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日, 경제 보복의 파괴력....한국 선거도 흔들 수 있는 카드
[심층분석] 日, 경제 보복의 파괴력....한국 선거도 흔들 수 있는 카드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07.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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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지난 4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분야 소재 수출 규제를 시행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플루오린 폴리아미드’와 ‘리지스트’, ‘에칭가스’의 한국 수출을 막았다.

플루오린 폴리아미드는 불소 처리로 열 안정성이 높은 소재로 디스플레이를 제조할 때 필요한 핵심 소재다. 리지스트는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사용되는 감광액, 에칭가스는 불산으로도 불리는 불화수소 가운데서도 반도체 세정에 쓸 수 있을 정도의 고순도 불산 용액이다.

일본이 한국에 수출하지 않기로 한 소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SDI, LG디스플레이 등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문재인 정부는 “설마 일본이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겠느냐”는 태도를 보이다가 크게 당황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재고가 최대 3개월분이라는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시행된 이후 내놓은 대책도 “연간 1조 원 이상을 투입해 대체 원료를 개발하겠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7일 재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사태를 수습해보려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담판을 짓지 않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국내에서 수습할 수는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7일 일본으로 날아가 난관을 타개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일본에 가서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일본이 3개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용 소재를 수출 규제한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에 쓸 수 있는 카드는 최대 100가지가 넘는다. 이 가운데는 일본 기업이나 국민들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한국에는 선거판까지 뒤흔들 수 있는 카드도 있다.

‘반일감정’ 장사하는 韓정계·언론 “日의 한국제재 오래 못 가”

한국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반일감정’을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억지스러운 빌미를 앞세워 일본을 비난하는 선동을 하는 정치인, 언론, 학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여기에는 좌익뿐만 아니라 우익도 합세하고 있다. 그리고 ‘반일감정 장사꾼’의 정점에는 문재인 정부 지지 세력이 있다.

이들은 “1965년 한일수교가 이뤄진 이래 지금까지 한국은 일본에 무역수지 흑자를 낸 적이 없다”며 “50년 동안 쌓인 일본의 대한 무역흑자 규모가 576조 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이 내용은 무역협회(KITA)와 관세청이 2015년 6월에 내놓은 통계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일본은 한국에 대한 제재를 오랜 시간 끌 수 없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3월 일본 주간지 ‘문예춘추’는 ‘서울재팬클럽’ 이사장을 역임한 다카스기 노부야 전 한국 후지제록스 회장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다카스기 전 회장은 “일본이 한국에 경제적 제재를 가할 경우 국내(일본)에도 큰 영향이 있다”면서 관련 사례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정밀부품 회사들은 삼성과 LG에 적지 않은 부품을 납품하고 있고, ‘데상트’와 같은 일본 브랜드들에 한국은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해서 일본도 수 조 원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관세협회 통계를 살펴보면 2018년 일본의 대한무역수지 흑자는 2조 2420억 엔이나 된다.

문예춘추의 보도와 별개로 일본 내에서도 “밀접하게 얽혀 있는 한일 경제의 상호의존구조를 따져볼 때 일본의 한국 제재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일본이 한국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를 시행한 이후에는 이런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경제인들과 만나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어느 때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커졌다. / 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경제인들과 만나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어느 때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커졌다. / 연합

일본의 두 번째 카드 ‘광범위한 인적교류 제한’

이런 문제를 아베 정부가 모를까. 알고 있다. 지난 3월 12일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한국에 대한 경제제재의 후폭풍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중의원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해 관세 등에 한정하지 않고 송금 중단, 비자발급 중단 등 여러 가지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소 재무상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섬뜩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일 간의 단교는 물론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지금의 조총련과 같은 대우를 받거나 추방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이 공동 설립한 화해와 치유 재단을 일방적으로 해산하고,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들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한 사람당 1억 원 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 그리고 지난해 12월 한일 간 초계기 논란이 커진 뒤부터 일본 내에서는 한국에 대한 제재를 논의했다. 당시 일본 자민당 소식통들은 “정부는 외교적인 발언만 내놓고 있지만, 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 대단히 과격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국 언론들에 전했다.

