
헌재 판결 이후 자사고 정책의 쟁점과 전망...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포기한 ‘하향 평등’
  • 이석연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전 법제처장
  • 승인 2019.05.29 10:46
  • 댓글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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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관련 헌법소원 사건의 최후 변론

이 사건 헌법소원(2018헌마221)에 대한 교육부의 행태와 헌법판단의 중요성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첫째, 교육부는 자사고 도입의 배경과 경과, 자사고의 그간 운영 현황 등을 무시한 채 자기들은 마치 현 정부 들어 새로 생긴 조직인 양 국가정책의 계속성을 완전히 부인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종일관 교육평준화를 신앙처럼 밑바탕에 깔고 우수학생 선점과 고교서열화의 폐해를 시정하는 것이야말로 절대선인 것처럼 주장한다.

자신들만이 정의를 구현하고 독점할 수 있다는 편협한 우월의식에 사로잡혀 마치 자사고를 적폐 대상으로 보는 듯한 정치적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각자가 지닌 재능과 적성, 소양에 따른 차별적 교육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기본권의 핵심으로서 교육평준화정책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이는 체제를 막론하고 각국 헌법의 정신이자 교육현실이기도 하다.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의 수능시험에 13억 전 중국인이 노심초사하면서 매달리는 이유가 바로 무엇인가. 이것이 바로 개인과 가족의 영광을 넘어 국가를 도약하게 하고 인류의 미래를 이끄는 원동력으로서 교육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둘째, 교육부는 자사고 관련 각종 데이터와 심지어 교육기본권(사립학교운영의 자유, 학교의 학생선발권, 학생의 학교선택권 등)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까지도 외면하거나 입맛에 맞게 왜곡 인용하고 있다.

거듭 말씀 드리거니와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적성, 개성에 따른 균등한 교육이야말로 교육기본권의 핵심이고 오늘날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모든 국가의 보편적 가치이기도 하다. 아울러 자신의 자녀를 타고난 소양을 살릴 좋은 학교에 보내 그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시켜주고자 하는 욕망은 모든 학부모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러한 학부모의 욕망이 오늘의 대한민국 더 나아가 세계를 이끌어가는 동인이다. 헌재도 일찍이 과외교습금지 위헌사건에서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권’을 다른 교육 관련 기본권보다 우위적인 기본권으로 인정한 바 있다.
 

셋째, 교육부는 공교육정상화는 고교평준화를 통해 이뤄지고 고교평준화는 청구인 학교와 같은 잘 나가는 학교들을 비열한 방법으로 고사시킴으로써 이뤄질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러한 접근방법이야말로 교육의 하향평등화를 초래하는 무책임한 포플리즘적 발상이다. 이야말로 교육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공교육 정상화는 청구인 학교들을 궤멸시키는 것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 스스로 다양하고 고뇌에 찬 노력에 의해 이뤄야 하는 것이다.

교육평준화의 기본은 큰 나무를 쳐서 작은 나무의 키에 맞추려는 하향평준화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작은 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상향조정식이어야 한다. 잘 나가는 사람과 학교를 깎아내려 다수 국민의 배아픔을 해소하겠다는 이데올로기적 접근은 교육을 망치고 사회의 희망을 잃게 한다. 인간의 맹점중의 하나인 평등의식을 자극해 여론의 지지를 높이고 표를 끌어 모으겠다는 교육의 정치화 현실을 경계해야 한다. 교육정책은 여론이나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석연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전 법제처장

넷째, 모든 국민의 생활수준을 평준화하고 생활관계의 변화에 따른 위험부담을 일원화 시키려는 잘못된 평등권과 분배의 개념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포기한 지 오래이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그럼에도 현금 우리 사회에서 평준화, 일원화 과열 현상이 일고 있음은 시대역행적인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는 다수 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고 교육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교육부의 발상은 또다시 유한한 정권의 곡예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저며 든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은 바로 교육의 정치화(이념화), 하향평등화를 막고 인류보편의 가치이자 민주주의 기본 이념인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현시키느냐를 가늠하는 리트머스시험지 역할을 하는 사건이다. 부디 적극적인 헌법판단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 입맛에 따라 널뛰고 있는 업적 위주의 교육정책에 쐐기를 박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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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usko 2019-05-29 17:01:56
정권 입맛에 따라 교육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이나라 이젠 신물이 납니다~
비열한 방법으로 자사고를 괴멸시키려는 윗분들~~ 반성하세요~~

교육은 미래의 희망이다 2019-05-29 17:24:46
열심히노력하는 아이가 이땅에서 죄라면,그벌은 부모인제가다 받겠습니다. 아이가 지키고 싶어하는 학교의 긍지를 함께 지켜주고싶어하는것이 이기심이라면. 던지는 그돌도 모두 맞겠습니다.하지만 아이들의 꿈은 지켜주세요. 상산에서 아이들은 미래를 이끌어갈 웅지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제니 2019-05-29 17:52:16
비열한 방법으로 고사
확 와닿는 표현이네요~~

도민 2019-05-29 18:02:26
사회주의도 포기한 하향평준화를 지금 2019년에 문정부가 하고 있군요. . 어이없네요.. 교육과 정치는 제발 별개이길 바랍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을 지켜야 2019-05-29 17:22:48
자유민주국가에서 국가가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조차 지키지않겠다면 어찌되는건가. 획일과 평등을 착각하고 공교육 부실의 이유를 자사고때문인양 억지논리로 몰아가는 교육감들과 교육부는 국민을 바보로 아는지.. '교육평준화의 기본은 큰 나무를 쳐서 작은 나무의 키에 맞추려는 하향평준화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작은 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상향조정식이어야 한다'는 말에 천프로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