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규 서용인새마을금고 이사장 “새마을금고 주인은 주민, 사회공헌이 성공비결입니다”
정성규 서용인새마을금고 이사장 “새마을금고 주인은 주민, 사회공헌이 성공비결입니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31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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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사진 문종혁 미래한국 인턴기자

“‘새마을금고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국민의 자주적인 협동 조직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고유의 상부상조 정신에 입각하여 자금의 조성과 이용, 회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의 향상, 지역사회 개발을 통한 건전한 국민정신의 함양과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다보면, 그 사람이 하는 일과 인간적 캐릭터가 딱 맞아 떨어진다고 느낄 때가 간혹 있다. 정성규 서용인새마을금고 이사장(66)이 그랬다. 사람 좋아하고, 나누고, 함께 봉사하고 성취하는 일을 좋아하는 정 이사장은 새마을금고법 제1조 정신에 정확히 부합하는 ‘새마을금고인’이었다.
 

정성규 서용인새마을금고 이사장

-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이사장님 본인 소개해 주시죠.

충청도 유성에 있는 아들 다섯에 딸 둘인 가난한 집안 셋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너무 가난하게 살다가 큰 형님은 가족을 데리고 서울 마포로 이사 갔고 저는 혼자 떨어져 누님 집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였어요. 매형이 어느 날 구두통을 만들어 주더니, ‘내가 학교(대전 보문중)에 얘기해놨으니까 가서 구두 좀 닦아라’ 그러시더군요.

제가 그 학교를 다녔는데 사춘기 때 학교 선생님들 구두를 닦으라니 얼마나 심각한 얘기예요. 매형이 1주일을 그 얘기를 하더라고. 처음엔 못 하겠다고 버티다가 결국 구두통을 들고 갔죠. 선생님들한테 ‘구두 닦으시겠어요?’ 용기 있게 말했습니다. 사춘기 때 그 경험이 제가 살아오면서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극복할 수 있었던 에너지가 됐던 것 같아요.”

정 이사장은 전 새마을금고중앙회 대의원이고 새마을금고 중앙회 제도개선위원, 새마을금고 지역희망나눔재단 감사, 단국대 MG새마을대학 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나이 60에 찾은 자아, 그리고 지역금융

- 안 그렇게 뵈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우여곡절이 많으셨나 봅니다.

많았지요. 돈도 많이 벌어봤고 망하기도 해봤고요. 슈퍼마켓 체인점을 했는데 대형마트가 들어오면서 부도가 나 한 번에 망하더군요. 그때 직업을 바꿨고, 환경운동을 하면서 용인에 오게 됐습니다. 용인 죽전 택지지구가 98만평인데 동산살리기 운동에 참여하게 됐어요. 제 동료가 나무에 올라가 2주 동안 버티면서 이슈를 만들었어요. 다들 땅 한 평씩 사서 동산살리기 운동을 하죠. 저도 한 평 샀고요. 이백 몇 십 명이 땅을 샀어요.

그 운동은 그렇게 성공합니다. 그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시민운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집사람은 가장으로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데, 저는 돈 버는 일보다 맨날 밖에 다니면서 무슨 비상대책위원이니 위원장이니 했으니 많이 실망했겠죠. 그래도 활동하면서 보람 있었어요. 어릴 때 경험 탓인지 저는 누가 저를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면 막 힘이 생겨요. “어이, 당신이 이것 좀 해봐” 이러면 괜히 나서서 해버립니다. (웃음) 우리 나이로 올해 66세가 됐는데 살아보니까 60세부터 자아를 찾은 거 같습니다. 어려서 고생하고 젊었을 때는 가족을 위해 이러 저러하게 허둥대고 다녀서 잘 몰랐는데 딱 60이 되고 나서 제가 누군지 알겠더군요. 한마디로 행복해진 것이죠.
 

- 새마을금고와는 어떻게 인연을 갖게 되셨는지요?

