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교육부 역사 교과서 조작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
[이슈분석] 교육부 역사 교과서 조작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7.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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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해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를 집필 책임자 모르게 교과서 내용을 대거 수정하는 과정에서 서류까지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이 교육부 담당 공무원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치자 전방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사 결과 청와대와 교육부 등 윗선 개입이 의심되는데도 검찰이 당시 교육부 교과서정책과장 A씨와 교육연구사 B씨 등 담당 공무원 2명과 출판사 관계자 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쳐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7월 3일 교육부의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무단 수정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학재·김한표 한국당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를 찾아 ‘초등학교 6학년 국정 사회교과서 불법 수정 사건에 대한 청와대, 교육부 등 관계기관 불법, 부당 개입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냈다.

한국당은 “이번 의혹은 단순히 교육부 하위 공무원들만이 자행했다고 볼 수 없다”며 “교과서 무단 불법 수정을 둘러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요구서에는 한국당 의원 111명 전원이 서명했다.

문재인 정권의 사회교과서 불법 조작 사태 긴급 간담회에서 집필자 동의 없이 무단 수정된 교과서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살펴보고 있다. / 연합
문재인 정권의 사회교과서 불법 조작 사태 긴급 간담회에서 집필자 동의 없이 무단 수정된 교과서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살펴보고 있다. / 연합

앞서 바른미래당도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으나 이날 요구서에는 한국당 의원들만 서명했다. 이에 대해 이학재 의원은 “바른미래당과 제출 내용에 대한 조율이 있었기 때문에 함께 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교육부의 교과서 조작 의혹이 다시 수면에 떠오른 계기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근거로 교육부 관계자들을 기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지난 6월 초 검찰 등 대전지검은 교육부 교과서정책 과장A씨와 연구사 B씨 등 2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사문서위조교사, 위조사문서행사교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17학년도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에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재된 부분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수정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수정할 경우 정치권 등의 비판과 문제 제기가 나올 것을 우려해 A씨는 2017년 9월 B씨에게 “관련 민원이 있으면 (교과서를) 수정하는 데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에 B씨는 지인인 교사 C씨에게 “관련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접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민원을 바탕으로 교과서 수정 작업이 시작됐지만 교과서 집필 책임자인 박용조 진주교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를 고칠 수는 없다”고 거부하자 다른 교수 등을 자문위원 등으로 위촉해 내용 수정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A씨 등은 교과서 수정을 위한 협의회에 박용조 교수가 참석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그의 도장까지 임의로 찍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교육부의 ‘꼬리 자르기’로 수사 어려워

지난해 3월 박 교수의 폭로로 이 사실이 알려진 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지만 결국 담당 공무원 2명과 출판사 관계자 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쳐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교과서 수정이 진행된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교과서 수정을 하기 위해서는 집필자의 허락이 필수이다. 그러나 교육부 공무원들은 박 교수가 수정 제안을 거부하자 무리하게 그의 도장을 임의로 사용하는 등 협의록을 위조했다. 윗선 개입 없이 공무원이 자의적 판단으로 출판사 직원에게 협의록을 위조하라고 지시하는 이런 일을 벌였다고 보기 어렵다.

A과장과 B연구사는 검찰 조사에서 “문재인 정부 입장에 맞춰 교과서가 수정됐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 염려돼 출판사가 ‘알아서 고치는’ 모양새를 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이들을 징계하기는 커녕 당사자 중 한 명을 해외 파견까지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부분도 의혹거리로 떠올랐다. 해외 파견은 일종의 ‘영전’으로 꼽히는데, 교과서 수정 작업에 대한 대가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김상곤 교육부 장관과 차관 등 윗선의 지시 및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했다.

김상곤 전 장관의 과거 발언도 의혹을 더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의 불법 수정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난 해 3월 당시 김 전 장관은 수정 과정에 대해 “적법했다. 교육부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드러난 검찰 수사 결과와는 차이가 있는 내용이다.

전체 213건의 불법으로 수정된 사회 교과서는 전국 6064개 초등학교, 43만 3721명의 학생에게 배포돼 교재로 쓰였다. <미래한국>이 전희경 의원실로부터 작년 초등학교 국정 사회 교과서의 수정·보완 대조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은 ‘1948년 정부 수립’으로 바뀌었고, ‘한강의 기적’, ‘새마을 운동’ 등 산업화를 거쳐 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대폭 축소·삭제됐다. 북한의 분단·전쟁 책임론도 희석되거나 축소됐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108~109쪽 연표에 ‘1953년 휴전 협정’, ‘1977년 수출 100억 달러 달성’으로 돼 있던 내용은 모두 삭제되고 ‘1962년 제1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시작’과 ‘1997년 외환 위기’ 새로운 내용이 들어갔다. 140쪽 본문에서 “이렇게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으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는 내용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 시행되는 동안 여러 분야에서 모든 국민이 노력한 결과 수출액이 늘어나고 경제 규모가 커졌으며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이 기간에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경제 발전을 위하여 노력한 결과, 자동차, 반도체 등 여러 산업이 발달하고 수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고 수정됐다.

또한 같은 쪽 본문에 “1970년대 들어 박정희 정부는 도시에 비해 낙후된 농촌을 발전시키려고 새마을 운동을 전개하였다. 근면, *자조, 협동의 정신을 바탕으로 시작된 새마을 운동은 도시, 직장, 공장으로 확산되어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 방식을 바꾼 범국민적 운동으로 전개되었다”고 돼 있던 내용은 새마을 운동 관련 자료가 삭제되고 날개단 *자조 설명도 삭제됐다.

본문 124쪽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많이 죽거나 다쳤다”고 돼 있던 기술은 “피란을 가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점령지가 바뀔 때마다 국군이나 북한군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로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로 바뀌었다.

148쪽 본문 2-3줄의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돼 있던 기술도 삭제됐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7월 5일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 불법조작 사태와 관련한 특위 첫 대책회의를 열고,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를 검찰에 고발함과 동시에 불법조작 교과서의 전량 수거·폐기와 최종 지시자를 밝혀내기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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