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진정한 대안들을 마련하는 길
[전문가진단] 진정한 대안들을 마련하는 길
  • 복거일 작가
  • 승인 2019.07.05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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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경제 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이름이 가리키듯 이 모임은 현 정권의 경제 정책들에 대한 근본적 대안들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자연히 여느 때보다 훨씬 근본적인 수준에서 논의를 시작하고 훨씬 대담한 대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나는 그처럼 힘든 지적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방법론적 태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경제는 한 나라가 비교적 독자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분야이다. 다른 나라들의 반응을 민감하게 고려해야 하는 외교나 안보보다 훨씬 자율적으로 정책들을 세우고 추진할 수 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이고 북한의 위협을 받는 터라 외교와 안보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정책을 세우고 추진하기는 어렵다.

이 점은 현 정권의 실적에서 괴로운 모습으로 드러난다. 현 정권은 모든 부문에서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를 허물고 자신들이 추종하는 전체주의로 대신하려 시도했다. 그래서 우리 경제는 단 두 해 만에 깊이 병들었다. 그러나 우방들과의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현 정권의 집요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의 수석대변인’ 소리를 들었어도, 우리의 외교나 안보는 경제보다는 훨씬 덜 허물어졌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경제 정책들을 마련하는 일에서 우리는 대담할 수 있다. 우리는 현 정권의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경제 정책들에 대한 근본적이고 대담한 대안들을 마련해서 시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병이 워낙 깊은지라, 시민들도 그렇게 근본적이고 대담한 대안들을 바라고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

근본적이고 대담한 대안을 마련하는 일에서 제약 요인은 상상력의 한계이다. 상상은 가장 힘든 지적 활동이다. 직관이나 통념을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찾아내는 일은 참으로 힘들다.

그리고 실은 겁나는 일이다. 상식이나 통념에 벗어나는 생각을 입밖에 내는 일보다 더 두려운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위대한 발견과 발명을 한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 사회처럼 순응적인 사회에선 특히 그렇다.

따라서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우리는 자신들의 상상력을 격려해서 가능성의 한계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우리는 새롭고 가치 있는 대안들을 찾을 수 있다. 이 일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교훈은 위대한 과학소설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클라크의 관찰이다. 그의 관찰은 흔히 ‘클라크의 법칙들’로 불린다.

제1법칙(First Law): 뛰어나지만 나이 든 과학자가 어떤 것이 가능하다고 언명하면, 그는 거의 분명히 옳다. 그가 어떤 것이 불가능하다고 언명하면, 그가 그를 가능성은 무척 높다. (When a distinguished but elderly scientist states that something is possible, he is almost certainly right. When he states that something is impossible, he is very probably wrong.)

제2법칙(Second Law): 가능한 것의 한계들을 찾아내는 유일한 길은 그것들을 조금 지나 불가능한 것들 속으로 발을 디뎌보는 것이다. (The only way of discovering the limits of the possible is to venture a little way past them into the impossible.)

제3법칙(Third Law): 충분히 발전한 기술은 무엇이든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Any sufficiently advanced technology is indistinguishable from magic.)

지금 이 자리의 논의에서 특히 적절한 것은 제2법칙이다. 상식과 타성에서 벗어나 논리적이지만 불가능해 보이는 대안들을 살피는 것은 우리의 논의의 성공에 꼭 필요하다.

아쉽게도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상상을 발휘하기는 참으로 힘들다. “사회에 부족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상상력이다”라는 격언이 그 점을 일깨워준다.

상상이 힘든 것은 그것을 떠받치는 힘이 논리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제약 없이 생각들을 떠올리는 것은 상상이라기보다 백일몽이기 쉽다. 흔히 ‘상상의 날개를 타고’와 같은 표현이 쓰이지만 그것은 피상적 견해를 드러낼 따름이다.

상상은 기본적 가정에서 논리를 따라가는 것이다. 기본적 가정은 대부분의 경우 사실이지만 때로는 반사실(counterfactual)일 수도 있다. 수학적 추론은 전형적이다. 공리와 원시적 용어들(primitive terms)을 바탕으로 삼아 논리를 따라 방대한 수학 체계가 도출되는 것이다.

모든 진정한 상상은 수학적 추론과 본질적으로 같다. 흔히 반직관적인 현대 물리학 지식들은 논리를 끝까지 밀고 나간 사람들이 찾아냈다.

