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특경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기업인의 회생 막는 취업제한 철폐 필요하다"
[긴급진단] 특경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기업인의 회생 막는 취업제한 철폐 필요하다"
  • 김정호 김정호의 경제TV 대표·전 연세대 특임교수
  • 승인 2019.06.1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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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 들어 대기업 총수들의 힘을 줄이기 위한 정치적·법적 조치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4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하 특경법) 시행령 제10조 개정안도 그런 움직임 중의 하나다. 배임, 횡령 등 특경법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은 대기업 총수가 자기 회사를 경영하지 못하도록 이사로의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채이배 의원의 특경법 개정안, 금태섭 의원의 같은 법률 개정안도 구체적 표현과 범위는 다르지만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법률과 시행령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자. 특경법은 사기 (업무상) 횡령, 배임, 수재 등 범죄의 경우 금액 5억 원 이상일 경우 가중 처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에 더하여 법 제14조는 이 법으로 유죄판결 받은 자에 대하여 일정 기간 동안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제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을 가하고 있다. 취업제한의 구체적 범위는 동법 시행령 제10조가 규정하고 있는데 주로 공범이나 범죄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얻는 제3자와 관련된 기업체에 대해서만 취업을 제한한다는 것이 기존 시행령의 내용이다. 개정령은 취업제한 대상 기업체의 범위를 확대해서 ‘범죄행위로 인하여 재산상 손해를 입은 기업체’도 포함시켰다.
 

2017년 8월 25일 특경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017년 8월 25일 특경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채이배와 금태섭 의원의 법률개정안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안은 2019. 5. 7.경 공포를 거쳐 이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2019. 11. 8.경부터 시행되고 시행 후 경제범죄를 범하여 형이 확정된 사람부터 적용된다.

웅진그룹 케이스로 본 구체적 영향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등을 인수한 후 건설경기가 침체되어 자금난을 겪게 되었고 2012년 9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그 과정에서 사재출연과 계열사 간의 지원을 통해 그룹 자금난을 해결하려 했지만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하지만 부실계열사 지원은 불법행위라는 의심을 받게 되었다.

2013년 8월 검찰은 윤석금 회장과 임원들을 배임횡령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언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혐의와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2012년 7~8월에 1000억 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 CP를 발행한 혐의.

- 2009년 3월부터 2011년 6월까지 렉스필드컨트리클럽의 회사 자금으로 웅진플레이도시를 지원해 회사 측에 592억 5000만 원의 손해를 끼친 배임 횡령 혐의

- 2011년 9월부터 2012년 5월까지는 웅진홀딩스·웅진식품·웅진패스원의 회사자금을 끌어다 웅진캐피탈에 지원해 968억 원의 손실을 입힌 배임 횡령 혐의

1심과 2심의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심: CP 발행 혐의는 무죄,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가 제기된 범행액수 1560억 원(562억 + 968억) 가운데 1520억 원에 대해 유죄로 인정. 윤석금에게 징역 4년 선고.

- 2심: 2015년 12월 열린 2심에서 윤석금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 신광수 웅진에너지 부사장과 이주석 전 웅진그룹 부회장은 공모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이유는 우량계열사 동원에 앞서 윤 회장이 사재 1800여억 원을 부실회사에 먼저 출연해 본인이 큰 손실을 감수했고, 계열사 지원 동기도 사적 이익 추구가 아니라 계열사의 경영 정상화였다는 점 등이 인정되었기 때문. 윤 회장 등은 2심판결에 승복, 상고를 하지 않아 형이 확정. 웅진은 2014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조기종결 결정을 받았다.

2012년 10월 회생절차가 개시된 지 1년 4개월 만이다. 2016년 7월에는 계획보다 6년 앞당겨 빚을 완전 변제했다. 유죄 판결로 윤 회장은 2020년 말까지 회사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고 출국에도 지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죄판결을 받은 윤 회장과 임원들이 행위 당시에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의 등기이사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정확한 판단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주 단순히 생각해 본다면 기존의 특경법 시행령에 의해 윤석금 회장의 취업제한 대상 기업은 지원의 대상이 된 웅진플레이도시와 웅진캐피탈이다. 또 공범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임원들이 행위 당시 임원으로 있었던 기업도 취업 제한 대상이 된다.

개정된 시행령이 발효되면 지원의 주체가 되었던 웅진홀딩스·웅진식품·웅진패스원 및 렉스필드칸트리클럽에 대해서도 등기이사로 취임할 수 없게 된다. 특경법에 의한 취업제한 규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형벌은 죄의 경중과 비례해야 한다. 즉 죄가 가벼우면 형벌도 가벼워야 하고 죄가 무거우면 형벌도 무거워야 한다. 이 비례관계가 깨지면 우선 공평이라는 가치가 침해된다.

또한 범죄행위에도 영향을 준다. 비례성을 무시하고 죄의 경중과 관계없이 모든 죄를 무조건 중벌로 다스린다면 가벼운 범죄로 끝날 것도 중죄로 번질 가능성이 생긴다. 벌은 죄의 경중에 비례해야 한다. 특경법상 취업제한을 당하는 사람들은 이미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며 그 벌은 재판부가 죄의 경중에 따라 부과한 것으로 봐야 한다.

특경법 제14조에 의한 취업제한은 거기에다가 추가되는 실질적 형벌이다. 더욱이 취업제한의 형벌적 효과는 죄의 경중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즉 취업제한 되는 회사의 규모가 크다면 죄가 가벼운 사람에게도 형벌효과는 무거울 것이고 취업제한되는 회사의 규모가 작다면 죄의 경중과 무관하게 형벌효과는 가벼울 것이다. 따라서 특경법상 취업제한은 형벌의 비례성을 파괴하며 불합리하다.
 

