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괜찮은 결혼... 결혼의 양극화에 대한 사회심리학
[서평] 괜찮은 결혼... 결혼의 양극화에 대한 사회심리학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31 0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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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결혼 생활을 할 것인가? 
결혼을 배운 적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결혼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고찰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레프 톨스토이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다’고 했지만, 사실 행복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행복하다. 자아실현이 최상의 욕구가 된 개인들이 꾸리는 가정이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할 수는 없다. 이 사실은 결혼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비슷한 무언가를 준다.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함과 동시에 부부가 함께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개인이 최우선인 시대에 이 책은 결혼에 대한 신선한 영감을 준다. 결혼이 생존을 위한 수단처럼 여겨지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다수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보다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 사람들이 현대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각자만의 행복으로 결혼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나라에는 인생의 중요한 대소사 중 하나인 결혼을 인문학점 관점에서 제대로 파헤친 책이 흔하지 않다. 당장 실전에 도입할 수 있는 자녀 양육서, 부부 교육서, 종교적인 관점에서 본 결혼을 이야기하는 종교 관련 서적이 대부분이다. 결혼은 종교적으로도 정말 중요한 제도이자 행사이지만, 결혼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제시하는 중차대한 경험이다.

그런 점에서 《괜찮은 결혼》의 번역 출간은 꽤 반갑다. 미국의 결혼에 대해 포괄적 고찰을 담고 있지만, 한국 사회 또한 결혼, 동거, 출산, 이혼 등의 측면에서 미국 사회가 겪은 것과 같은 변화를 아주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 결혼》에서 그리는 결혼은 한국 사회가 이미 마주하고 있는, 혹은 마주하게 될 결혼의 의미와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괜찮은 결혼》이 정말 괜찮은 이유는 다양한데, 무엇보다도 전형적인 인문사회과학 도서임에도 (주석이 매우 많다) 전혀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영화와 드라마, 소설, 고전 속의 에피소드를 동원하여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선다. 실용, 사랑, 자아실현 시대의 프레임을 주도하는 여론과 실증적 예도 꼼꼼하게 챙겨나간다.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중세 시대, 계몽주의 시대, 근세 시대의 철학자, 예술가, 사상가, 그리고 가상현실 세계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에게 풍부한 지적 여정의 길로 안내한다. (르네상스 싣의 대가 미켈란젤로와 소설 《주홍글씨》가 결혼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자칫 통속적으로 흐를 수 있는 결혼과 부부의 이야기를 학술적 가치와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낸 점도 매우 훌륭하다. 


저자의 해법은 이미 결혼을 했거나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에게도 필수적이다. 결혼 생활에 대한 고민이 큰 부부라면, 갈등을 멈추고 앞으로 남은 기나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저자는 부부의 삶을 확장하기 위한 기능적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4부 4장의 재교정 방식을 통해 부부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들을 잠시 버리고 서로의 필요와 욕구와 기대치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게 한다. 부부의 끊임없는 갈등들을 잘 들여다보면, 부부들은 서로 ‘개인으로서 성장하는 것’을 돕고 ‘자아 발견의 길’을 통해 상호 발전하는 결혼을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부는 더 이상 모든 것을 포기하는 관계가 아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성취하는 결혼 생활은 충분히 가능하다. 

관계 이론 분야에서 혁신적인 학자로 평가받는 저자 엘리 J. 핀켈은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연구를 현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는 결혼이 양극화된 과정과 원인,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나타난 현재의 결혼을 건강한 길로 인도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한다. 결혼을 보는 그의 관점은 우리 사회가 대체적으로 받아들이는 전통적인 방식의 결혼에 대한 개념을 넘어 변혁적이고 획기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의 의미는 남녀 간 갈등, 결혼에 대한 회의적 시각과 기피 현상 등으로 얼룩져 있다. 결혼을 전통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그 생각들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은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꽉 막혀 있었다. 이러한 갈등은 우리가 넘어가야 할 산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결혼의 의미와 방법에 대해 풀어 쓴 서적에 대한 갈망이 컸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괜찮은 결혼》은 건강한 결혼으로 가는 정체된 길목의 안개를 걷어줄 혁신적인 도서다. 

《괜찮은 결혼》은 미국의 결혼 생활의 사례를 담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도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이들, 결혼이라는 미지의 섬으로 항해하려거나 망설이는 청춘들, 이제 막 결혼이라는 섬에 도착한 신혼부부들, 자녀 양육에 넋을 빼앗기고 있는 부부들, 더 나은 관계를 꿈꾸는 중장년 부부들, 이들에게 괜찮은 결혼 생활의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학자와 전문가들, 정책 당국자들, 그리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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