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태양광 비리의혹 보도에 경고한 윤도한 靑수석 ‘방송법 위반’ 논란
KBS 태양광 비리의혹 보도에 경고한 윤도한 靑수석 ‘방송법 위반’ 논란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6.26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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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제작진 일동 사내 게시판에 글 올리며 반발…“윤 수석 KBS 측 누구에 시정조치 요구했는지 밝혀야”

지난 주 방송된 KBS 1TV <시사기획 창> ‘복마전 … 태양광 사업’ 보도 이후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KBS 고위급 간부에 사과방송 등 시정조치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은 ‘<시사기획 창> 제작진 일동’으로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방송 후 윤 수석이 “즉각 시정 조치를 요구했지만 사흘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다면서 “KBS 측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정 조치를 요구했는지 밝히길 바란다”며 “<창> 제작진은 지금까지 어느 누구로부터도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다. 다만 청와대 측 요구를 전달받은 KBS의 그 누군가가 제작진에게 끊임없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입장문 발표도 막았다고 추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작진 주장에 따르면, 윤 수석이 KBS 고위급 간부로 추정되는 관계자에게 사과방송 등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의사를 전달했고, 제작진의 반박 입장문 발표도 막은 셈이다. 게다가 지난 22일(토)로 예정돼 있던 해당 프로그램 재방송도 결방됐다.

제작진 주장이 사실이라면, 윤 수석은 방송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이미 비슷한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 해 12월 박근혜 정부 이정현 전 홍보수석은 KBS보도국장에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항의 및 읍소했다가 방송의 편성과 자유를 보장한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제작진은 그러면서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고 주장하는 사안에 대해 <창> 제작진은 방송 전에 사실관계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심지어 청와대에도 수차례 입장 표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이어 “<창> 제작진은 지난 18일 방송된 <복마전...태양광 사업>이 허위 보도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진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이에 제작진은 방송 이후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이 소상히 밝혀지길 바라며, 보도본부 수뇌부 등이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이번 사안에 대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경고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 아래는 미래한국이 입수한 <시사기획 창> 제작진 성명 전문 -

<복마전...태양광 사업>을 외압으로 누르려 하지마라

지난 18일, KBS 1TV <시사기획 창> ‘복마전 … 태양광 사업’ 보도 이후 보도본부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창> 제작진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 청와대의 ‘사과 방송’ 요구

보도가 나가고 사흘 뒤인 지난 21일 청와대 측은 <시사기획 창> 제작진이 아무런 사실 확인도 없이 허위 내용을 방송했다며 사과방송을 요구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직접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는 무슨 근거로 사과방송을 요구 하는가

이미 지난 2012년 방송법상 방송통신위원회의 사과 방송 명령조차도 위헌이라는 판결까지 내려졌다.

● 보도본부 수뇌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보도본부 수뇌부들의 행태도 <창> 제작진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청와대 주장을 일방적으로 옮겨 적은 기사들이 출고돼 KBS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데도 보도본부 내부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했다.

청와대 브리핑 당일인 지난 21일 제작진은 청와대 측 주장에 대한 반박 입장문을 작성했지만 끝내 발표되지 않았다.

보도본부 수뇌부가 “로우 키(Low Key)로 가자”느니 “2~3일만 지나면 잠잠해진다”느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제작진의 입장문 발표를 막았다.

제작진의 반박 입장문은 사장실까지 보고가 됐다.

문제는 또 있다.

청와대 윤도한 수석은 “즉각 시정 조치를 요구했지만 사흘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밝혔다.

KBS 측 누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정 조치를 요구했는지 밝히길 바란다.

<창> 제작진은 지금까지 어느 누구로부터도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다. 다만 청와대 측 요구를 전달받은 KBS의 그 누군가가 제작진에게 끊임없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고, 입장문 발표도 막았다고 추론하고 있다.

● 예정된 재방송은 결방

결국 지난 22일(토)로 예정됐던 해당 프로그램 재방송은 끝내 결방됐다.

재방송 방송 예정일 하루 전인 21일 편성본부에서 재방송 여부에 대한 문의가 있었고 <창> 제작진은 아무 문제없다고 분명히 밝혔지만 대체 편성이 이뤄졌다.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고 반발하기만 하면 재방송도 결방시키는 것이 KBS가 추구하는 언론관인지 묻고 싶다.

편성본부장은 재방송 불방을 결정한 경위를 밝히고, 그 과정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엄중 문책할 것을 요구한다.

● 청와대는 적법 절차를 준수하라

청와대 측이 보도 내용에 수긍할 수 없다면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 등에 정정 보도 등을 신청하면 된다.

청와대가 허위 보도라고 주장하는 사안에 대해 <창> 제작진은 방송 전에 사실관계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음을 분명히 밝힌다. 심지어 청와대에도 수차례 입장 표명을 요청하기까지 했다.

<창> 제작진은 지난 18일 방송된 <복마전...태양광 사업>이 허위 보도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진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이에 제작진은 방송 이후부터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이 소상히 밝혀지길 바라며, 보도본부 수뇌부 등이 제작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이번 사안에 대해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바이다.

<시사기획 창> 제작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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