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치킨인류...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를 탐험하다
[신간] 치킨인류... 인류의 식탁을 바꾼 새를 탐험하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6.2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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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욱정은 연세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인류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런던의 르 코르동 블루 요리학교에서 고급 과정을 마쳤다. KBS 다큐멘터리 [누들로드] [요리인류]를 기획하고 연출했으며, [이욱정 피디의 요리인류 키친]은 프로듀서 및 진행자로도 활약했다.

[주방의 철학자] [자연 담은 한끼] [한식의 모험] [한식의 마음] [도시의 맛] [치킨인류] 등 다수의 요리와 식문화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년여에 걸쳐 10개국을 누비며 제작한 [누들로드] 시리즈로 2010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대상을, [요리인류]로 2015년 제51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시의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사업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쿡쿡』『누들로드』 등이 있다.

[누들로드] [요리인류] 이욱정 PD의 본격 치킨 문화 탐사기 

한 집 건너 치킨집, ‘치맥’의 일상화, 복날에는 삼계탕, 이른바 ‘치느님’이 대한민국의 ‘소울푸드’로 물든 지 오래다. 본디 치킨은 미국식 프라이드치킨을 일컫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한국식 치킨이 전 세계를 가로지르는 식문화가 되었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치킨인류』는 인류가 사랑한 새, 바로 닭에 관한 흥미진진한 탐험기다.

[누들로드] [요리인류]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식문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이욱정 PD가 어느덧 닭의 행성이라 할 만큼 지구적인 현상이 된 ‘치킨인류’의 이면을 특유의 자유롭고 유연한 문화인류학적인 주제의식으로 탐구했다.

각 민족의 역사를 넘어 한 개인의 역사까지 담아낸 치킨을 전 세계의 역사와 문화와 삶을 한번에 살필 수 있는 유니크한 코드로 제시한다. 닭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인도네시아의 야생 들닭 체험부터 탄두리치킨의 인도, 세계의 주방으로 통했던 고대 로마제국의 닭 요리, 저크치킨의 자메이카, 흑인의 아픔이 담긴 미국의 치킨사 그리고 오늘날의 중국, 일본, 한국까지, 이 여정은 그야말로 생생한 전 지구적 ‘치킨 오디세이’라 할 만하다. 

치킨을 보면 세상이 보인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와 삶을 읽는 진진한 코드 


대한민국의 치킨 사랑은 유별하지만 1인당 닭고기 소비 국제 통계를 보면 놀랍다. 한국은 세계 랭킹 2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는 약 1억 톤의 닭고기와 약 1조 개의 달걀이 소비되고 있고, 지구상의 모든 고양이, 개, 돼지, 암소를 합친다 해도 닭의 숫자에 미치지 않는다. 오늘날 인류는 소, 돼지, 양 등 어떤 육류보다 닭고기를 폭발적으로 소비하고 있고 그 추세는 가속화하고 있다. 가히 ‘지구의 단백질’이라 할 닭고기 열풍 현상, 대체 치킨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일까. 

저자는 자칭 ‘닭고기 마니아’로서 이토록 인류에게 친근한 닭의 조상을 파헤치는 것부터 치킨 대장정에 나선다. 1부 「닭의 조상을 찾아서」에서는 공룡의 후손이자 닭의 조상이라 부를 만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뮤와 동남아시아의 야생 들닭을 추적함으로써 어떻게 닭이라는 야생의 새가 인류의 최대 가축이 되었고,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었는가 그 근원을 탐구한다. 

2부 「닭을 보면 문화가 보인다」에서는 식재료로서의 닭고기와 세계의 다채로운 닭 요리법을 통해 인류의 역사와 문화와 삶을 면면히 살핀다. 닭은 아시아의 밀림에서 신비롭게 등장한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가 미래를 점치는 역할을 수행하고, 빛과 부활의 성스러운 메신저가 되기도 한다. 신년 대문 앞에 붙이는 닭 그림으로 나쁜 기운을 쫓는 부적이 되기도, 사회적 위치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투계로서 유흥거리가 되기도 한다. 인간의 죄악을 대신해 제물로 바쳐지는 희생양이 되어온 것은 물론이다. 고대 문명으로부터 지금껏 이어져온 행적을 탐험함으로써 오늘날 전 세계에 뿌리내린 닭의 위상을 제대로 톺아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종교적 제의에 쓰는 닭부터 투계 문화, 코코넛을 이용한 닭 요리를 살피고 인도에서는 탄두리치킨과 각종 향신료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 고유의 종교와 신념에서 비롯한 채식의 관점을 제시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시대를 앞선 코즈모폴리턴 고대 로마인의 닭 요리를 재현하기도 한다. 자메이카에서는 저크치킨의 슬픈 유래와 밥 말리를 필두로 한 레게 문화와의 연관 관계를 살핀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특정 조리법이자 고유명사가 된 ‘프라이드치킨’ 곧 진짜 ‘소울푸드’의 역사를 흑인 노예사와 함께 추적한다. 중국에서는 미각의 대륙답게 다종 다기한 닭 요리를 맛본다. 

‘치맥’에서 더티치킨까지, 
대륙을 가로지르는 소울푸드를 통해 음식의 윤리를 고민하다
 

3부 「지금 이곳의 닭을 말하다」를 통해서는 일본의 야키토리부터 한국의 백숙, 미국 뉴욕의 한국식 치킨 바람까지 좀 더 우리와 밀접한 요리 대상으로서의 닭고기를 살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식문화의 윤리를 되새긴다. 일본에서는 셰프와 생산자가 공유하고 발전시킨 닭의 교배종을 통해 외식업계의 바람직한 선순환 구조와 태도를 제시한다.

한국에서는 닭 공장을 방문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거치는 이른바 닭 비즈니스의 일면을 살피고 “생명을 가진 가축을 자동차나 휴대폰처럼 원가 절감과 이윤 극대화의 공산품 논리로 사육하고 유통할 때 그 역풍은 소리 없이 우리의 밥상과 몸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고민해볼 만한 화두를 던진다. 또한 해외 셰프들이 본 한국의 닭 요리를 통해 세계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다시 치킨의 본거지 미국으로 날아가 뉴욕에 접목된 한국식 치킨의 면면을 향유한다. 또한 음식을 통한 도시 재생, 지역사회 운동을 특별히 주목한다. 이는 각 나라 각 인종 각 문화를 초월한 인류 식문화의 공유라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다시 돌아와 묻는다. 왜 치킨이어야 할까? 경제 논리로만 설명되지 않는 이 모든 식문화의 결정적 장면에는 영혼을 다스리는 소울푸드가 있다. “식탁에 펼쳐진 끝없는 생명의 사슬”을 매일 매 순간 체험하는 인류의 숙명에 날개를 달아준 새가 닭인 것이다. 치킨을 따라 누빈 그 길을 가로지르다 보면 인류가 근원적으로 마주하고 현재 가장 생각해봐야 할 음식의 윤리 또한 조금은 명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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