형벌은 죄의 경중과 비례해야 한다. 개정된 특경법 시행령 조항은 문제가 있다.
형벌은 죄의 경중과 비례해야 한다. 개정된 특경법 시행령 조항은 문제가 있다.

특경법에 의한 취업제한의 불합리성, 취업제한과 형벌의 비례성 파괴

취업제한은 회사에 해롭다. 취업제한은 제한이 되는 회사에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는 세 가지 차원에서 설명이 필요하다. 첫째 재범률 문제다. 만약 배임 횡령 등으로 특경법의 처벌을 받은 사람이 같은 회사에서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면 취업제한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재범 가능성이 낮은 사람을 전과자라는 이유로 취업제한시킨다면 해당 회사로서는 좋은 경영 자원을 잃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마약은 50.5%, 도로교통법 45.4% 등으로 재범률이 매우 높다. 기업 경영자에게 주로 발생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해당 사항이 별로 없는 것이 배임죄다.

배임죄의 재범률은 7%로 매우 낮다. 즉 기업경영자가 배임 등의 죄를 지었다고 해서 재범을 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런 사람을 경영에 참가하지 못하게 막는 것은, 또는 참여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회사에 손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잠재적 범죄 예방 효과다.

즉 취업제한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경영자들이 배임이나 횡령을 저지를 확률을 낮출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이 정당한 방법인가의 문제다. 취업제한이 경영자 중 잠재적 범죄자의 범죄 확률을 낮출 수 있는 이론적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앞서 논의했듯이 형벌효과의 비례성이 깨지기 때문에 중죄를 유도할 가능성 또한 있다.

무엇보다 범죄예방효과를 징역 벌금액수 등 형량 자체로 결정할 일이지 비례성도 없는 취업제한을 수단으로 얻을 일은 아니다. 따라서 범죄예방 효과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경영행위만 제약하는 것이어서 회사에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 셋째, 웅진그룹 케이스처럼 불합리하게 범죄가 된 경우 경영자의 취업제한이 회사에 결정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 윤석금 회장과 임원들이 계열사 지원행위를 한 것은 위기에 처한 웅진그룹 전체를 구하기 위함이었다.

여유가 있는 계열사로 하여금 자금난을 겪는 계열사를 지원하게 해서 자금난을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다. 지원을 하는 계열사로 보면 배임 행위가 될 수 있지만 그룹 전체로 보면 대다수 주주에게 이로운 행위일 수 있다. 실제로 그렇다는 것은 1년 4개월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6년만에 채무를 조기상환했으며 2019년 현재 과거의 사세를 되찾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경영자에 대한 취업제한은 아마도 결정권을 가진 윤석금 회장의 활동에 상당한 제약조건이 되고 있을 것이고 그것은 그룹 전체가 더 잘 될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호 김정호의 경제TV 대표·전 연세대 특임교수
김정호 김정호의 경제TV 대표·전 연세대 특임교수

배임죄, 횡령죄 판단의 모호성과 취업제한의 해악

웅진그룹의 케이스에서 볼 수 있듯이 어려움에 처한 그룹을 살려내는 과정에서 배임죄가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금난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계열사로 하여금 어려움에 처한 계열사를 지원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일 때가 많을텐데 이것이 배임과 횡령일 가능성이 높다.

지원 주체 계열사의 입장에서는 제3자인 자금난에 처한 계열사에게 이익을 줬으니 배임죄가 된다. 그리고 경영자가 지원 대상이 된 계열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지원 주체 계열사의 돈을 횡령한 것이 된다. 만약 기업들이 자금난에 처했을 때 계열사들끼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내부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과연 해당 그룹 기업의 주주들과 채권자들과 경제 전체에 더 좋은 것일지는 의문이다. 대법원은 2017년 SPP조선의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 다른 판결을 내렸다.

즉 정당한 경영상의 판단이라면 계열사간 지원을 했더라도 배임이나 횡령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정당한 지원이었는지의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계열회사 지원이 △공동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 △지원 대상회사와 규모를 합리적으로 결정했는지 △지원한 계열회사로부터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기대할 수 있었던 상황인지 등이 제시되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을 확립된 판례라고 볼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즉 웅진그룹사건 같은 것이 다시 발생한다고 할 때 과연 배임과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당한 계열사 지원행위마저 배임죄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결정자에 대해 추가적으로 가해지는 취업제한은 회사의 회생 과정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즉 특경법 위반으로 죄과를 치른 경영자에게 취업제한까지 가하는 것은 해당 기업을 위해서도 불합리한 조치라는 말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사건을 예로 들어 특경법에 의한 취업제한 조치확대의 불합리함을 살펴봤다. 취업제한은 형벌의 비례성을 파괴한다. 기업경영자들에게 주로 문제가 되는 배임죄의 경우 재범률이 낮기 때문에 취업제한은 불필요하게 회사의 정상적 경영을 제약하는 것이어서 해롭기도 하다.

사례처럼 정당한 자구활동이 배임 횡령 등으로 처벌받는 상황에서 덧붙여지는 취업제한은 회사의 자구활동을 더 제약한다. 이번 개정된 특경법 시행령 조항은 해로운 효과를 더 크게 만든다. 개정된 특경법 시행령 조항은 되돌리는 것이 좋다. 더 나아가 특경법 제14조에 의한 취업제한 조항 자체도 폐지하는 것이 해당 기업과 채권자와 경제에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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