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자사고 폐지가 불러올 ‘강남 8학군’
[이슈분석] 자사고 폐지가 불러올 ‘강남 8학군’
  • 전수아 자사고학부모연합회장
  • 승인 2019.07.08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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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사회 또는 도덕시간에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그리고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헌법 제1조 1항의 조항이다. 헌법의 첫 머리에서 언급되듯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 조항은 사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임시헌장에서부터 유래된 매우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꼭 100년 전 봄날, 다른 나라의 침략에 짓밟혀 나라의 주권마저 잃어버린 바로 그 땅 위에서, 한사람 한사람이 흘린 피땀과 뜨거운 함성에 의해 비로소 국민이 주인이 된 나라, 정의와 자유, 그리고 평등을 기치로 내세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1919년 임시정부를 그렇게 수립하고 새로운 나라의 탄생으로 알렸던 것이다.

그렇게 기초를 세운 헌법은 그 어떤 누구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두고 있다. 그런데 지금 백년지대계라 하는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주적이어야 하는 이 나라의 교육정책은 어떤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지역 교육감의 이념에 따라 하루아침에 교육제도가 바뀔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 학부모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명문사학이며 뚜렷한 건학이념을 가진 서울자사고들을 평가하고 검증해 선택하고 우리 아이들의 선택권을 존중해 진학시켰다.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학교 선택권을 박탈하는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학교 선택권을 박탈하는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 정책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자사고 폐지 외친 지식인들 자녀 입시의 진실은?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는 국민 기본권이며 학교 선택권이다. “교육이 하향 평준화가 된다, 강남 8학군이 부활한다”는 것이 뻔히 보이는 결과인데도, 아무런 대책 없이 우리 아이들의 ‘학교 선택권’인 ‘교육받을 권리’를 명백히 제한하고 평등교육만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와 가치를 훼손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교육정책들을 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여론수렴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자유’가 아닌 마치 ‘사회주의’식의 평등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정치적 이념이 가미된 ‘자사고 폐지정책’은 헌법의 자유와 이념을 무시한 채 평등교육만을 주장하며 헌법의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와 공감을 함께 얻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엔 소위 잘 나가는 의사, 변호가가 나온다. 지상 최대의 목표가 의대합격이다. 드라마에서 신경외과 교수인 황치영은 시골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온다. 아들인 우주가 명문 자사고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황치영과 이수임 두 부부는 극 중에서 가장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로 나온다. 이들은 주민들의 잘못된 행동에 쓴소리도 하고 지나친 교육열로 자녀를 입시지옥으로 내모는 현실을 비판한다.

하지만 이들 역시 아들인 우주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시골에서 굳이 서울의 명문 자사고에 지원하고, 아들을 위해 이사까지 한 것은 그만큼 입시에 관심이 크기 때문 아닌가. 이것이 현실이다. 교육에 대한 철학이 뚜렷하고 소신이 단단한 사람도 막상 자기 자녀의 일이 되면 평소 생각과 다르게 움직여지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자사고 폐지를 외치면서 정작 본인 자녀는 특목고, 자사고, 외고에 보내는 것이 부모마음임을 이해하고, 인정한다. 하지만 정치, 특히 교육을 그것과 연관시켜 내 아이 교육이 끝났다고 자사고 폐지를 외치는 것은 정말 우스운 그야말로 ‘내로남불’ 아닌가.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 있는 명문사학을 불공정한 평가기준을 내세워 투명하지 않은 평가방식으로, 자의적 기준에 못 미치는 학교는 무조건 탈락할 수 밖에 없다고 단정짓는 것은 나라의 근간을 흔들어 우리 아이들의 교육이 정치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임을 느끼게 한다. ‘학교를 계층 서열화하는 정책은 없어져야 한다. 이는 고교교육 정상화의 길이다’, ‘앞으로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 등은 학교의 구체적인 운영성과 평가와 무관하게 교육감의 이념적 지향에 따라 무조건 권한을 행사하겠다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정취소로 인한 학교 서열화의 방지라는 목적은 자의적이고 추상적이며, 과연 자사고가 폐지되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자사고의 특별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보지 않고 무조건 입시위주의 귀족학교로 전락했다는 것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무슨 권리로 정한 기준인가.

정치공약으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의 자녀들을 졸업시킨 것은 아무리 그럴듯한 말과 글을 갖다 붙여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주장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사람이 강북 쪽에 살다가 자녀가 고교입학할 때 쯤 강남으로 이사하고 유명 사립고에 보내더니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서울대에 입학시켰다는 기사를 최근에 봤다. 말로는 강남을 비판하고 자사고를 비판하고 없애야 한다고 하지만 자기 자식일이 되면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부모 마음이라며 이해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나라를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공적인 자기 주장과 사적인 행동 사이에 모순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원화 된 사회에서 여러 형태의 학교를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쉽고 단순하게 생각해보고 싶다.