이때 거론된 조치 가운데 몇몇은 한국 정치판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게 아소 재무상이 말한 ‘인적교류의 제한’이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는 풀어주는 대신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송금 제한, 일본 입국비자 발급조건 강화, 한일 워킹 홀리데이 중단, 일본 내 한국 불법체류자 일제 단속 및 추방 조치를 취한다면 한국은 내부적으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일본 정부가 한국인의 본국 송금을 제한하는 경우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2014년 일본 내 소액해외송금업체를 통해 해외로 송금한 건수는 1681만 건, 이를 통한 송금액은 3307억 엔에 달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당시 “220만 명에 이르는 국내 외국인이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액이 1조 엔을 훨씬 넘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법무성이 2018년 9월 밝힌 데 따르면 일본 내 외국인 수는 263만 명, 이 가운데 한국인은 45만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재일교포를 제외하면 15만 명가량이다. 단순 산술계산만 해봐도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돈이 일본에서 국내로 들어온다. 그런데 이것이 끊어지면 어떻게 될까.

두 번째는 일본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 단속 및 추방, 이들의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경우다. 앞서 언급한 일본 법무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 있는 불법체류자는 6만 9000여 명, 이 중에서 한국인은 1만 3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적잖은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진 매춘이나 도박, 밀수 등의 범죄를 저지르며 체류 중인 경우가 많다.

만약 일본 정부가 출입국관리법 체계를 정립한다며 한국인과 중국인 불법체류자들을 집중 단속해 이들이 올린 수입을 범죄수익으로 간주해 모두 몰수하고 맨몸으로 내쫓을 경우 한국은 과연 당당하게 항의를 할 수 있을까. 항의를 한다는 것은 “한국인에게 불법체류라는 범죄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일본 사회의 거센 반발을 부르게 된다. 이후 일본 사회의 분노는 현지에 거주하는 30만여 명의 재일교포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 다음 일본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한일 비자면제 잠정 중단’이다.

한일 민간피해 최소화하고 문재인 정부에 큰 타격 주는 카드

‘한일 비자면제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이 나온 뒤 자민당 외교합동회의에서 제기된 카드다. 한국 내 여론을 뒤집는 데 좋은 카드로 본다. 일본 여당과 정부는 한일 비자면제 중단이 일본에도 일정 수준 피해가 생기겠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일 비자면제 잠정 중단이 뭐 그렇게 대단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간단한 게 아니다. 일본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초부터 10월 말까지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610만 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626만 3000여 명이다. 2018년 말까지 통계를 보면 753만 9000여 명이었다. 2017년 같은 기간 통계를 보면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2380만 명, 한국인은 583만 명이었다.

일본이 대한 수출 규제품목은 반도체 등 첨단제품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품목이다.
일본이 대한 수출 규제품목은 반도체 등 첨단제품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되는 품목이다.

한국관광공사 통계를 보면 2018년 출국한 한국인 수는 2869만 명이다. 즉 해외에 다녀온 한국인 4명 가운데 1명이 일본을 다녀왔다는 뜻이다.

반면 2018년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항공사 승무원 등을 제외하고 292만 1360명이었다. 2009년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고 하지만 일본을 찾는 한국인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에서 혐한기류가 확산되고, 여기에 한국 여야 정치권에서 반일 감정을 부추기면서 한국을 여행한 일본인 수가 전년보다 각각 22.5%, 17.1%, 19.4% 줄어든 것을 만회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여행객 수는 한국이 일본의 2배가 넘지만 여행하면서 쓴 돈은 일본이 더 많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한국 여행객이 일본에서 쓴 돈은 약 30조 4500억 원이다. 반면 일본인이 한국에서 쓴 돈은 약 34조 2400억 원이었다. 즉 여행객 1인당 현지 지출액으로 비교할 때 일본인이 한국인보다 3배 이상을 상대편 나라에서 쓴다는 뜻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일본이 한일 비자면제를 중단할 경우 저렴한 비용에다 짧은 시간 안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려는 한국인들이 갈 데를 찾기 어렵게 되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일본 영세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의미다. 여기서 한국 정부가 맞대응을 한답시고 일본인에 대해 비자면제를 불허할 경우 한국 내 관광업체와 면세점 등은 2016년 중국이 시행했던 ‘한한령’ 때보다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일본 취업 준비하던 청년들, 그대로 백수 될 것

