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한국은 美·中의 ‘데이터 식민지’인가?
[전문가진단] 한국은 美·中의 ‘데이터 식민지’인가?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 승인 2019.06.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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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데이터 홍수 시대로 개별 회사가 관리하고 싶은 막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모두 자체적으로 개별 전산실 서버(중앙 컴퓨터)에 보관하고 이용하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다. 클라우드(cloud)는 자체 전산실 서버를 이용하는 대신 타회사의 대용량 데이터센터 저장 공간을 빌려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로, 필요한 만큼만 빌려 쓸 수 있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어디서나 업무가 가능하다.

클라우드는 대용량의 가상 저장 공간인 구름(cloud) 속에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만 꺼내 이용한다는 뜻에서 시작된 비즈니스 용어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인공지능(AI), 비즈니스 데이터 플랫폼,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등으로 기업이 다뤄야 할 데이터양이 폭증하는 점도 클라우드 시장을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들이 속속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작년에 약 1조 9407억 원 수준으로 세계시장(208조 1000억 원)의 1%에도 못 미쳤지만 성장이 매우 빨라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는 삼성전자, 현대차, LG 등 글로벌 대기업과 클라우드 시장의 주요 고객인 게임업체가 많은 데다 민간 기업(종업원 10인 이상) 클라우드 활용률도 아직 12.9%(2016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 20% 정도의 고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독점하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의 중요 기술들인 빅데이터, AI, 자율주행차 등의 발전에 우리가 만든 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들 데이터들이 대부분 클라우드에 보관되고 국내에서 활동하는 클라우드 기업이 거의 외국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만든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주권’을 상실할 수 있고 잘못하면 ‘데이터 식민지’가 될 우려가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미국의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과 중국의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이다.

물론 한 기업이 외국 클라우드 기업에 맡긴 빅데이터를 그 기업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는 있으나 외국 클라우드 기업들은 자국 정부에서 특별한 이유를 들어 요구할 때 자기가 관리하는 빅데이터를 자국 정부에게 보여줄 의무도 가지고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점유율 상위 5개 회사와 그 비중을 보면 2017년 기준으로 <그림 2>와 같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글로벌 기업과 맞붙을 국내 클라우드 업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의하면 국내 클라우드 기술은 2017년 기준 미국의 72.4% 수준이고 일본과 중국에도 뒤져 있으며 이미 국내 시장에서 외국 기업의 클라우드 점유율이 80%를 넘는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마존과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고 LG 그룹은 아마존, 구글, MS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IT 서비스 기업인 LG CNS, 삼성 SDS, SK C&C 등도 해외 기업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들의 협력사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면 LG CNS는 LG 그룹이 생산하는 빅데이터의 클라우드 전환과 운영 지원이라는 제한적인 보조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 선점을 위해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물리적 장소인 데이터센터이다. 아마존의 AWS는 가장 일찍이 2016년 1월 서울 가산동에 데이터센터를 지어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MS와 구글도 2016년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과 클라우드 운영 업체인 에퀴닉스도 국내에 데이터 센터를 마련할 예정이다. 구글은 2016년 LG 유플러스와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을 맺어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0년 서울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토종 클라우드 기업으로 가장 큰 기업은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으로 한국은행, 코레일 등 정부와 공공기관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다음으로 삼성 SDS는 삼성그룹 산하에 일부 계열사의 고객을 가지고 있고 더존비즈온은 전사적 자원관리(ERP) 서비스 국내 1위 업체인데 새로운 분야인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외에도 LG 유플러스, 한글과컴퓨터, KT, NHN 등이 있으나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며 외국 기업들과는 경쟁 상대가 안 되고 있다. 한국이 IT 강국으로 불렸지만 고부가가치 클라우드 시장은 해외기업의 놀이터가 돼 우리가 만든 빅데이터를 외국 기업들에 맡긴 셈이며 이들 외국 기업이 우리의 데이터를 어떤 형태로든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외국 기업에 맞서려면 국내 업체의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가 필수적이다. 국내 업체로는 네이버가 선두주자이나 현재 춘천에 가지고 있는 데이터센터는 용량이 작아 경기 용인에 새 데이터센터를 짓는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차질을 빚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용인 공세동 일대(약 15만m3)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는 클라우드 첨단산업단지(공세동 프로젝트) 조성을 위해 2023년까지 54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용인 데이터센터 건설의 첫 삽을 뜨지 못했다. 해당 지역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려면 정부의 산업단지 지정이 필요하나 일부 주민의 반대와 용인시의 미온적 태도로 관련 행정 절차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특고압 전기공급 시설에서 전자파가 발생할 수 있고 비상발전시설과 냉각탑에서 오염물질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래전파공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춘천에 있는 네이버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일상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극저주파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극저주파 국제 권고 기준은 2000mG이고, 네이버의 춘천 데이터센터 주변의 전자파는 1mG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되어 일부 주민의 우려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다.
 

토종 클라우드 업체를 육성하지 못하는 정부

2017년 네이버가 용인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할 때는 당시 정찬민 용인시장은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용인시장이 바뀌자 용인시청은 관련 문제를 네이버가 직접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라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립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정부도 아무런 중재 역할을 못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이다.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틱톡(tiktok)’은 최근 10대 청소년이 열광하는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이다. 국내 이용자가 320만 명으로 500만 명인 10대 청소년의 60%를 넘는다. 틱톡의 운영회사는 중국 바이트댄스다. 틱톡은 이용 약관에 ‘이용자 정보는 중국 법령에 따라 국가 당국이 공유할 수 있다’고 명기되어 있다. 국내 청소년의 이름, 연락처, 위치 정보, 취향, 등과 같은 데이터를 중국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국내 청소년 데이터의 주권이 중국 손에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중국산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는 국내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5월 24일 시장조사 업체 랭키닷컴이 국내 스마트폰 앱 사용자를 분석한 결과 인기 상위 15개 중국산 앱 이용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늘어난 1019만 명이었다.

