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文정부 김원봉 띄우기는 고도로 기획된 것
[이슈분석] 文정부 김원봉 띄우기는 고도로 기획된 것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6.2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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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앞장서 항일 무장투쟁으로 공산주의자·아나키스트 띄우기, 최종 목표는 김일성?

문재인 대통령이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언급한 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단체들을 중심으로 김원봉 독립유공자 서훈 추진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엔 서훈 추진 청원까지 올라왔다. 여권은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권에서는 “고도로 기획된 김원봉 서훈 추진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야권이 의심하듯 문재인 정부 들어 김원봉 논란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 2015년 영화 <암살>을 기점으로 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김원봉을 언급하기 시작하면서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후 “마음속으로나마 김원봉 선생에게 최고급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 잔 바치고 싶다”고 토로한 바 있다.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 단장을 지냈던 김원봉(金元鳳·1898~1958)은 광복군 부사령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등을 지냈고 1948년 남북협상 때 북한으로 건너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낸 월북인사다.

1948년 9월 북한 내 서열 7위에 해당하는 국가검열위원장 자리에 오른 김원봉은 자타 공인 전쟁전문가로 6·25전쟁에도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다. 일제 때 나라의 독립을 위해 무장 투쟁했으나 결국엔 동족에 총부리를 겨눈 전범(戰犯)으로 전락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쟁 기간 북한 ‘노동상’이 된 김원봉은 1957년 9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초기 내각 기념사진에 김원봉이 보인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초기 내각 기념사진에 김원봉이 보인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만일 6·25전쟁에 반대했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면 불가능한 인사 조치였음은 불문가지다. 김원봉은 “조국 해방 전쟁(6·25)에서 공을 세웠다”며 노력 훈장까지 받았다. 국가보훈처는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 및 적극 동조한 것으로 판단되거나 정부수립 후 반국가 활동을 한 경우에는 포상에서 제외한다. 그러나 정권교체 후 보훈처는 슬그머니 견해를 바꿨다. 지난 4월에는 ‘약산 김원봉의 독립운동에 대한 현재적 검토’ 토론회를 직접 개최하기도 했다.

국방부도 거들고 나섰다. 국방부는 6월 10일 “김원봉의 활동에 대해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부분이라면 어느 정도 기록의 필요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며 “김원봉의 공적을 창군 과정에 반영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군사편찬연구소가 지난해 김원봉의 조선의용대 결성 사실 등을 군(軍) 연혁에 추가할 것을 국방부에 제안한 데 대한 응답이다.

같은 날 찬반 여론조사 결과도 언론에 보도됐다. 리얼미터가 OBS 의뢰를 받아 지난 6월 7일 전국 성인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P)에 따르면 김원봉 서훈에 대해 찬성 응답이 42.6%, 반대 응답이 39.9%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봉 띄우기는 김일성에 면죄부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언급한 후 보이는 이 같은 일련의 흐름에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 대통령의 추념사는 고도로 기획된 김원봉 독립유공자 서훈 수여를 위한 제2차 작전의 시작”이라며 “항일투쟁 공은 인정되지만 6·25를 일으킨 김원봉을 통해 주류세력 교체와 국가 정체성 재정립 작업이 ‘보훈정책’으로 시도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익종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펜앤드마이크와 인터뷰에서 “김원봉을 서훈해주면 ‘독립운동 한 김일성은 왜 안 되느냐’는 그런 얘기가 나오게 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긴다거나 하면 남북연방제로 아주 스무드하게 가려는 그런 노림수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근 김원봉 논란과 관련해 일찌감치 자락을 깐 것은 언론이었다. 한국방송 KBS(사장 양승동)는 지난 해 공산주의자 김원봉을 그리는 대하드라마를 제작한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공영방송의 역사 왜곡 시비를 자초했다. KBS 측은 지난 해 7월 18일 “내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념해 약산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 기존 KBS 대하사극 시간대로 편성이 유력하다”며 “현재 캐스팅과 편성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KBS 내부에서 김원봉 드라마 제작 부적절성을 지적한 반대 여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KBS공영노조는 다음 날 성명을 통해 “김원봉은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했지만 1948년 남북 협상 때 월북해 북한 노동당,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한 당시 북한의 핵심 인물”이라며 “한국전쟁에 깊이 개입하고, 남파 간첩을 교육시킨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대하드라마를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가 거액을 들여 제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발했다.

