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공감의 두 얼굴...‘공감한다’는 말 뒤에 숨어 있는 놀라운 사실들,
[서평]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공감의 두 얼굴...‘공감한다’는 말 뒤에 숨어 있는 놀라운 사실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7.02 04: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른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의 상황이나 기분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은 오늘날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행복해지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이자 긍정적이고 도덕적인 감정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통념에 도전하여 우리가 공감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공감 능력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일들을 다루고 있다. 다시 말해 경직되고 적대적인 감정부터 테러에 이르기까지, 잘못된 연민에서부터 지속적인 억압에 이르기까지, 공감 능력이 발휘된 불행한 결과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공감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그들을 관찰하며, 그들에게 자극받고, 함께 이리저리 흔들리며, 무엇보다 그들을 통해 세상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하르트무트 로자가 주장하듯이 서로의 반향을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공감 능력이 인간 존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전반적으로 고찰하고, 이른바 ‘공감 능력을 지닌 인간(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한다. 단순히 공감에 ‘반대’하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하게 ‘공감에 찬성하는’ 일도 더는 없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저자는 공감의 위험성을 자아 상실, 흑백 사고, 동일시, 사디즘, 흡혈귀 행위 등 다섯 가지 경향으로 나누어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난민 사태 이후 ‘공감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독일의 메르켈 총리, 유권자들을 분열시킴으로써 지지자들을 끌어모은 트럼프 대통령, 스타의 인정과 관심을 받기 위해 대통령 암살 미수범이 되었던 조디 포스터의 스토커 팬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공감은 진화를 통해 발전해온 인간의 생존 조건이다. 점점 분자화?개인화하는 사회에서 반드시 공감을 가르치거나 배워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결국 개인과 사회의 존립은 공감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독자들이 지금까지 익숙했던 공감의 긍정적인 면모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부정적인 면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또 스스로 그것을 발견하도록 인도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잔인한 행동들은 고도의 공감을 요구한다.” 

TV 시리즈 '한니발'에 나오는 대사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그에게 공감하기 위해 스스로 가해자가 되는 연쇄살인마, 성폭행범, 테러리스트, 고문기술자 등의 심리를 이보다 단순 명료하게 설명해주는 문장이 있을까? 아니,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인 쉰들러처럼 선한 동기를 지닌 구원자에게도 고통받는 사람은 자극과 만족의 원천이 된다. 일상적인 폭력이 난무하고, 여러 나라가 살벌하게 대치하고, 새로운 국가주의가 생겨나고, 테러가 발생하는 인간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남의 고통을 함께 괴로워하는 동시에 거기서 쾌감을 느끼는 공감이란 대체 인간 존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사실 공감은 인간이 타고난 다른 능력들처럼 하나의 속성이거나 능력일 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의 중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만약에 전혀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인간으로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기억력보다 공감 능력이 인간 존재에게 본질적인 요소인 셈이다. 

오랜 진화 과정에서 어떻게 공감 능력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요소가 되었을까? 공감이 인간의 진화, 더 나아가 모든 종의 진화에 어떤 역할을 했던 것일까? 저자는 공감을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파헤친다. 

또한 저자는 마음 이론과의 관련성 아래서 공감을 파헤치고, 최신의 뇌 영상 기법을 활용한 공감 연구도 소개하며, 현상학적인 접근법에 대해서도 고찰한다. 저자는 단순히 공감의 어두운 면이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공감의 진짜 얼굴을 드러내고 공감이 메말라가는 시대에 우리에게 어떤 공감이 필요한지를 고민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