인기 1위는 틱톡이고 2위는 중국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쇼핑 앱 ‘알리익스프레스’로 212만 명이 가입되어 있다. 3위는 스마트폰 성능을 최적화해주는 ‘클린마스터’(152만 명 가입), 4위는 텐센트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147만 명 가입), 5위는 바이두의 사진 보정 앱 ‘포토윈더’(129만 명 가입) 순이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5명에 1명꼴로 중국 기업이 만든 모바일 앱을 쓰고 있고 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의 정보가 대부분 중국에 넘어간다는 사실이며 소위 ‘데이터 속국’이 될 우려가 크다.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고 있는 관세전쟁의 내면을 보면 이는 사실상 기술패권전쟁이다. 이 기술패권전쟁에는 세계의 데이터 확보 전쟁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기술에 대한 견제는 2015년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정책을 발표한 뒤 본격화됐다. 이 전략은 IT, 전기자동차, 로봇, 바이오 등 10대 핵심기술 산업에서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중국 기술 발전에 타격을 주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 금지를 권장하고 있다. 이 통신장비를 5세대(5G) 통신망 등에 사용하면 기밀 데이터들이 중국에 넘어가 데이터 패권이 중국에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AI 기술력은 데이터 활용 여부에 달려 있다. AI는 다량의 데이터로부터 심화학습(deep learning)을 통하여 똑똑해지기 때문이다. 더 많은 데이터로부터 만들어지는 AI가 결국 더 뛰어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 빈국은 절대 AI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데이터 빈국인 한국은 AI 기술력에서 미국과 중국 등에 한참 밀리고 있다.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지는 빅데이터·AI 관련 데이터 전쟁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전반적인 AI 기술력은 미국 대비 78% 수준이고, 유럽(88.1%)은 물론이고 중국(81.9%)에도 뒤처졌다. 중국의 기술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서 발표한 ‘AI 연구지표 국가순위’를 보면 연구 논문의 피인용 순위에서 1위는 중국, 2위는 미국, 한국은 싱가포르(10위), 홍콩(11위)보다도 뒤져 있는 12위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기술패권전쟁으로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데이터 확보전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미국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의 기업을 주도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중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바이두 등을 내세워 데이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데이터’란 말이 있다.

실제로 세계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데이터를 다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로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여기에 속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헬스케어, 전기차, 빅데이터, AI 분야에 진출한 한국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벤처)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들 첨단 분야들에서 한국이 불모지인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각종 규제와 이해집단의 반대이다.

헬스케어, 원격진료 등은 ‘명시된 것 외에는 모두 안 된다’는 포지티브 제도가 버티고 있다. 빅데이터와 AI에서 한국은 이제 선두 그룹을 따라가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뒤처지고 있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2018년 빅데이터 산업 경쟁력은 조사 대상국 63개국 중 한국이 31위로 아시아에서 중국(12위), 대만(13위), 인도(19위) 등에도 뒤져 있다.
 

‘데이터 주권’을 회복하고 빅데이터·AI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현재 AI 기술에서 미국과 중국이 경합 중이다. 이 경쟁은 두 대국이 거의 사활을 걸 정도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으며 기술패권전쟁의 최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AI 기술이 산업과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에도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 앞서가고 있으나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중국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AI 연구비로 17조 원을 쏟아붓고 있고 논문수·기업수·특허수에서 세계 1위에 이미 올라섰다.

그러나 한국은 빅데이터·AI 분야에서 너무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 분야 업무를 기획하고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1년 8개월간 빅데이터와 AI 관련 회의는 단 한 번밖에 열지 않았다. 인력 양성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서울대에는 아직 빅데이터(데이터 과학)나 AI 인재를 양성하는 전문대학원이 없다. 서울대에 빅데이터.AI를 배우려는 학생은 넘처나는데 정원 동결과 학과 이기주의 탓에 통계학과나 컴퓨터공학과의 정원은 오랜 기간 한 명도 늘리지 못하고 있다.

빅데이터·AI는 국경을 넘어 모든 국가 이용자의 데이터를 학습 재료로 쓰며 기술과 서비스를 발전시킨다. 빅데이터의 발전 없이는 AI의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의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중국의 틱톡,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세계 빅데이터 시장을 휩쓸고 있는데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막혀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빅데이터·AI 후진국을 넘어 ‘빅데이터·AI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인 클라우드 시장을 해외에 넘겨주는 것이 치명적이며 데이터를 수집하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묶여 기업들이 제대로 데이터를 수집·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데이터 속국’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속국’으로 갈 우려가 크며 정부와 온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고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은 근면과 기업가 정신으로 산업화에 성공하여 이만큼 발전한 나라다. 기초 원천 기술은 부족해도 기민한 선제 대응으로 반도체, 휴대폰,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등에서 생산 대국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런 전통 산업에 안주하면 반드시 뒤처지게 된다.

빠르게 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찾아 치열함과 도전정신을 보여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과감하게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개정하여 ‘명시되지 않은 것은 모두 가능하게 하는 네가티브 제도로 규제완화를 단행해야 하며 정부가 이해집단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조정해 ‘데이터 주권’ 국가로 새로 태어날 수 있도록 과감한 행정 능력을 보일 필요가 있다.

네이버의 용인 데이터센터 건설은 신속히 추진되어야 하고 외국 클라우드 업체에 대항하여 토종 클라우드 업체들의 발전이 촉진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들의 의욕적인 투자 계획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실천될 수 있어야 한다. 산업화 시절 우리 기업들이 발휘한 ‘기업가 정신’이 다시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있고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 창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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