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세계화의 단서들...경제학자가 그림으로 읽어낸 인류의 경제 문화사
[신간] 세계화의 단서들...경제학자가 그림으로 읽어낸 인류의 경제 문화사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6.10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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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송병건은 늦더위가 한창이던 날 서울 한 귀퉁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여기저기에 낙서하기를 즐기며 자랐다. 청소년기는 과외 금지 조치 덕분에 설렁설렁 보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전공 책보다 역사책을 더 즐겨 읽었다. 졸업 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경제사를 공부했다. 산업혁명 시기 영국 경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 뒤 3년 동안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연구를 계속했다.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유럽 여기저기를 여행하며 박물관과 미술관을 구경하는 재미에 눈을 떴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벼운 흥분감이 느껴지는 증상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0년부터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사 전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서구 사회의 역사적 인구변화, 노동시장과 복지정책, 직업의 변천, 금융공황 등이며,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경제사에도 관심이 많다. 이 주제들에 대해 국내외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근래에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세계화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학술적 저술과 강의에 머무르지 않고 넓은 독자층을 위한 글쓰기와 강연 활동에 마음을 쏟고 있다. 특히 다양한 그림과 사진 자료를 활용한 역사 탐구에 흥미가 많다.

지은 책으로 『세계화의 풍경들』 『비주얼 경제사』 『지식혁명으로 다시 읽는 산업혁명』 『산업재해의 탄생』 『경제사: 세계화와 세계경제의 역사』 『세계경제사 들어서기』 『영국 근대화의 재구성』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세계인구의 역사』(공역)가 있다.
 

그림을 통해 경제사의 흐름을 짚어보는 독보적인 작업으로 주목을 받은 경제학자 송병건이 ‘비주얼 경제사’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을 펴냈다. 『세계화의 단서들』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 책은 앞서 출간한 『비주얼 경제사』(2015)와 『세계화의 풍경들』(2017)을 잇는 후속작이면서 그림 속 경제사 읽기의 완결편이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풍부하고 다양한 비주얼 자료들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매 순간 그림과 사진을 포함한 비주얼 콘텐츠가 무수히 생산·소비되고 있고, 과거에 파묻혀 있던 자료들까지 발굴되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무엇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문제는 저마다의 관점과 관심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책의 지은이는 경제사적 관점으로 그림을 읽고 그 속에서 인류가 거쳐 온 경제사의 흐름을 탐구한다. 즉 그림이 제작된 시대적 맥락을 캐고, 동시대인의 생활상을 재구성하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평가한다. 이러한 방식은 지은이가 추구하는 ‘경제사적 관점으로 그림 읽기’의 핵심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중앙SUNDAY』에 인기리에 연재했던 ‘비주얼 경제사’ 칼럼들을 모아 새롭게 다듬고 확장하여 펴낸 것으로, 그림과 사진은 물론 내용도 더욱 충실하게 보강했다. 그중 네 편의 글을 추가함으로써 시대별 중요한 사건들이 좀더 풍성해지고 짜임새가 높아졌다. 지난해 SBS CNBC에서는 앞서 나온 두 권의 내용을 기반으로 「송병건의 그림 속 경제사」라는 TV프로그램을 제작하여 방영했고, 2019년 5월부터는 이 책을 바탕으로 시즌2를 제작해 방영하고 있다. 

『세계화의 단서들』에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세계화의 진화사’다. 인류가 긴 역사를 지나오는 동안 어떻게 해서 자신이 속한 좁은 세계를 벗어나 낯선 지역, 낯선 사람, 낯선 문화와 접촉하게 되었는지, 이런 접촉의 경험이 축적되어 인간의 삶이 어떤 변화를 맞이했는지를 추적하고 탐구한다. 이 책은 지난 2000여 년 동안의 인류사를 네 시대로 구분해 스물두 가지의 중요한 세계화 경험들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여기서 다루는 소재와 사건들은 세계화가 어떤 시기적·지역적 추세를 나타냈는지를 보여주며, 이런 추세를 낳은 요인들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있다. 즉 기술, 교육, 무역, 제도, 종교, 정복, 혁명, 환경 등 세계화를 촉진하기도 하고 저해하기도 했던 여러 요인들에 대해 인간이 역사의 각 국면에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를 주의 깊게 들여다본다. 

책의 제목이 ‘세계화의 단서들’인 만큼, 지은이는 각 장의 첫머리에 제시되는 그림에서 역사적 단서를 샅샅이 찾고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경제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작들처럼 이 책도 각 장마다 그림에 얽힌 수수께끼를 던지면서 시작되는데, 그림 속에서 단서를 찾을 때에는 미술적 식견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그저 호기심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책에서 단서란 그림 속에서 발견하는 먼 과거에 대한 실마리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책이 담고 있는 각각의 소재들이 세계화의 진화를 이루는 데 단서가 되기도 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세계화의 경제 문화사를 돌아보면서 발전을 이룬 사회의 공통된 특징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개방성과 자발성, 그리고 포용성이다. 개방성이란 폐쇄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낯선 사람, 낯선 사물, 낯선 제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여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외부 세계의 이질적인 요소들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할 때 새로운 변화에 대한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개방성은 내부적인 자발성에 기초해 진행되어야만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어느 지역, 어느 시대에서건 번영을 구가한 사회는 포용적 태도를 견지했음을 발견하고, 사회적 포용성이야말로 지속적인 사회 발전을 도모한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역사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기 마련이라 도출되는 교훈들도 다양하겠지만,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의 중요성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역사에 관심을 갖고서 논의를 지속하여 우리 사회가 지향할 방법과 방향을 좀더 뚜렷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더 나아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발생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소회를 밝히고 있다.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1부 「고대와 중세」에서는 제국의 형성, 장거리 무역, 종교적 교류 등의 주제를 다룬다. 진시황의 중국 통일, 이슬람 세계의 팽창, 유럽 내륙 국제시장의 발달, 순례를 통한 교류, 염료 무역과 소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산과 무역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국가와 종교는 어떤 상호작용을 했는지 등에 관해 들여다본다. 

2부 「확장하는 세계」는 근대 초에 발생한 세계사적 변화들에 주목한다. 정화(鄭和) 원정대의 탐험, 콜럼버스의 교환, 커피나 차와 같은 기호음료의 등장, 국제적 금융버블, 북극항로 개척 시도, 서양 요리의 변천 과정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개방되고 확장되었는지, 이질적인 문화와 요소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다음으로 3부는 18세기 이래 「산업사회의 형성」을 주제로 한다. 연금술과 과학의 발달, 장거리 수학여행, 계몽주의 사조와 산업혁명, 특허제도의 변천, 독일의 공업화 사례에 관해 풀어가면서 기술과 제도는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또한 사상은 경제 발전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했는지에 관해서도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4부는 「세계화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글로벌한 세계 질서가 형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탄생 과정, 구아노 무역의 번영과 쇠퇴, 러시아혁명의 전개, 중국 대약진운동의 역사, 대기오염의 시기적 변화, 그리고 근대 올림픽의 역사라는 주제를 통해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 문화, 환경에 관한 요소까지 세계화의 궤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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