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버스 파업,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나?
[전문가진단] 버스 파업,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나?
  • 최 광 미래한국 편집고문·전 보건복지부 장관
  • 승인 2019.06.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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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5일 전국버스노조가 11개 지역에서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첫차가 출발하기 직전 파업을 철회하거나 유보하면서 출퇴근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시점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이번 사태가 과연 해결됐느냐?’ 하는 것과 ‘정부가 추진 중인 대책이 적정하냐?’ 하는 것이다. 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연기된 것에 불과하고 정부가 마련 중인 대책은 문제의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기에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참으로 황당한 것은 국토교통부가 지난번에 예고된 파업은 기사의 임금 인상을 위한 파업이었지 주 52시간 근무제와 관련 없다는 입장을 시종일관 견지하면서 버스 서비스 소관이 지방자치단체이기에 파업 문제를 지자체가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버스 파업은 사실상 1년 전에 예고되었음에도 손 놓고 있다가 총리, 여당대표, 장관 모두 정치력을 발휘해 파업을 막았다고 자화자찬했었다. 정부 여당의 고질적인 무능력·무대책 유전자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버스 준공영제는 대중교통이란 빌미로 버스 서비스에 공개념을 도입한 잘못된 개념이다.
버스 준공영제는 대중교통이란 빌미로 버스 서비스에 공개념을 도입한 잘못된 개념이다.

버스 파업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청와대와 여당이 ‘대통령 공약’이라면서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무리하게 추진한 데 있다. 발등의 불은 일단 껐지만,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버스기사 임금 감소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은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 있다.

사실 버스 서비스는 법적으로 지방 사무인데 선거를 앞두고 요금을 올리는 데 부담을 느끼는 지자체장들이 벌인 물귀신 작전에 국토부가 끌려간 형국이다. 그리고 검토하는 정책은 주민의 세금을 쏟아 붓는 준공영제의 확대 방안이다. 준공영제 자체가 잘못된 방안이기에 이의 확대는 참으로 문제 있는 정책 방향이다.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연기된 것에 불과하기에 앞으로도 폭탄 돌리기는 계속될 것이다. 이번 버스파업 종결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으며 계속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부담을 초래할 것이다.

거의 모든 정책을 두고 문재인 정부 들어와 두 가지 특징이 관찰된다. 하나는 사전적으로 의견을 잘 수렴해 문제 해결 방안을 적정 시점에 제시하기보다는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나 무턱대고 문제를 국민 세금을 투입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파업에 즈음하여 국토부와 여당이 제시한 대안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요금인상이고 다른 하나는 버스 준공영제의 전국적 확대이다. 문제가 야기된 근본적 원인은 문재인 정부의 역점 정책인 근로시간 단축이고 중앙정부는 오래 전부터 파업이 예상되었는데도 뒷짐 지고 있다가 파업이 임박해서야 지자체를 압박했다.
 

문제의 본질과 대책의 원칙

중앙정부, 지자체, 버스회사, 근로자, 이용자 등이 고통을 분담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들 한다. 문제는 양보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데 있다. 원칙과 본질에 따라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이번 버스노조 파업은 버스 운송업에서 발생한 파업이지만 논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운송업 전반에 대해 먼저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운송업은 운송하는 대상이 사람이거나 화물일 수 있다. 사람을 운송하는 수단에는 버스, 택시, 지하철, 철도, 선박, 항공 등이 있고 화물을 운송하는 수단에는 트럭, 철도, 선박, 항공 등이 있다. 파업 대책을 포함하여 운송 서비스 관련 정책을 국가가 수립 집행함에 있어서는 다양한 운송 수단 각기의 특성을 잘 살핌은 물론 각 수단의 시장적 여건 즉 수요와 공급 요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버스, 택시, 선박, 항공은 민간기업이 공급주체이고 지하철은 지방 공기업이 그리고 철도는 국가 공기업이 경영주체이다. 버스, 택시, 지하철은 도시 내에서 경쟁하는 대체 운송수단이고 버스, 철도, 항공은 장거리 사람 운송을 두고 경쟁하는 대체 운송수단이다. 선박은 바다에서의 운송수단이고 항공은 하늘에서의 운송수단이다. 지하철과 철도를 두고 공기업 형태로 정부가 개입하는 이유는 지하철, 철도 모두 시설투자와 관련하여 엄청난 고정비가 발생하고 개별 운용과 관련하여 변동비가 매우 적어 서비스 제공에 따른 평균비용이 계속 하락하는 소위 비용체감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든 운송 서비스는 사적재이지 공공재가 아님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대중교통’이라는 단어에 현혹되어서는 아니 된다. ‘대중’이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는 우리 주위에 부지기수로 많다. 의류, 식료품, 휴대폰 이용과 미용 등 수없이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정부의 개입 없이 기본적으로 시장을 통해 대중이 잘 소비 향유하고 있다. 사적재인 운송 서비스도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을 통해 수요 공급되기 마련인데 사실 정부가 요금(가격)에 개입해 지금까지 문제를 키워왔다.