비 강남 아이들이라는 것, 정책 의도가 어떻든 나의 정치공약이 어떻든 예기치 못한 부정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좋은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때문에 다시 예전처럼 강남으로 이사 가는 행태가 더 심하게 나타나게 될 것이고, 강남 8학군은 부활하게 될 것이며, 다시 유학의 비중이 높아지고, 이것은 교육 격차를 확대하고, 경제적 형평성에도 다시 어지러운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만약 자사고가 없어지게 되면 누가 가장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가

벌써부터 명문 일반고 선호도가 높아져 특히나 분양시장에서는 교육환경에 따라 분양 성적이 좌우될 정도로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 올 봄 분양에서 명문교 바로미터인 서울대 입학생을 다수 배출하는 고등학교 인근에서 신규 분양이 나오며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한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일반고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며, 부동산 시장에서 학군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한 예로,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가 분양 예정인데 올해 서울대를 18명 배출해 5위를 차지한 학교 인근의 분양가가 폭등하고, 비강남권에서는 양천구 근처의 16명의 서울대 배출생을 낸 일반고교 근처의 집값이 다른 곳에 비해 오르고 있다는 결과가 있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갈수록 심해지고, 내 자식은 나보다 더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교육당국이 알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학교를 무너뜨리면 학교 다니던 아이들은 그 혼돈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공부에 집중하고 꿈을 찾아 떠나라는 것인가.

조금 더 다양한 교육과정을 원하고 조금 더 나은 교육환경을 원하는 부모들은 강남 8학군을 찾아 떠나가라는 것인지, 유학을 가라는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하향 평준화되어가는 교육수준에 맞춰 그저 그런 인생을 살아가라는 것인지 그에 대한 해답도 없이 책임지지도 못할 거면서 우리 아이들의 학교를 불공정한 평가지표로 평가하여 폐지를 시킨다, 만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21세기를 살아가는 2019년에, 1980년대 후반에 나타났던 ‘8학군병’ ‘8학군 열병’ ‘8학군증후군’의 재등장을 보고 싶은 것인지,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묻고 싶다. 내 자식들 교육이 끝나 성인이 되었다고 다른 아이들은 눈에 안보이는가.
 

학교의 주인은 아이들,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생각해 주기를

자사고 다니는 아이들 80명에게서 교육감에게 전하는 작은 편지를 전달 받았다. 자사고가 귀족학교다, 그래서 폐지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고 아이들은 이야기했다. ‘우리집 학원갈 돈 없어서 이 학교에 왔어요’ ‘악기 배우고 싶어서 학교에 왔어요’ ‘우리학교 건드리지 마세요’‘우리집 전세 살아요’ ‘외고 갈 걸 그랬어요’ 등 등.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한 그 어떤 어른들보다 현명하고,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잘 찾아내는 아주 훌륭한 식견(識見)을 지니고 있다. 이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학교를 어떤 것으로, 어떤 근거로, 무엇으로 평가를 할 것인가.

어렵지 않게 정말 쉽게 얘기하고, 어렵지 않게, 쉽게 답을 얻고 싶다. 자사고는 학생 한명이라도 낙오자나 공포자(공부포기자)로 느끼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하는 학교이다. 자사고가 폐지되면 많은 학부모들은 평준화된 일반고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교육의 현장으로 아이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

결국 학원과 과외의 질적인 차별화는 끝없는 사교육비 지출과 절대적인 학원 의존 학습에 도달하게 된다. 많은 일반고 학부모들조차 교육당국이 자사고와 벌이는 자사고 폐지의 부당성 논쟁을 일반고를 향한 개선과 관심으로 바꿔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성북 강북 지역의 학부모들은 자사여고의 새로운 지정을 기대하고 있을 정도이다. 현재 혁신학교나 자사고 모두 선생님들 업무의 과중함이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런 업무 과중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선택적인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자사고 폐지와 더불어 어떤 정책과 대안이 나와도 공교육의 불만과 논란은 계속 될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재학하게 될 학생들의 자리를 일방적인 심사기준으로만 결정하지 말고 마지막 공교육의 다양성으로 봐주기를 부탁한다. 큰 것을 원하고 특별함으로 대우받기를 원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교육의 기회와 선택의 기회를 우리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는 부모마음을 외면하지 말고, 학교의 주인은 학생임을 동의한다면 재학 중인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수렴 또한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헌재의 결과도, 어떠한 정치공약도,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갈 우리 아이들의 꿈과 열정, 희망, 선택을 막을 권리도, 평가할 권리도 없다. 잘못을 저지른 아이도 엄중한 벌을 내리기 전에 훈계하고 지도를 하는 것이 교육 현장이다. 그곳에서 열심히 배우고 가르치는 아이들과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평가기준으로 공정한 평가를 이뤄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좋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학생, 학부모, 그리고 학교가 원하지 않는 자사고 폐지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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