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침내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마케터의 질문
[리뷰] 마침내 고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마케터의 질문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7.10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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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진 블리스 Jeanne Bliss 는 고객 경험 전문가로 20년 간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미국의 혁신적인 의류 소매 업체인 랜즈 엔드Lands’ End, 부동산 회사인 콜드웰 뱅커(Coldwell Banker), 보험 회사인 올스테이트(Allstate), 마쯔다(Mazda)에서 고객 관리 최고책임자(Chief Customer Officer)로 일했다. 

2002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컨설팅 회사인 커스토머블리스(CustomerBliss)를 설립해 마이크로소프트, 로레알, 시스코, 월마트, 자포스, 유비소프트, 브룩스브라더스 등 수많은 고객사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95%라는 경이로운 고객 충성도를 달성하며 “고객 경험의 대모”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다. 고객 경험 전문가 협회(Customer Experience Professionals Association)의 공동창립자이자, 유명한 연설가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Chief Customer Officer》, 《Chief Customer Officer 2.0》 등이 있다.

“추억은 사람만이 만들 수 있다. 기술은 그 일을 도울 ‘수단’에 불과하다.” 셰이크쉑 버거의 모회사인 유니언 스퀘어 호스피탈리티 그룹 대표이사이자 세계적인 요식업 경영자인 대니 마이어의 말이다. 그는 최첨단 기술만으로는 고객의 걱정과 불만, 두려움을 누그러뜨릴 수 없다고 강조한다. 지금도 고객은 앱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전화로 상담하기 위해 30분간 광고 음악을 듣고 있고, 병원 복도에서 간이침대에 누워 태블릿 하나를 들고 방치되어 있다. 그동안 고객은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 직접 응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기업을 기다린다. 

“테이블에 102조 원을 두고 그냥 갈 건가요?” 

고객은 기업이 소비 전반의 경험을 살뜰하게 살펴주기를 원한다. 그리고 더 쉽고 간단한 절차로, 존중받으며 소비 경험을 마치기 위해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비용을 모으면 무려 한화로 약 102조 원에 달한다. 고객 경험을 개선하지 않으면 102조 원이 든 돈 가방을 테이블에 그대로 놓고 가는 것과 같다는 얘기다.

이 책의 저자이자 ‘고객 경험의 대모’로 통하는 진 블리스는 고객의 니즈를 가장 가까이에서 살피는 마케터라면 반드시 개선의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큰 비용을 쓰고, 복잡한 계획을 짜고, 직원들을 쥐어짜며 괴롭히는 대신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가르쳐준 어쩌면 당연한 이치들을 비즈니스 현장에 그대로 적용해보라고 말한다. 놀이터에서 친구를 배려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나누고, 이득만 얻으려 하지 않는 참 당연한 진리를 실천하면 새로운 고객 경험 디자인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당신은 고객에게 비행기 티켓을 마음껏 끊어줄 수 있습니까?” 

회사에 가장 큰 자산은 무엇일까? 보유 자금? 부동산? 고객을 사로잡는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은 다름 아닌 ‘직원’이다. 고객을 가장 가까이에서 응대하는 직원은 기업 전체의 대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깨달은 기업들은 채용을 마케팅의 가장 중요한 절차로 생각한다. 따라서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 신규 매장 론칭을 미루는 등 성장을 일시적으로 늦춰버리기까지 한다. 또한 채용한 직원들의 교육과 자기계발을 위해 시간과 자금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직원들이 가진 역량 그대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재량권까지 부여한다. 10년째 최고의 고객 만족도를 얻고 있는 알래스카 항공은 직원들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주며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당신을 믿습니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해도 될지 허락받지 마세요.” 이 항공사의 직원은 누구나 고객에게 인간미 넘치는 최적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비행기를 놓친 승객을 위해 한도 제한 없이 다른 항공사의 비행기 티켓까지 그 자리에서 끊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원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면 고객과 직원의 경험 모두 향상된다. 

“당신의 고객은 3분 만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습니까?” 