아들이 새마을금고에 취직을 했는데, 이러더군요. “아버지, 성남 인구와 비슷한데 용인에는 새마을금고가 하나밖에 없어요. 성남에는 9개나 있고요. 새마을금고 만들어보시죠?” 옛날에는 사업도 크게 하고 그랬는데, 그때는 별 볼일 없이 제 엄마한테 혼나고 다니니까 아들이 그런 권유를 하더라고요.

그게 9년 전 일이에요. 용인죽전로타리클럽 회장을 하고 있던 때였는데 아들 권유에 따라 로타리클럽 회의실에서 사람들 모아놓고 ‘새마을금고를 만들려고 하는데, 함께 하시겠습니까. 새마을금고는 지역 사람들이 만들고 지역사람들이 운영해서 그 수익을 지역사람들이 같이 나누게 되는데, 우리 금융업 한번 해 봅시다 했더니 다들 좋다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지금으로부터 56년 전인 1963년 5월 25일 처음 창립됐다. 1972년 새마을운동의 표준사업으로 지정되면서 많은 금고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1982년 새마을금고법이 제정되면서 명칭이 마을금고에서 새마을금고로 변경되고 안전기금제도가 도입되어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새마을운동과 함께 우리나라 경제 혁명 원동력의 한 요소로 꼽힌다.
 

- 새마을금고의 역사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역사와 같군요.

새마을금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건강한 금융기관이에요. IMF 때 공적자금 한 푼도 안 받은 은행은 새마을금고밖에 없어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새마을금고 56년 역사에서 고객의 돈을 못 갚은 건 한 푼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저축은행 같은 경우는 손해 본 사람들이 많잖아요? 새마을금고에 저축해서 손해 본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저는 자부합니다.

새마을금고는 지역금융이고, 지역사람들이 운영하니까 지역사람들이 주인이에요. 여기서 도둑을 맞거나 직원이 횡령하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난리가 나고 신문에도 나죠.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강도들이 가끔 오기도 했는데, 전자금융 시대인 지금은 은행에 가도 현금이 별로 없잖아요. 괜히 총 들고 은행가지 마세요. 은행에 돈 없습니다. (웃음)

 

새마을금고는 주민이 주인인 사회공헌기관

- 사회공헌 측면에서도 서용인새마을금고가 두드러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공헌 면에서 할 일이 많이 있겠죠. 복지사업분야도 많고요. 나름대로 여러 뜻 깊은 일들을 해왔는데 그 중 새마을대학을 소개하고 싶어요. 그 시초가 새마을대학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2012년 3월 31일 제가 용인시새마을회를 찾아 당시 전기종 회장님한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역 활동하는 분들이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새마을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게 새마을대학을 만듭시다.” 그런 제안을 했더니 전 회장님이 흔쾌히 동의하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옳거니 하고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분이 “그래요? 난 옛날에 말 타고 새마을운동을 한 사람이에요.” 그런 말씀을 하세요. 새마을운동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단국대에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새마을대학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서로 소통하고 배움이 필요한 분은 지식도 얻을 수 있도록 그런 장을 한번 마련하고 싶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어요. 그 후에 서용인새마을금고, 용인중앙새마을금고, 단국대, 용인시새마을회가 새마을대학 운영에 관한 MOU 협약을 맺고 시작해서 올해 8년째 됐습니다. 1년 과정으로 100명씩 모집하는데 올해까지 600명 정도 졸업생을 배출했어요.

- 꽤 성공적으로 보입니다.

새마을대학을 만들어 보람을 느끼는 것은 용인 사람들을 한 번에 다 만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용인은 100만이 넘는 인구지만 도시와 농촌 복합도시로 적잖은 갈등 요소가 있습니다. 무엇 하나 개발하려고 해도 이쪽 생각 저쪽 생각이 달라 동네 사람들끼리 싸웁니다. 소통이 잘 안 됐지요. 새마을대학이 마련한 소통의 장을 통해 그런 갈등이 한층 부드러워졌다고 자부합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해요. “용인을 알려거든, 고개를 들어 새마을대학을 보라.” 새마을대학을 보면 용인이 한눈에 보이는 것이죠. 보람을 느낍니다.

