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왜 맛있을까.... 옥스퍼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의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음식의 과학
[리뷰] 왜 맛있을까.... 옥스퍼드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의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음식의 과학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7.02 0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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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하고 놀라운 연구로 세계 미식계를 강타한 음식판 괴짜경제학, 《왜 맛있을까》가 드디어 한국에 출간됐다. 미슐랭 셰프들의 ‘구루’, 글로벌 요식업계의 ‘멘토’로 불리는 옥스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는 이 책에서 우리가 음식을 먹고 마시는 동안에 일어나는 과학적, 심리학적 발견들을 유쾌하게 밝혀낸다.

책에는 음악으로 맛을 바꿀 수 있다는 내용처럼 우리의 상식을 깨는 발견은 물론, 접시 위에서 손님에게 중요한 것은 홀수 개냐 짝수 개냐가 아니라 음식의 ‘양’이라는 언뜻 당연해 보이는 사실까지 놀랍고 기발한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음식의 색깔, 냄새, 소리부터 식기의 무게와 질감까지, 레스토랑의 음악부터 셰프의 플레이팅까지, 맛과 음식의 세계에 숨은 비밀이 펼쳐진다. 

찰스 스펜스의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현재 가장 앞서가는 요식업계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미슐랭 3스타 페란 아드리아, 헤스턴 블루멘탈 등 스타 셰프들은 그와 함께 오감 만족의 메뉴와 식당 환경을 조성하고 있고 유니레버, P&G, 네슬레, 하겐다즈, 스타벅스 등을 비롯한 포춘 500대 요식업계들은 그의 조언에 따라 감각과 인간 심리에 기반한 식품 연구 개발로 획기적인 변화와 성과를 일구어내고 있다.

놀라운 과학적 발견과 인간에 대한 심리학적 통찰로 가득한 이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 역시 지적이고 풍성하게 음식을 만날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일상 속 매일의 질문이 이렇게 바뀔지도 모르겠다. ‘오늘 뭐 먹지?’에서 ‘왜 맛있을까?’로. 

“경쾌한 음악은 단맛을, 고음의 음악은 신맛을, 신나는 음악은 짠맛을, 부드러운 음악은 쓴맛을 더 잘 느끼게 합니다. 반면 시끄러운 소리는 단맛을 덜 느끼게 만들죠.” “자꾸 손이 가 원망스러운 간식은 빨간 그릇에 담아두세요. 빨간색에 대한 회피 본능이 있어 손이 덜 갈 겁니다.” 

찰스 스펜스는 우리가 흔히 느낌 혹은 직관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에 사실 정교한 심리적, 감각적 ‘설계’가 숨어있다고 이야기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기분,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다녀왔다는 생각, 먹방을 보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게 된다는 느낌 등. 

때문에 세계 유수의 언론은 이 책을 음식과 맛의 세계에 숨어 있는 ‘넛지’라고까지 평가한다. 음식과 식기의 색깔, 모양에 따라 어떻게 맛이 달라지는지, 혼자 먹을 때와 함께 먹을 때 식사 양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왜 모든 기내식 간은 늘 밋밋하게 느껴지는지 등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선택을 이끄는 음식 속 ‘설계’와 ‘디자인’의 존재와 효과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프링글스 감자칩을 씹을 때, 소리를 증폭하는 것만으로 소리가 없을 때보다 15퍼센트 더 바삭거리고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사과, 셀러리, 당근처럼 씹을 때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음식을 떠올려보세요. 시끄러울 때 더 맛있을 겁니다.” 

얼핏 속임수같이 들리는 이 이야기는 하지만 감각과학과 소비자 심리학의 탄탄한 연구와 과학적 데이터로 증명된 사실이다. 찰스 스펜스는 이 개념에 착안해 간을 적게 하거나 맛이 부족한 음식에 소리로 맛을 더하는 ‘음향 양념’을 개발했다. 2007년 그는 감자칩의 ‘바삭’ 소리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증명해 ‘괴짜 과학자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이그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그는 소리뿐 아니라 음식에 핑크빛 조명을 비춰 더 달게 느껴지게 하거나 음식의 국적에 맞는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개성과 맛을 증진할 수 있다는 사실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한편으로 그는 접시 위의 채소가 시계방향으로 몇 도 기울어야 맛있어 보이는지 알기 위해 온라인으로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실험해 결과를 도출해내기도 했다. 

총 2부로 나뉘는 《왜 맛있을까》의 구성은 가스트로피직스라는 융합지식을 통해 학문 간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성취한 저자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면모를 십분 드러낸다. 

1부에서는 거의 모든 감각의 식탁이 펼쳐진다. 음식의 모양, 맛, 레스토랑의 분위기와 인간의 오감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독자는 자신의 미각, 시각, 촉각, 후각, 청각을 열어두고 새로운 눈으로 음식과 맛을 바라보고 경험하게 된다. 

2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탁이 소개된다. 맛집 소개가 아니니 주의! 1부에서 펼쳐진 오감을 실제 케이스에 대입해 소개한다. 기내에서, TV 앞에서, 혼자서 혹은 여럿이, 로봇 셰프가 차려준 식탁 앞에서 어떻게 하면 맛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다. 그가 제시하는 상황별 매뉴얼과 지침을 통해 독자는 당장 집에서도 미슐랭 3스타의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멋진 식사를 준비할 수 있고,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평생 기억에 남을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찰스 스펜스는 ‘가스트로피직스’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음식과 맛의 세계의 비밀을 풀어낸다. 책의 원제이기도 한 가스트로피직스(Gastrophysics)는 Gastronomy(미식학)와 Physics(물리학)의 합성어. 찰스 스펜스가 인지과학, 뇌과학, 심리학 그리고 디자인, 마케팅 분야를 융합해 창안한 새로운 지식 분야다.

인간의 감각(오감)과 음식의 맛,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무엇을(예를 들어 음식의 색깔, 레스토랑의 조명, 음악, 식기의 질감 등) 바꾸면 더 맛있게 느껴지는지,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과학적, 심리학적 근거에 기반한 대답을 내놓는 것이 가스트로피직스 연구의 특징이다.

 맛집 투어와 먹방에 질린 이들이라면 더 지적이고, 즐거운 식사를 경험할 수 있는 풍성한 팁들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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