고객은 언제 화가 날까? 기업이 기다리게 만들 때, 복잡하게 만들 때, 불확실하게 만들 때를 꼽을 수 있다.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면 고객은 아예 기업을 떠나버린다. 그중에서도 보험 회사는 작은 글씨로 장황하게 쓴 약관과 특례로 고객의 화를 자주 돋운다. 게다가 보험금 지급을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할 잡다한 서류와 까다로운 심사는 고객을 지치게 만든다. 레모네이드 보험 회사는 이 모든 절차를 없애버렸다.

앱에서 “나는 우리가 정직하다는 것을 믿습니다. 나는 정당하게 보험금을 청구하기로 약속합니다. 나는 정직하게 행동할 것을 맹세합니다”라고 말하는 동영상만 찍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3분 내로 보험금이 입금된다. 고객은 쉽고, 간단하고, 투명하게 원하는 바를 얻게 해줄 때 기꺼이 기업의 편이 된다. 뉴욕의 신규 보험 가입자 중 27%가 레모네이드를 선택했고, 이 젊은 기업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고객이 느끼는 고통의 순간을 신뢰와 존중으로 바꿀 때 고객을 사로잡을 기회가 있는 것이다. 

“당신은 블랙프라이데이에 매장 문을 닫을 수 있습니까?” 

당신의 기업이 고객에게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목적을 실천하기 위한 행동을 하다 보면 고객을 사로잡을 수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REI는 대목인 블랙프라이데이에 130여 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야외로 나가세요!”라고 외치며 일명 ‘#옵트아웃사이드(#OptOutside)’ 운동을 벌였다. 당장 한 벌의 옷을 더 팔기보다는 연휴 기간 동안 야외에 나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독려한 것이다.

모두가 이윤을 취하는 날에 고객의 삶을 한층 윤택하게 만들겠다는 REI의 시도는 매체에 무려 67억 회나 소개되며 붐을 일으켰다. 기업 가치까지 덩달아 상승하며 REI는 35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목표를 이룰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황금률’을 기반으로 마케팅의 방향성을 잡으면 고객은 반드시 기업의 편이 된다. 

“당신이라면 8,000원짜리 생수를 마시겠습니까?” 

기업에만 유리한 비즈니스 관행을 뒤엎어버린 기업은 고객의 열렬한 지지를 얻는다. 이들은 고객을 위해 자신들이 속한 산업에 널리 퍼져 있는 잘못된 관행을 외면하고, 오히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한다. 버진 호텔은 호텔 내 미니바 가격을 시중가로 책정하면서 그 동안의 관행에 용감하게 역행했다. 가령 7달러짜리 에비앙을 2달러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거기다 이른 체크인, 늦은 체크아웃에 드는 수수료도 전혀 받지 않으며 투숙객을 ‘호구’로 만들지 않기로 했다. 콜럼버스 메트로폴리탄 도서관은 도서연체료를 없애버렸다. 많은 이들의 손에 좋은 책을 쥐어 주어야 한다는 공공도서관의 윤리에 ‘벌금’은 어긋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업은 성장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 세심하고 꾸준하게 계획한다. 그리고 고객과 기업 양쪽 모두가 이득이 되는 균형 있는 관계를 위해 기꺼이 행동 지침을 수정한다. 고객과 기업이 윈윈할 수 있도록, ‘고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퍼주기만 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고객은 내 편이 된다 

남다른 고객 경험을 추구하느라 회사의 규정을 다 무너뜨리고 모든 이익을 창밖으로 던져버리라는 소리가 아니다. 고객과 직원에게 퍼주기만 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성장의 기회가 마련된다. 대부분의 고객은 기업으로부터 무언가를 빼앗겠다는 불순한 의도 따윈 결코 갖고 있지 않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그저 공평하고, 조금은 인간적인 대우일 뿐이다. 사랑은 비이성적이다. 고객이 기업에게 보내는 사랑 역시 어쩌면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비즈니스 행동에 대한 보상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 등장한 32개 기업은 “고객 = 가장 소중한 사람 = 엄마”라는 수식을 마케팅의 본질로 생각해 따랐고, 성공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 질문을 상기시킨다. “당신의 엄마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나요?”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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