경제 정책을 논의할 때 기본적 가정이 되는 것은 이념이다. 보다 정확이 얘기하면 사회 철학이다. 사회의 본질, 특질 및 구성 원리에 대한 견해들을 체계화한 것이다. 사회와 그 구성원들인 개인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견해에 따라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로 (요즈음 관행을 따르면 자유주의와 전체주의로) 나뉜다.

당연히 모든 경제 정책들은 이념적 뿌리가 있다. 현실적으로 경제 정책들에 관한 논의는 그런 이념적 뿌리를 찾아내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이념적 검토가 없이 대뜸 정책들을 다루는 것은 논리의 전개에서 잘못된 추론이 끼어들 가능성을 크게 할 뿐 아니라 논리가 뻗어나가는 것을 막는다. 즉 아서 클라크가 추천한 “불가능한 것들 속으로 발을 디뎌보는 것”을 방해한다.
 

복거일 작가
복거일 작가

이념이 경제정책의 뿌리

경제 정책들을 다룰 때 먼저 이념적 뿌리를 살피는 일은 현 정권의 이념이 대한민국의 구성원리인 자유주의에 대립하는 전체주의라는 사실 때문에 더 중요해진다. 그 동안 현 정권은 전체주의에 뿌리를 둔 정책들을 추진했다. 사소해 보이는 정책들까지, 전채주의에 뿌리를 뒀다. 그리고 병든 우리 경제는 전체주의에 뿌리를 둔 명령경제적 정책들의 문제들을 잘 드러냈다. 따라서 현 정권의 경제 정책들에 대한 대안들을 마련하려면 우리는 먼저 현 정권의 정책들이 전체주의 이념에서 나왔음을 밝혀내고 그것들의 문제들이 바로 그런 사정에서 연유했음을 드러내야 한다. 이것은 빼놓기 쉽지만 더할 나위 중요한 절차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의 자유주의자들은 이 일에 소홀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현 정권의 핵심적 정책인 ‘최저 임금의 가파른 상승’이다. 그 정책은 비참하게 실패했다. 당연히 시민들은 그럴 듯해 보이는 그 정책이 실패한 까닭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제의 성격과 문제점들을 자세히 드러내는 일은 미흡했다.

‘미흡하다’는 표현은 실은 완곡어법이다. 지난 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0대 국회 임기 안에 최저임금을 6000원에서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자 새누리당은 곧바로 9000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런 자세로 총선에 임했으니 대한민국의 구성원리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킨다는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으로서나 대한민국으로서나 좋은 결과가 나올 리 없었다. 이제라도 최저임금이 왜 문제를 일으키는지 시민들이 알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제는 아주 원시적이고 거친 정책이어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일자리를 갖지 못한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한다.

고용자에게 최저임금을 강요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이하로는 일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같다. 당연히 가장 능력이 낮은 사람들에게서 일자리를 빼앗는다. 반면에 바로 위 계층 이상은 높은 임금을 받게 된다. 즉 가장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강요된 희생을 통해서 보다 잘사는 사람들이 이득을 보게 되는 제도라서, 더할 나위 없이 부도덕하다.

한계적 일자리들을 줄이므로, 경제 전체가 위축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형편이 나빠진다.

이처럼 최저임금제의 중대한 문제들을 명확하게 비판하는 것은 긴요하다. 결코 생략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명쾌하게 비판한 뒤에 비로소 자유주의에 뿌리를 둔 대안들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제에 대한 대안으로는 이론적으로 아름답고 실제로 잘 작동한다는 것이 증명된 ‘음소득세(Negative Income Tax)’ 제도가 존재한다. 정부의 소득세와 보조금을 하나의 개념으로 묶은 이 멋진 제도는 일반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를 안았다. 그러나 최저임금제의 문제들을 모든 시민들이 겪은 터라서, 이제는 시민들에게 자세히 설명해서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 정권의 전체주의적 정책들이 안은 문제들을 드러내면 자연스럽게 보다 대담한 대안들이 떠오르고 그런 대안들을 시민들이 이해하고 동의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변혁의 기운이 무르익었다. 정책을 실제로 입안할 사람들이 논리를 끝까지 추구해서 대담한 대안들을 내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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