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보물탐뎡... 어느 고서수집가의 비밀노트
[신간] 보물탐뎡... 어느 고서수집가의 비밀노트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7.09 0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집과 경매를 통해 오래된 책과 문서를 구입하고, 거기에 얽힌 사연을 추적하는 ‘보물탐정(寶物探偵)’의 비밀노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많은 옛 물건들이 보물탐뎡의 손을 거치면, 진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값비싼 ‘보물’로 재탄생한다. 한자가 빼곡한 낡은 종이뭉치가 알고 보니 유서 깊은 양반 사대부의 시집(詩集)이고, 단돈 5천 원짜리 종이쪼가리가 150만 원의 가치를 가진 조선시대 과거시험 성적표일 줄이야! 

《보물탐뎡: 어느 고서수집가의 비밀노트》는 저자가 직접 수집한 고문서와 서책들의 컬렉션, 그에 얽힌 스무 가지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혼란한 국제정세 속에서도 유유자적 시화를 즐긴 조선 양반들, 친조카를 머슴으로 팔아먹은 어느 삼촌, 친일 부역자의 뻔뻔함이 담긴 부채, 일본인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조선통신사, 구한말 영어공부에 매진해 출세한 학생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군상의 사연이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문서의 연대·저자·내용에 대한 단서를 하나하나 발견하고 추적해내는 수사 과정이 극적인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조선시대 생활상, 문화, 예술 등에 대한 상식도 풍부하게 전해준다. 

옛 글과 책에 얽힌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다루는 역사·인문 교양서. 고서(古書) 전문 수집가인 저자가 ‘보물탐뎡’이 되어 고서 수집·경매의 세계, 유물의 가치를 알아내는 추적기법, 그리고 옛 글 속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또, 한문과 역사에 대한 풍부한 식견, 그리고 고문서 감정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역사의 흔적들을 흥미진진하게 추적한다. 
여유롭게 시를 지으며 풍류를 즐겼던 젊은 선비들, 아들에게 애틋한 근심을 보내는 아버지, 치열한 노력으로 양반의 족보를 얻은 노비 가문, 일본인과 신경전을 벌였던 조선 통신사, 조국의 미래를 영어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한일합병 직전의 대한제국 학생 등 이 땅에 살았던 여러 얼굴들이 눈앞을 스친다. 

‘기록 덕후’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우리 선조들은, 신분이나 지위,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수많은 기록문서와 책을 남겼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기록 유산으로 꼽히는 《조선왕족실록》에는 왕의 일거수일투족이 담겼고, 심지어는 ‘왕이 쓰지 말라 했다’는 내용까지 기록되어 있다. 양반사대부들은 유유자적하며 시와 그림을 남기거나 집안의 위세를 족보에 담았다. 평민들도 빠지지 않아서, 일기(日記)부터 차용증, 결혼·이혼 증명서, 심지어는 노비 매매문서에 이르기까지 치열했던 삶의 모습을 글과 책에 담았던 것이다. 

우리 고서들은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해외로 반출되거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현대에 이르러서는 한국전쟁까지, 크고 작은 전란을 거치며 상당수가 소실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우리 스스로가 이런 고서들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탓도 크다. 폐지상이나 고물상에 헐값으로 팔려간 문화재들도 적지 않다. 후손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예전에는 비교적 흔했던 것들이 희귀해진 것이다. 현대에 들어 박물관이 생기고 옛 물건들이 문화재로 재조명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지만,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푸대접을 받으며 이리저리 흩어진 ‘옛 물건’들이 여전히 많다. 보물탐뎡을 비롯한 전문 수집가들은 이런 물건들을 찾아내고 그 가치를 밝혀, 소중한 우리 유물들이 사람들 곁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보관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물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수집품을 사고 팔 때 원래 그만한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 물건을 알아보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야 보물이 되는 것이다. 특히 고서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옛사람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이해할 때, 비로소 보물의 가치가 생겨난다. 

《보물탐뎡: 어느 고서수집가의 비밀노트》는 고서 전문 수집가인 저자가 그동안 모았던 컬렉션을 바탕으로 여러 고문서의 숨겨진 가치를 재발견하는 이야기다. 저자의 감식안이 없었다면 독자에게 전해지지 못했을 스무 가지 생생한 역사·문화·예술 이야기가 담겼다. 작은 종이조각부터 부채, 서화(書畵), 책, 지도를 아우르는 다양한 수집품과, 고문서의 연대, 저자, 내용을 해독하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 바로 곁에서 보는 듯한 조선시대 생활상을 읽다보면 어느새 독자 자신도 ‘보물탐정’이 되어 고서 수집의 길에 발을 들이고 싶어질 것이다. 《보물탐뎡: 어느 고서수집가의 비밀노트》는 아는 만큼 보이는 고서 수집의 세계에 친절한 입문서가 되어줄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