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비핵화 협상 美 국내정치 요인이 좌우할 것
싱크탱크로부터 듣는다...비핵화 협상 美 국내정치 요인이 좌우할 것
  • 최 강 아산정책연구소 부원장
  • 승인 2019.07.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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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실무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 전망

미북 비핵화 협상이 실무회담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와 관련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핵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핵폐기보다는 핵동결로 갈 수 있다는 분석과 전망이 제기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소의 최근 브리핑 ‘판문점 미북 정상회동 이후 비핵화 협상 전망과 우리의 대응 방향’ 가운데 비핵화 협상 전망에 대한 부분을 원문대로 발췌 소개한다.(편집자 주)

판문점 DMZ 라인을 나란히 넘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화려했던 정상 회동 이벤트와 달리 북한 비핵의화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다.
판문점 DMZ 라인을 나란히 넘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화려했던 정상 회동 이벤트와 달리 북한 비핵의화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다.

이번 미북 정상회동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하여 어떤 함의를 갖는가?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당분간 미국 국내정치 요인이 비핵화 협상을 좌우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판문점 정상회동에서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북한 문제를 계속 활용할 전망이다.

자신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막았고, 그 덕에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는 아전인수격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발신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도 한두 차례 더 추진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도 만나지 못했던 김정은 위원장을 자신은 만났으며, 한반도 상황을 충분히 관리할 능력이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 행보의 방점은 북한의 도발 방지에 있다. 비핵화 협상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성과가 있는 듯 비춰지기만 하면 충분하다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다. 현재 실무협상이 즉시 재개될 것으로 보이나, 만약 올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실무협상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새로운 긴장이 조성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때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금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막고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갈 것이다.

관건은 북한의 행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요청에도 발 빠르게 반응한 것은 다시 한 번 단계적 비핵화로 미국을 견인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일본 언론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판문점 정상회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대화는 하노이 회담 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며 영변 핵시설만으로 제재 완화를 얻어내려 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영변 플러스 알파를 다시 한 번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북측으로 돌아가는 김정은 위원장의 미소에서 나름대로 다음 협상에 대한 계산이 선 것으로 전망된다.

판문점회담을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
판문점회담을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

화려했던 정상회동 이벤트와 달리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 동시에 각 당사자들이 자신의 입장 변화보다는 상대가 먼저 변화하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당장 실무회담이 재개된다 해도 타협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변화를 거부하는 사이 미국이 먼저 정상회동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북한보다는 미국이 더 급해 보이고 또 양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결과 만일 미국이 빠른 합의를 원한다면 새로운 타협 국면에서 북한의 의지가 관철된, 포괄적 합의 없는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수용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정은 이번 판문점 미북 정상회동으로부터의 논리적 추론이고, 따라서 미국의 입장 변화가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고찰이 필요하다.

판문점 미북 정상회동 이후 미국 내 정책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핵 동결에 관한 담론이 확산 중이다. 무엇보다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언급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북한 핵능력 동결과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과 인도적 지원 교환 카드’로 인해 그간 상황을 관망하고 있던 미국 내 비확산스쿨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판문점 미북 정상회동 이후 미국 내 여론 동향

현재 판문점 미북 정상회동과 북핵 동결카드와 관련한 주요 입장은 둘로 나뉜다. 먼저 회의론이다. 주로 북한 문제를 다뤄온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장되고 있다. 판문점 정상회동은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했고, 북한 비핵화에는 본질적으로 기여한 바 없다는 인식이다.

에반스 리비어(Evans Revere) 전 국무부 동아태부차관보, 박정(Pak Jung) Brookings 한국석좌, 수미테리(Sue Mi Terry) CSIS 연구원,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민주주의 수호재단 연구원 등이 이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동결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전임자들에 비해 더 진전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선전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수용 가능성이 있는 거래이고, △북한의 핵보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북한의 수용 가능성도 있는 거래다. 다만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핵보유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쁜 거래’로 우려하고 있다.

과거 협상 전례에 비춰볼 때 섣부른 핵 동결 수용은 김정은 위원장이 노리는 북한의 핵 보유 인정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 일부 제재 완화만 가능하게 하는 섣부른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유지해야 하고, 북한이 이에 관한 포괄적 합의에 수용할 때까지 경제재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중 일부는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완전한 비핵화 거래를 원하는지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에게 평화주의자로 비춰지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다음으로 동결수용론이다. 주로 비확산 문제를 다뤄 온 전문가들 사이에서 주장되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전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 게리 세이모어(Gary Samore)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 제임스 클래퍼(James Clapper) 전 미 정보국 국장, 조엘 위트(Joel S. Wit) 스팀슨센터 선임위원 등이 이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에게 있어 동결 거래는 일종의 중간 단계 개념이다.