일본이 비자면제를 중단하면 일본에 취업을 하려 준비 중인 학생들 또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현재 고령화와 경기 활황으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 때문에 한국에서 사람을 찾는 일본 기업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국내외 통계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 청년들의 일본 취업은 2016년부터 크게 증가했다. 2017년부터는 연간 5만 명 이상에 달한다는 한국과 일본 정부의 통계도 있다. 일본 기업들이 군대를 다녀온, 이공계 출신 한국 청년들에게 큰 관심과 호감을 보인 덕분이다.

일본이 비자면제를 중단하면서 자국에 취업하는 한국 청년들에게 그리 쉽게 취업비자를 내줄 가능성은 낮다. 이미 취업한 한국 청년들의 비자 갱신을 거절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국내에서 일본에 취업하려 준비 중인 수만 명의 청년들은 물론 이미 일본에 취업한 수십만 명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잃고 귀국하게 된다. 이들은 이미 한국과 일본 언론을 교차 비교하면서 상황을 봤을 터이므로 무턱대고 문재인 정부의 ‘반일감정’에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일본이 올해 3분기 4분기부터 앞서 말한 조치와 함께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와 갱신을 중단하고 이것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면 국민들의 불만은 대단히 커지게 된다. 이는 곧 내년 4월 총선에서 범여권이 전국적으로 수십만 표 이상을 잃게 된다는 의미다.

이밖 연산장치)의 필수적인 부품과 각종 센서, 소모품성 부품들, 하이브리드 전기차에 사용되는 각종 기술들은 모두 일본 기업이 특허를 갖고 있거나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도 그 적용 범위를 늘려가고 있는 탄소 소재의 3분의 1을 일본 업체가 만들고 있다.

일본의 對韓제재,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의료 분야 또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건강검진을 할 때 사용하는 내시경 대부분이 일제다.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기구들도 일제가 대부분이다. 한국 언론들이 사용하는 ENG 카메라부터 DSLR 카메라, 렌즈도 모두 일제다. 제조업체들의 자동화 공장에 사용하는 로봇과 관련 센서도 모두 일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주요 분야로 여겨지는 사물인터넷(IoT)용 부품도 일본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1등을 하거나 수위권을 차지하는 제품들의 경우 일제 부품이나 소재가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이 한국에 가할 수 있는 제재는 경제 분야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반일감정’ 이용이 여름 내에 끝나지 않을 경우 우여곡절 끝에 2016년 맺었던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이 깨질 수도 있다. GSOMIA는 매년 갱신을 해야 하는 협정이다. 한국에 일본의 정보교류가 대단히 중요한 이유는 대북정보와 대중정보 때문이다. 한국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정찰기 정도만을 운용하는 반면 일본은 정찰위성까지 보유하고 있다. 일본이 보유한 정찰위성 7기 가운데 한반도를 계속 주시하는 것은 3대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한일정보보호협정 이후 미국과의 동맹 관계 때문에 한국에도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만약 한국 정부가 반일감정을 이유로 이 협정을 깨버리게 되면 일본은 “한국과는 더 이상 삼각동맹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과 중국 편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던 문재인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외면을 당할 수도 있다. 터키의 에르도안 정권처럼.

아베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안보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에 있어 ‘안보’란 군사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일본에서의 안보 활동에는 인적교류와 정보교류를 차단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이런 점을 떠올려 보면 현재 한국을 향한 일본의 제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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