버스 노동자들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 책임지기에 장시간 과로해서 안 된다고 하거나, 버스를 학생이나 서민이 주로 이용하기에 공공성을 인정해 특별 취급을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수없이 많은 다른 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으며 버스 서비스 말고도 학생이나 서민이 소비하는 재화와 용역이 부지기수로 많다. 버스 서비스 버스기사 학생 서민 어느 것 어느 누구도 특별하지 않기에 특별히 취급할 이유가 없다.

버스 운송 서비스를 두고는 소비자인 고객과 공급자인 버스회사는 버스요금을 매개로 하여 각기 최선의 의사결정을 한다. 소비자는 버스, 택시, 지하철, 승용차 중 운송수단을 선택하고 버스회사 주인은 다른 수없이 많은 사업기회 중 최선의 업종을 선택한다. ‘대중교통수단’ ‘공공서비스’란 명목으로 버스 서비스에 국가가 개입하는 데서 문제가 초래된다. 많은 사람이 버스요금을 ‘공공요금’이라 하는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버스회사는 수입의 최대화와 비용의 최소화 노력을 통해 유지된다. 버스요금이 수년 동안 동결되어 온 결과로 수입에 인위적인 제약이 가해졌으며 앞으로 시행될 근로시간 단축은 버스회사의 비용을 급상승 시킬 것이다. 협상이 타결된 8곳 모두에서 타결된 주된 요인이 임금인상이었다. 버스요금을 자율화하고 근로시간과 임금에 관해 노사 자율에 맡기면 파업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버스요금을 포함하여 모든 교통요금이 외국에 비해 너무 저렴하다. 버스요금을 자율화하면 학생과 서민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할 것이다. 금수저 학생들에게 무차별로 요금을 할인해 줄 이유가 없으며 일부 서민에게 낮은 요금을 적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면 교통바우처제도를 도입하면 될 것이다.
 

대통령 공약이라면서 무리하게 추진한 주52시간 근로제 강제시행이 버스파업의 주 원인이다.
대통령 공약이라면서 무리하게 추진한 주52시간 근로제 강제시행이 버스파업의 주 원인이다.

준공영제는 참으로 잘못된 대책

버스 서비스를 두고 세 가지 운영 방식이 있다. 첫째는 민간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인 민영제, 둘째는 버스 노선과 운행, 수입금 등을 시 또는 공공기관이 맡아 운영하는 방식인 완전공영제, 셋째는 버스 운행은 민간기업이 맡고 경영관리와 수입 및 부족분에 대해서는 시 또는 공공기관이 맡아 운영하는 방식인 준공영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는 완전공영제에 가까운 준공영제를 운영 중이고 여타 지역은 준공영제를 채택하고 있다.

준공영제는 토지 공개념처럼 대중교통에 공개념을 접목한 체계다. 노선 배분과 같은 버스 회사의 수익과 근로조건을 좌우하는 정책·지원이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버스에서 나오는 모든 수입을 지자체가 일괄 수거한 다음 각 버스회사에 분배한다. 운송비를 제외한 적자분은 전액 지자체가 보전한다. 운행은 회사가 하지만 의사결정이나 책임은 지자체가 지는 공공경영시스템인 셈이다. 적자 노선 폐지를 방지하고 경영개선, 근로조건 향상에 기여하는 제도로 평가 받는다.

적지 않은 지자체에서 ‘공공성 확보’라는 공영제의 장점과 ‘경영 효율화’라는 민영제의 특성을 살리겠다며 8개 지자체에서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회사는 지자체가 설정한 노선에 맞춰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자체는 수익을 일괄관리하면서 운행 실적에 따라 수익을 각 회사에 배분하고 적자를 보전해준다는 것이 버스 준공영제의 취지이다. 일견 훌륭한 제도처럼 보이나 엄청난 문제와 모순을 안고 있다. 대중교통이란 빌미로 버스 서비스에 공개념을 도입한 자체가 잘못이다.

관(官)과의 유착은 차치하고라도 버스회사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이다. 보조금 횡령 부당수령 불법정비 관련 등 눈먼 돈 챙기기, 족벌 경영, 운행하지 않는 잉여 버스차량에 대한 '깜깜이' 재정지원, 매출과 수익 인건비 등 주요 경영 상태 비공개 등의 비리와 문제가 심각하고 비일비재하다.

최근 언론에는 버스 준공영제 아래 빚어지는 각종 비리와 문제들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 보조금 횡령, 비용 부풀리기, 잉여버스에 대한 재정지원 등과 함께 수익을 소수의 오너들이 독차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주축이다. 한마디로 준공영제 아래 민영제의 경영효율이 추구되기는 커녕 오히려 공공성을 빙자한 ‘눈먼 돈’ 먼저 차지하기 게임이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다.

