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은 환상"....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보는 노총의 진실
"노사정 대타협은 환상"....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보는 노총의 진실
  • 문갑식 월간조선 부국장·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 승인 2019.07.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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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우리사회의 이른바 ‘파워그룹(Power Group)’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 언제부터인지  역산해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부터였다. 김 전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했다. ‘사회적 대타협’이란 노사정(勞使政)대타협으로 불린 서유럽 혹은 북유럽 모델이었다.

미증유의 외환위기를 맞은 한국은 당시 실업자가 100만 명을 훨씬 넘고 경제활동을 하면서도 직업을 찾지 못한 ‘청년백수’라 불리는 인구가 200만 명에 달할 때였다. 김 전 대통령은 우리 역사상 처임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를 노사정 대타협을 성공시키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민주노총위원장이었던 배석범 씨는 노사정 대타협 직후 내부로부터 비토를 당했으며 노사정 대타협은 당연히 무산되고 말았다.

문갑식 월간조선 부국장·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문갑식 월간조선 부국장·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이것은 이후 한국 사회에서 노사관계에 두고두고 ‘비수’가 되고 말았다. 원래 노사관계는 노사가 알아서 하면 될 문제였다. 잘되면 회사가 계속 운영되고 잘못되면 회사가 망하는 결과를 낳아 노사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그 잘잘못을 판단하게 놔뒀으면 될 것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게 만들면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폭력적 노동세력은 노사관계에 느닷없이 정부를 개입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 잘못된 전통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노무현 정부는 마치 자신이 ‘노동변호사’ 라는 것을 과신해 사사건건 노사 문제에 개입해 노동조합이 사용자측 대표 대신 정부를 상대로 투쟁해 ‘실적’을 의식한 정부가 기업에 양보를 강요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초래했다.

이런 관행은 비단 좌파 정권뿐 아니라 우파 정권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속되고 있다. 이것이 사실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핵심이다. 현재의 문재인 정권 역시 ‘광주형 일자리 창출’이니 뭐니하는 김대중식 노사정 대타협을 재현하려 애쓰고 있지만 애초부터 노사정 대타협이란 우리나라 실정에는 맞지 않는 것 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보는 노총의 진실

최근 일어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을 보면 한국형 노사정 대타협의 아이러니가 대한민국진영 시국특별대토론회를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조선산업은 경기 사이클이 매우 길다. 즉 경기 하강과 상승이 다른 업종에 비해 길다는 것이다. 한국의 조선산업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이 세계 톱 5에 들어간다.

거의 망할 단계인 대우조선해양을 정부가 현대중공업에 떠넘기다시피 인수시킨 것은 국민들도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주주총회에 당사자인 현대중공업 노조 외 에 망하기 직전인 대우조선해양노조가 반발했다.

여기에 우리나라 노조 가운데 가장 극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노조가 개입했고 민주노총의 지역본부가 가세했다. 현대자동차노조의 파업 참가 이유는 “같은 울산지역에 있고 형제 노조”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였다. 민주노총의 지역본부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그런데도 공권력은 침묵했고 현대중공업은 막대한 경영상의 피해를 보다 결국 주주총회장을 급하게 변경하는 ‘편법’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것이야말로 한국형 노사정 대타협이 얼마나 허구에 가까우며 정부가 얼마나 이중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정부는 만일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지 못했다면 거의 경남 거제도 지역의 경제가 거덜나는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런 위기 상황을 모면하게 해준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정부는 침묵했다. 관련 부처 어디에서도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이것은 정부보다 민주노총이라는 막무가내식 폭력 노조가 더 상위에 있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선진국의 초입에 진입했다면 다음 과제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폭력적인 노조에 대해 단호하고 일관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의 자세를 보면 그런 기대는매우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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