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키 가츠히로 일본 다쿠쇼쿠대학 교수 “일본 국민, 합의 깬 文정부 이해 못해”
아라키 가츠히로 일본 다쿠쇼쿠대학 교수 “일본 국민, 합의 깬 文정부 이해 못해”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7.19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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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키 가츠히로 일본 다쿠쇼쿠대학 교수(일본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 대표)

인터뷰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사진 권도한 미래한국 인턴기자

한일관계가 다시 급속하게 경색되고 있다. 지난 해 10월 대법원이 일본 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을 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 듯 보인다. 일본 정부는 국가적 차원의 유감 표명과 함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및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제외 조치 경고 등 유례없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 및 정치권의 국내 선거전략용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나 사정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의 반일감정과 더불어 일본 내 확산되는 혐한·반한 정서가 동아시아에 몰려오는 폭풍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어김없이 반복되는 전쟁의 전운(戰雲)일까?

최근 한국을 방문해 본지 <미래한국> 사무실을 방문한 아라키 가츠히로 일본 다쿠쇼쿠대학 교수(일본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 대표)로부터 최근 한일 양국 사이에 조성된 첨예한 갈등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게이오 대학에서 조선반도(한반도) 정치를 전공한 아라키 교수는 한국을 자주 방문하며 한반도 문제를 연구해온 지한파 인사다.

아라키 가츠히로 일본 다쿠쇼쿠대학 교수(일본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 대표)

- 이번에 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규제 조치를 발표하는 등 사실상 경제보복 조치를 취해 한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로 인해 한일 관계가 급속하게 경색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에 와보니 그 문제가 아주 크게 보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예전부터 일본에서는 한국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 위안부 합의 파기로 인해 반한 감정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비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이제 와서 법원 판결이라 조치할 수 없다고 말하니 일본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있는 외교관 등이 일본 정부와 접촉하기 때문에 이미 (이런 문제가 불거질 것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일본 정부는 그렇더라도 일반 국민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일본 안에서는 한국에 대한 제재를 반대하기도 하고 찬성하기도 하고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만, 보통 사람들의 분위기는 ‘할 수 없다’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한국의 조치를 받아들일 경우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생길지 모르고요.

특히 일제 징용 배상의 문제는 1965년 한일조약으로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도 하고 여러 거래도 하는 것인데, 그것을 깨면 다음엔 약속을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신뢰가 깨진 것이니까요. 일본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큽니다.

文정부의 약속 파기에 실망한 일본

-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일본 정부가 그동안 준비한 여러 제재 조치 중 시작에 불과하다는 걱정이 많은데요.

일본 사람들은 성격상 사전에 준비합니다. 국제법상 문제가 되는 부분을 피해 관청이 담당 분야에서 준비해 그 중에서 하나씩 꺼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는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는 너무 심하다고 보는 의견은 없습니까?

일본 정부가 오히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하는 그런 의견도 분명 있습니다만, 어쩔 수 없는 조치가 아니냐는 분위기가 큽니다.

-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아베 내각이 곧 다가올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 문제는 별로 쟁점이 되지 않을 겁니다. 일본 국민들은 현재 8%인 간접세가 얼마나 더 인상될 것인가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참의원 선거와 관련해서는 2년 전에 자민당이 이겼으니 이번에는 질 것이라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민당 의석수가) 어느 정도로 유지될지가 쟁점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 문제는) 국내 정치에 별 영향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 경제 제재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특히 현 정부 들어와 심화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보시기에 개선책이 있겠습니까?

박근혜 정부 때 위안부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일본은 그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사실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또 뒤집힐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렇게 합의해서 마무리를 지으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후 지금 정부가 들어서서...지금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 중에 반일 감정 가진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하나 문제는 지금 정부가 북한에 가깝다는 겁니다. 그 점도 일본인으로서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지금 일본은 일본인 납치 문제, 북핵 문제 등으로 북한에 강경한 입장인데, 지금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너무 가까워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일본의 가정주부든 학생이든 모두 하고 있으니까요.

- 아베 정부의 경제 제재 조치가 언제까지 계속되리라 보십니까?

한국 법원이 징용에 배상 판결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될 것 같습니다.

7월 4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겨레하나 관계자들이 일본 경제보복 조치 항의 및 강제징용 사죄 와배상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는 모습.
7월 4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겨레하나 관계자들이 일본 경제보복 조치 항의 및 강제징용 사죄 와배상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는 모습.

日국민들, 文정부가 北과 日중 선택하기를 원해

- 다른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정부 입지를 강화하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이런 결과를 자초하거나 방치한 것일 수 있을 텐데요. 그러나 의도야 어떻든 한국 내 반일감정은 일본 입장에서도 불리한 것은 아닌지요? 문재인 정부는 경제가 망가지더라도 일본 탓을 하고, 대외적인 책임을 일본으로 돌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일본 입장에서 보면 한국 정부는 예전부터 그런 식으로 반일감정을 부추겨 왔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도 독도 문제로 그랬고 이명박 정부도 마지막엔 그랬고요. 일본은 국민들이 다 알고 있어요. 이번 조치에 대해 단적으로 말하면 일본은 한국 국민들에게 일본을 선택하든지 문재인 정부를 선택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 한국 정부가 북한에 접근하고 있고, 이것 때문에 경제도 나빠지고 있지 않습니까?