대전의 한 버스 회사에서 75세와 82세 직원이 4년 동안 출근 한 번 하지 않고 5000만 원과 1억 원을 월급으로 받은 것이 적발됐다. 2004년부터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의 버스 업체 65곳 가운데 42곳은 사장의 친·인척이 임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5개 버스 회사에 대표로 이름을 올려놓고 8억 원의 연봉을 챙긴 버스업자도 있다. 수원에서는 준공영제 버스 회사 두 곳을 운영하는 회사 대표가 회계장부를 조작해 시에서 지원금 10억여 원을 받아내 형사 처벌을 받았다.

지난해 5000억 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은 서울 시내버스 65개 업체 가운데 23곳의 경영 실태를 들여다보니 주주에게 지급된 배당금만 220억 원이라고 한다. 65곳 가운데 38업체에 대한 감사보고서버스 분석에 따르면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평균 72.1%에 달했다. 이는 코스피 상장사 평균(35%)의 2배를 넘어서는 수치다. 업체들이 국민 혈세로 배당 잔치까지 벌인 것이다. 순이익이 23억 원에 불과했던 A사는 1명뿐인 주주에게 순익의 2배인 46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재된 준공영제 대상 인천시내버스 6개사 중 5개사가 지난해 주주들에게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배당금을 지급했다. B사는 당기순이익이 3300만 원인데 배당은 6억 원을, C사는 당기순이익이 800만 원인데 1억 원을, D사는 당기순이익이 8400만 원인데 2억 원을 배당했다고 한다. 부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전자공시 대상 버스업체 15곳 중 3곳에서 배당금이 당기순이익보다 많았다. 제주도의 경우 버스 준공영제 시행 후 교통 불편 신고가 오히려 시행 전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국토부는 준공영제 확대를 앞두고 ‘엄격한 관리하에서 공공성을 확보하고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면밀하게 제도를 설계하겠다”고 하며 완벽한 제도 설계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현재의 제도를 설계한 정책 당국자도 당초 면밀히 설계한다고 하였을 것임에도 왜 오늘날 문제투성이 이고 각종 비리가 난무하는가? 이번에 제도를 설계하는 정책 당국자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전지전능한 사람이리라는 보장을 누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준공영제의 비리와 문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버스업체들의 경영 상태를 아무리 합리적으로 진단해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들의 감시·감독권을 아무리 강화해도, 정부가 적자를 보전해주는 탓에 버스회사가 수입과 무관하게 예산을 집행하는 한 효율성이 떨어지고 비리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의 양산은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준공영제의 폐지가 답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주 52시간 근로 및 준공영제 평균 월급을 전국 모든 버스에 적용할 경우 약 1조 3433억 원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서울시의 경우 작년에 준공영제 운영에 54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준공영제는 시장원칙에 위배되고 준공영제 운용에 투입되는 세금을 두고 납세자들에게 세 부담 불공평을 초래하고 소비자에게 공짜의식을 주입시킨다. 문제는 버스 고객의 버스 이용 빈도가 천차만별이고 납세자의 세금 부담도 천차만별이라는 데 있다.

지방세인 재산세 징수에 의해 서울시가 5400억 원을 준공영제 운영에 투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지원에 힘입어 현재 버스요금이 1200원인데 만약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요금이 1500원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가정해 보자. 재산세 납세자도 아니고 버스를 타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납세자이면서 버스를 타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버스 고객 중에는 재산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사람도 있고 재산세를 많이 납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버스 서비스 제공에 따른 비용은 소비자의 적정 요금부담에 의해 충당되거나 준공영제에서와 같이 소비자의 낮은 요금부담과 일반인의 세금에 의해 충당될 수밖에 없다. 모든 서울시 납세자가 똑 같은 정도로 버스를 타지 않는다. 왜 내가 낸 세금으로 버스 이용자를 보조해 줘야 하는가?

똑 같은 세금을 납부한 경우에도 왜 버스 이용 빈도가 낮은 사람이 더 많이 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보조를 해 줘야 하는가? 광역버스의 경우 국비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인데 문제 있는 발상이다. 시내버스든 광역버스든 모든 버스는 같은 버스이다. 왜 광역버스는 국비 지원이고 시내버스는 지방비 지원인가?
 

근본적 해결책은?

답은 간단하다. 버스요금은 버스 이용자인 고객이 전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맞다. 인간의 몸을 보호하는 의류 그리고 생명과 관련한 식료품과 같은 ‘귀중한’ 재화의 소비에도 세금이 투입되지 않는다. 세금은 공짜가 아니다. 문자 그대로 혈세이다. 서울시가 버스 준공영제에 투입하는 5400억 원을 시민의 교육 복지 환경 보건은 물론 서울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투입되기를 바라는 시민이 많을 것이다.

