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길] 상무정신과 시대정신
[미래길] 상무정신과 시대정신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9.07.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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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戈)과 발(止)로 이뤄진 한자 무(武)는 무기를 메고 걸어가는 위풍당당한 모습을 그렸다. 흥미로운 사실은 선비 사(士)는 허리에 차는 도끼를 의미했고 고대에서 선비(士)는 문인(文人)이 아니라 왕을 지키는 무인(武人)을 뜻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무사(武士)라는 말은 널리 쓰였어도 문사(文士)라는 말은 흔히 쓰이지 않았다.

보수주의는 지켜야 할 만한 전통적 가치를 지키고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정신이다. 그것은 우리가 상무(尙武)정신이라고 하는 것과 본질에서 비슷한 것 같다. 그렇기에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는 보수주의 정신이 강한 지역일수록 국민들의 상무적 기질이 강함을 목도하게 된다.

영국의 근대 계층인 신사(紳士), 즉 ‘젠틀맨’은 자신의 향촌을 지킬 수 있는 무인(武人)의 능력도 갖춰야 했다. 무기(武器)의 소지는 귀족의 특권이었고 그들에게 자유와 소유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무력을 통해서라도 스스로 지켜내야 하는 가치이자 실체였다.

우리나라에서 상무정신은 군인정신과 같은 것으로 인식되었다. 과거 군 엘리트들이 정치와 산업을 주도하던 시대에는 이들의 상무정신이 일반 국민들이 따라야 할 모범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싸우면서 건설하고, 건설하며 싸우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고난을 이겨내고 시련을 극복하며 희망에 도전하는 정신은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고장, 내 국가를 지키자는 상무정신으로 발현되기도 했다.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오늘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부강한 나라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풍요의 삶은 도전해야 할 가치와 고난의 역사를 망각하게 한다. 위기는 그렇게 찾아온다. 먼저 시민정신으로서 상무정신이 약해지고 군인들이 대접받지 못하고 경시되는 풍조가 만들어진다.

소위 ‘민주화’ 시대에서, 소위 보수나 진보 어느 정권에서든 군인들의 위상은 점점 위축돼 왔다. ‘보수(문민)정권은 군인들을 자신들이 부리는 아랫계층으로 보았고 진보정권은 안보이념에서 군인들과 맞지 않았다’는 군 원로의 고백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군인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죽은 武人의 사회’! 우리는 지긋지긋한 조선시대의 전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인가.

동아시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동북아 질서를 재편하려는 중국과 이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미국 간에 건곤일척의 헤게모니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 두 국가는 물론 주변국들은 모두 상무(尙武)적 기상으로 무장하고 있다.

중국은 역사적 자긍심을 바탕으로 제국의 꿈을 키우고 있고 미국은 소명(召命) 받은 국가로서 예외주의에 입각해 중국의 패권 추구를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일본은 산업 전사들이 일군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대국을 꿈꾸고, 병영국가 북한은 핵을 무기로 남한을 적화 통일하겠다는 의지를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대한민국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문재인 정부는 ‘평화’라는 이름으로 대북 군사태세를 하나둘씩 무너뜨리더니 이제는 대놓고 ‘평화를 지키는 것은 군사력이 아닌 대화’라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정치다. 건강한 상무정신은 보수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발굴해 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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