문재인 정부가 한국 경제를 살릴 가능성은 별로 없고요. 다행히 (한국도) 일본이나 미국 자유진영 일원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게...예전부터 일본에서는 한국이 중국한테 기울지 않았느냐 의심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은 한국이 북한과 너무 가까워지면 일본과 한국 사이에 DMZ가 그어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 이번에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났는데 일본 국민들은 이 만남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그냥 놀랐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북한은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진핑이 북한에 왔다 갔죠? 그 다음 트럼프에게서 편지가 왔어요. 트럼프가 판문점에서 보자고 했죠. 제재가 완화되지 않았으니까 북한은 큰 타격이 될 것이고, 김정은의 위상도 떨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 김정은이 미국과 중국 양쪽에 의해 흔들린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양쪽을 이용해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것은 아닐까요?

어느 쪽에서 보는가 관점의 차이라고 봅니다.

- 일본이 중국을 보는 시각은 어떤가요?

중국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일본 안에서는 홍콩에서 일어난 시위, 위구르 사태, 티베트 문제 등을 아주 민감하게 생각합니다. 중국에 대해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대체로 일본은 우리가 중국을 지켜만 봐서 되겠는가, 그리고 미국이 언제 떠날지 모르는데 일본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北위협에 韓·日 공통 안보의식 가져야

-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역대 가장 좋은 미일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와중에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신경 쓰고 있는 것 같고요.

이쪽(미국)과 사이가 좋다고 저쪽(중국)을 아예 놓아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양쪽과 관계를 모두 만들어가지만 그래도 중국과는 정보교환 등 신뢰관계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하죠. 트럼프 대통령이 일미안보조약은 불변하다고 말했으니까 그건 사실이죠.

-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공격받으면 우리는 싸우게 되겠지만, 일본은 소니 텔레비전으로 (미국에 대한) 공격을 지켜보면 된다”며 미일 안보조약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현재 미일 안보조약은 과거 50년대 태평양전쟁 종전으로 일본의 손발을 묶었던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것을 풀어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정상국가로 가는 것을 돕는다, 아베 총리를 서포트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서포트 까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은 일본과 전쟁한 사이니까 그동안은 일본이 군사대국이 되려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미국도 이제 그 문제에만 관심을 갖기는 힘든 상황이 됐고 미일관계도 나쁘지 않으니까 ‘너희가 알아라’ 그런 식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최근 강원도 삼척을 다녀오신 것으로 압니다. 혹시 최근 북한 어선 문제로 다녀오신 건가요?

사무소 등에 가봤는데 (관련 담당자들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 현재 조사하고 있는 일본 내 실종자 문제 상황은 어떤가요?

큰 진전은 없습니다.

- 대부분 실종자들이 북한에 의한 납치라고 봐야 하는지요?

모르겠습니다. 실종자 대부분은 가족들이 신고해서 우리가 조사하고 있는 것인데, 가족이 없는 사람이 납치됐으면 우리도 알 수 없습니다. 실종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정보가 나오지 않은 그런 분들이 있죠. 실종자 중에는 북한에서 목격됐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 북한 대상 단파 방송을 하고 계시는 걸로 아는데, 지금도 하고 계신가요?

일본에서 북한을 향해 단파방송을 하루 두 시간 반씩 합니다. 일본어, 조선어, 중국어로 합니다. 지금은 같은 시간에 두 개의 주파수로 보내고 있어 방해할 수 없습니다. 북한 전역을 커버해 북한 인근 지역에서도 잘 들린다고 합니다.

- 그럼 그 방송을 듣고 탈북했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까?

방송을 들었다는 정보는 있었는데, 저희가 확인은 못했습니다.

-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베 총리가 실종자 문제 해결을 위해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나요?

그 문제에 대해서는 저는 좀 비판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부탁할 수 없는 문제로, 미국과 협력은 해야겠지만 자국민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보십니까?

1977년 한국에 처음 와서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3달 간 한국어를 공부하기도 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전혀 다른 나라가 돼 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발전을 이룬 국가가 됐는데 국민이 못살고 인권도 없는 그런 북한에 왜 가까이 가야 하는지 외국인인 저는 이해가 안 됩니다. 일본에 있어 한반도는 생명선입니다. 한반도를 저쪽에 빼앗기면 우리(일본)가 위험에 빠진다는 것이지요. 과거 세계에서 강했던 러시아와 우리가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한반도가 생명선이었기 때문이고요.

6·25전쟁 때 우리는 권한이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지만, 일본 국민은 지금 한반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과거 6·25전쟁에 개입해 북한을 도왔습니다. 북한이 없으면 중국이 직접 자본주의와 맞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죠. 중국에 있어서도 한반도가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그 점에서는 중국과 일본에 있어 한반도가 중요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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