정부는 예고한 파업을 이틀 앞둔 13일에야 버스업계에 대한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 확대 방안을 포함한 대책을 내놨다.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은 노동시간 단축의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신규 인력 충원에 드는 인건비와 기존 인력 임금 감소분 보전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민의 세금에만 의존하는 참으로 무책임한 대책이다. 대중교통인 버스 서비스를 놓고 안전성과 편의성이라는 양질의 서비스를 대중이 향유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은 무엇일까?

첫째, 버스 서비스를 철저히 시장 기능에 맡겨 버스 고객과 사업자 모두 최대의 만족을 얻도록 해야 한다. 최고의 서비스는 경쟁을 통해 제공된다. 4차 산업혁명시대 걸맞는 기술혁신도 정부가 손때고 경쟁이 보장될 때 가능하고 최대화된다.

둘째, 버스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경기도 버스요금 인상 관련 담화문에서 “우리나라 버스 요금은 영국의 4분의 1, 미국의 3분의 1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했다. 서울의 버스 요금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동결된 상태지만 버스 회사 인건비는 매년 평균 4% 수준으로 꾸준히 올랐다. 대다수의 버스회사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가격통제 즉 낮은 요금 때문이다.

사적재인 버스 서비스의 가격을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관행이고 정책이다. 요금인상과 더불어 지하철처럼 탑승 거리에 따라 요금을 차등(할증)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적정 수준에로의 요금인상은 2~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하되 일단 적정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물가 수준 상승에 맞춰 매년 인상시키면 될 것이다. 버스요금을 자율화하면 학생과 서민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할 것이다. 금수저 학생들에게 무차별로 요금을 할인해 줄 이유가 없으며 일부 서민에게 낮은 요금을 적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면 교통바우처제도를 도입하면 될 것이다.

셋째, 버스요금이 자율화되면 그에 상응해 지자체의 재정 지원을 삭감하고 준공영제는 자동적으로 폐지시켜야 한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 졸음운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버스기사 승객 보행자 등 100명 이상의 인명 손실은 준공영제의 지속이나 도입으로 예방되는 것이 아니다.

넷째, 주 52시간제는 폐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주 52시간제를 꼭 도입해야 한다면 현재의 주 64시간에서 갑자기 주 52시간으로 단축하지 말고 5~6년에 걸쳐 매년 2~3시간씩 점진적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탄력근무제나 유연근무제와 관련한 논의를 다시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최 광 미래한국 편집고문·전 보건복지부 장관
최 광 미래한국 편집고문·전 보건복지부 장관

다섯째, 법적 정년의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버스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업종에서 정년의 획일적 적용을 지양하되 업종별 모델을 만들어 대비해야 한다. 서울·대구·인천·울산·창원의 경우 정년을 63세로 연장했거나 연장할 예정이다. 버스기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노사 모두에게 불가피한 선택이다.

여섯째, 불법 탈법 파업에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 최근의 버스파업 예고는 물론 우리 국민은 시도 때도 없이 심심하면 택시파업 지하철파업 철도파업에 시달려 왔다. 각종 파업 때마다 노조는 명분이 명확한 경우보다 명분 없이 공익에 반하는 파업을 하기 일쑤였고, 많은 경우 합법보다는 불법파업까지도 일삼았다. 매번 정부의 대응은 근본적 해결책 마련보다는 임기응변적 미봉책으로 정치적 타협으로 일관했다. 잘못된 관행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일곱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자제되어야 한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2년간 무려 30% 가까이 올려 서민 경제에 폭탄을 던졌다. 영세업체와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에 몰리자 정부는 6조 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만들어 뿌리면서 불만을 무마하느라 여념이 없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저소득층 일자리가 사라지자 3년간 약 77조 원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해 노인 용돈 벌이 일자리나 단기 알바 자리만 양산하고 있다.

버스 문제는 어쩌면 한결 쉬운 과제인지도 모른다. 택시 문제를 생각하면 더 답답하다. 얼마 전 어렵사리 이뤄진 카풀(차량공유)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 합의’도 택시 기사의 4번째 분신과 이어지는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로 진통을 겪고 있다. 급기야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를 운영하는 쏘카 대표를 업무적으로 직접적 당사자도 아닌 금융위원장이 호통을 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우면서도 2018년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위원장을 맡았던 현장의 혁신전략가에게 호통을 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결국 내년 총선까지 이 상태로 시간이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그때 정부는 또 어떤 선택을 할까 기다려진다.

또 다른 교통수단으로 잦은 파업의 원천인 택시 문제와 지하철 문제도 모두 위에 제시한 일곱 가지 대책과 같은 맥락에서 해결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버스, 택시, 지하철을 각기 별개로 놓고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보다는 함께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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