공영노조는 “한국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이런 인물을, 단지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드라마로 만든다면, 김일성도 대하드라마로 만들어도 된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KBS의 제작 방침에 당시 자유한국당도 비판 논평을 내놨다. 한국당은 “남파간첩을 지휘한 북한 정치인을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대하드라마의 주인공을 다룬다고 한다”며 “노골적인 방송 장악에 이어 KBS를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 아닌 북한의 공영매체로 만들려는 문재인 정권의 행동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문 대통령 현충일 추념사로 인해 김원봉 논란이 다시 불거진 후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KBS의 김원봉 재부각 노력도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다. 숱한 논란 끝에 정작 KBS는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하드라마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김원봉 서훈 이슈를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을 돕기 위한 홍보 차원의 노력은 계속되는 셈이다.

KBS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는 6월 10일 김원봉의 조카로 알려진 김태영 씨를 초대해 “김원봉을 왜 현충원에서 언급 못합니까? 김원봉은 김구보다 더 치열하게 산 사람” “북한에 가고 싶어서 간 것 아니야, 남한에 정착 못해 도망가다시피 떠난 것” 등의 발언을 소개했다.
 

김일성 뒤를 따르는 박헌영과 김원봉
김일성 뒤를 따르는 박헌영과 김원봉

좌익 수구에 정당성 주는 꼴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는 6월 12일 김원웅 광복회장이 출연해 ‘친일기득권세력이 독립운동가 폄하 수단으로 이용한 서훈 규정은 잘못된 것’, ‘독립유공자는 ‘광복 이전’ 행적으로만 평가해야. 김원봉 서훈 가능토록 개정해야’, ‘약산은 월북 아니고 친일세력이 쫓아낸 것. 남한에 있었으면 생명 부지 못했을 것’ ‘독립군 토벌 세력이 국군의 주류. 文 “광복군이 국군 모태” 발언, 눈물겨운 명예회복 노력’ 등 취지로 한 발언들을 전하기도 했다.

이웃 공영방송 MBC는 KBS가 포기한 김원봉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이몽’을 이미 5월부터 방영 중이다. MBC는 이 드라마를 위해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몽’ 제작진은 논란을 의식한 듯 “실제와 허구의 이야기가 섞인 드라마로, 김원봉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자유한국당은 4월 17일 ‘이몽’의 방송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영화 한 편으로 문제적 인물을 평가하는 대통령의 인식도 문제지만, 이에 편승해 독립유공자 서훈을 추진하는 보훈처에 이어 이를 위한 여론 조성용으로 드라마까지 제작하겠다는 정권 나팔수들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며 “김원봉을 영웅처럼 그리는 것은 북한의 침략으로 피 흘린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자 6·25 참전용사와 전사자, 그리고 수많은 사상자 및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심각한 모욕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여론 반발에도 공영방송까지 가세해 무리하게 김원봉 띄우기를 시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김용삼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김원봉 문제를 띄우는 배경은 ‘항일 무장투쟁’을 선명하게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진단했다. 김 편집장은 “김원봉은 아나키스트로서 의열단을 조직하여 일본 식민통치자는 물론, 그에 협조하는 세력들을 폭력·암살·파괴·테러 등의 방법으로 제거하고자 했다. 때문에 일제 치하에서 화끈한 무장투쟁을 오매불망 선호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를 띄우면 띄울수록 항일 무장투쟁은 도덕적 권위가 더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펜앤드마이크 최근 칼럼에서 “좌익 수구꼴통주의자들의 법률에 의하면 애오라지 화끈한 ‘항일 무장투쟁’이면 모든 죄는 사면 내지 방면된다”며 “우리 근현대사에서 의열단 김원봉처럼 화끈한 ‘항일 무장투쟁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유하고 있는 인물은 김성주(후에 김일성)인데, 아직은 국민감정 상 그를 띄우는 데는 애로 사항이 많다. 따라서 꿩 대신 닭으로 내세운 것이 김원봉”이라고 여권이 김원봉을 띄우는 이유를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만약 그를 독립유공자 명단에 올려놓는 일에 성공할 경우 다음 수순은 뻔하다”라며 “대한민국에 반기를 들고 북한 정권 수립에 공헌한 김원봉도 독립유공자로 만들었으니 일제 하 중국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은 공산주의자건 아나키스트건 뭐건 어느 누구인들 독립유공자로 만들지 못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문재인 정부와 언론의 김원봉 띄우기가 결국 국가 정체성 파괴에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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