또 하나 라오스교류재단이라고 해서 라오스에 새마을금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새마을운동이 먼저 보급됐죠. 행안부에서 코이카를 통해 그쪽에 먼저 새마을운동을 전파했고, 새마을연수원도 지었어요. 그리고 새마을금고를 올해부터 만들기 시작한 거예요. 바로 옆 미얀마는 24곳에 새마을금고를 지어 지금 운영하고 있고요. 새마을운동만 보급해서는 지역사회 개발이 잘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마을을 정비하고 도로를 놓고 하는 그런 힘이 새마을금고로부터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 새마을금고를 본 따 그대로 그 나라에 심었지만 국민들은 아직 그 정신까지 다 깨우치지를 못한 것 같아요. 저축을 하면 잘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라오스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배고프면 밖에 나가 과일 따먹고 행복해 하는 수준이죠. 저축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나라에 열심히 일하면 부자가 되고 명예도 얻을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회주의 국가라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새마을운동 하자고 해서 그 사람들이 하겠어요? 그래서 교육을 본격적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새마을대학을 만들어 1년 정도 지도자양성과정, 인재양성 등 프로그램을 만들어 한국어, 한국문화도 가르치고 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새마을지도자, 부녀회 등 이런 조직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려고 해요. 그 나라는 사회조직이란 게 없으니까요.

그 나라 국민들이 조직을 만들어 함께 일을 해나가면서 무엇인가 성취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기네끼리 뭔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주자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우리가 직접 지어주고 라면 주고 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 그 사람들이 스스로 일하면서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우리가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제가 우리나라 1호로 만든 새마을대학이 라오스에도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추진 중이고요. 돈 벌어 나, 우리 가족만 잘살자 이런 것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저는 행복합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자율적 협동조직인 계, 두레, 향약 및 마을 생활의 공동체 정신을 계승한 새마을금고는 협동조합의 원리에 입각한 신용사업, 공제사업 등의 생활금융과 문화복지후생사업, 지역사회개발사업 등을 통해 회원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공동체 발전과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5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새마을금고는 2016년 기준으로 1331개의 금고, 1870만 명의 회원, 약 130조 원의 자산 규모를 자랑한다.

주식회사의 형태의 영리조직인 은행과는 달리 새마을금고는 협동조합으로 비영리조직이다. 은행법의 적용을 받는 제1금융권 은행과는 달리 제2금융권으로 ‘새마을금고법’ 적용을 받는다. 주식회사인 은행은 주식을 소유한 주주가 은행의 주인이라 할 수 있지만 새마을금고는 출자금통장을 개설하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다른 기업과 달리 발생한 이익을 회원과 지역사회에 적극적으로 환원하고 있는 것도 새마을금고의 특징이다. 사랑의 좀도리운동부터 자원봉사, 금융교실, 가족캠프, 지역사회개발사업, 복지지원사업, 장학사업, 평생교육사업, 문화예술체육사업, 지역희망공헌사업, 지역사회 전통시장 살리기 등 다양한 지역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정신 세계에 전파하고 싶어’

- 서민들 삶이 팍팍해졌습니다. 청년실업도 심각하고요. 이런 때일수록 서민들의 자산관리, 특히 첫 사회생활에 임하는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해 주시죠.

하나 메시지를 전한다면, 요즘 청년들은 저축에 대한 개념,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결여된 것 같습니다. 저축을 하면 재테크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저축운동을 국민운동으로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걸 안 하죠. 먹고 살만해져서 그런 것인데 정부정책이 소비를 권장하더라도 자기 월급의 얼마는 저축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생활해야 해요. 청년들에게 그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저축을 하면 기회가 생깁니다.
 

- 앞으로 목표와 계획이 있으시면요?

제가 한국 나이로 올해 66세인데 마음은 아직 청춘입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요. 핵가족 시대이자 갈등과 분열의 시대인데 다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 일들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데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과 계속 하고 싶어요. 또 하나 있다면 라오스에 새마을대학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죠. 라오스의 빈곤탈출, 지역사회개발, 국민정신함양을 위해 새마을대학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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