북한의 ‘영변 및 비밀 핵시설’ 동결과 대북제재를 맞교환하는 중간 단계 합의안로서 의미가 있다. 즉, 장기적 목표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를 것이기에,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일괄 폐기하지 못해도, 협상 초기 단계에서 핵동결은 좋은 협상 대안이라는 것이다.

동결 거래의 내용으로는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서야 하며 미공개 핵시설도 동결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동결 단계에서 핵 신고서를 받아야 하며, 북한은 우라늄 및 플루토늄 생산 장소와 생산량, 이어 핵무기 생산 내역, 마지막으로 핵무기 숫자 및 위치를 신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과거 북한 측 관계자가 ‘핵 프로그램 동결, 감축, 폐기’의 3단계 해법을 제시한 적이 있으므로 북측도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문제는 제재 완화 여부인데, 과연 이러한 북한의 핵 동결에 어느 정도 제재를 완화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전문가는 적고 동시에 일부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고 동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상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가 동결 거래로 방향을 선회한다 해도 미국 전문가 서클 내에서의 여론은 반으로 갈릴 가능성이 있다. 불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북핵 문제에 관한 인식은 미국이나 동맹국들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는 관점 외에도 국제 비확산체제를 관리해야 한다는 시각 인식도 존재하기에 북한 핵문제를 위협의 문제로 바라보는 우리와는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 실무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미북간 비핵화 실무협상은 예정된 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구체적 합의의 도출은 더디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북간 입장차에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협상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기 때문이며, 동시에 미국이나 북한 모두 자신의 입장을 양보하지 않고 보다 유리한 협상을 전개하려 들기에 쉽게 타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협상 당사자인 미북 양측은 속도감 있게 협상을 진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북핵 폐기 아닌 동결 위험성

트럼프 행정부는 적어도 내년 11월까지는 북한의 추가적 도발을 막고 현상 유지를 해야 하기에 보다 여유로운 시간표를 갖고자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늘 서두르지 않겠다(no rush, no hurry)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미국의 셈법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북한이 미국과 동맹국들을 위협하지 않고, 비확산 체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자신의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으면 족하기 때문이다.

북한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합의를 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시간 경과는 핵보유를 공고화하고 핵활동 동결 시까지 핵능력을 증강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장 경제 문제가 가장 큰 관건이지만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북중 정상회담 등으로 어느 정도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과의 중간단계 협상이 이뤄질 경우 일정 부분 제재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에, 입장을 먼저 바꾸기보다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버티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는가인데,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서 북한이 방해자로 등장하는 것을 막으려는 미국이 얼마나 공세적인 입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실무협상 진행 과정에서 만족하지 못한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같은 공세적 행보를 취하려 들 경우, 미국은 북한을 대화 국면에 묶어두기 위해 미측이 ‘당근’을 제시할 수 있다.

최 강 아산정책연구소 부원장
최 강 아산정책연구소 부원장

이때 미국의 ‘당근’이 개성공단이든 재제완화든 북한의 경제적 활로를 열어주는 것이 된다면, 향후 협상은 북핵 폐기로 전개되기보다는 북한 핵보유를 고착화 시켜주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핵을 계속 보유하더라도 미국 대통령을 만날 수 있고 미북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고, 나아가 경제제재도 부분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왜 핵무기를 내려놓겠는가. 핵을 내려놓을 경우 오히려 자신들의 전략적 위상이 낮아질 것을 잘 아는 북한이 핵폐기를 수용할 가능성은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한편 미북간 실무협상 추진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시켜 나갈 것이고 미국도 한국 정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이번 주 베를린에서 예정된 한미 북핵협상 실무책임자들의 회동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북이 직접 접촉하는 사이에 한국의 역할은 갈수록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운전자나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지만 미북대화는 물론이고 남북대화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계속해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북 실무협상에서 한국의 이익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동시에 한국 사회 내에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남남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 없이 자칫 그간 20여 년 간 유지해 온 북핵 폐기 노력이 실패로 귀결될 것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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