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탐구생활... 대학강의노트에 정리한 깊고 넓은 술 지식
[신간] 지적이고 과학적인 음주탐구생활... 대학강의노트에 정리한 깊고 넓은 술 지식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7.31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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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허원은 강원대학교 생물공학과 교수이자 양조공학 연구자. 24년째 교양수업에서 술에 관한 인문 지식을 가르쳤다. 술을 둘러싼 문화와 역사, 과학적 사실 등을 다룬 강의록을 책으로 남기고 싶었다.

강의실 안에서는 지식을 전달했고 밖에서는 학생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술과 인간에 대한 감각을 마음에 새겼다. 1984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업화학과를 졸업했고 1991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 바이오테크놀로지 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쓴 책으로는 《바이오 대박넝쿨》과 《바이오벤처 리포트》가 있다. 바이오산업을 분석하는 교과목을 강의하고 연구하고 있다.

24년 술 수업 내공을 지닌 지은이 허원 교수가 오래된 강의노트를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해마다 학생들이 궁금해할 만한 새로운 지점들과, 최신 학계 이슈도 꼼꼼하게 업데이트된다. 최근에는 2015년, 야자나무 술을 마시는 야생 침팬지가 발견된 학계의 이슈, 그리고 로버트 더들리 교수의 ‘술 취한 원숭이 가설’을 업데이트했다.

더들리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애주가들의 조상은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시대를 살았던 유인원 침팬지이다. 술이 인간보다 오래되었다는 것이다. 상식을 엎는 과학적 근거에 살짝 아득해질 찰나, 책은 이러한 빅히스토리적 지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루할 틈 없이 바로 다음 지식으로 넘어간다. 이번엔 산업적 관점이다.

1920년대 미국의 금주령 이후 줄줄이 문 닫았던 맥주 회사가 무알코올 맥주를 개발하고 아이스크림을 제조하면서 생존한 이야기. 그리고 점차 글로벌 맥주 시장을 석권해 나간 미국의 밀러, 유럽의 하이네켄 등의 이야기이다. 문화와 과학 지식도 빠지지 않는다. 술의 알코올이 뇌 속 신경전달물질을 교란하는 과정과, 동양의 술 베이스 누룩곰팡이를 문화적으로 신비롭게 여겼던 한국 전통의 풍습과 미생물, 효모에 대한 과학 지식이 펼쳐진다. 

우리는 왜 술을 마실까? 물론 주당들은 굳이 이유를 따지지 않는다. 오늘의 술과 내일의 술을 굳이 구분해가며 이유를 붙이지 않는다. 하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세상엔 와인도 있고, 막걸리도 있고, 소주도 있고, 위스키도 있다. 우리가 마셔야 할 술의 종류는 이렇게나 많다. 왜 이토록 오랫동안, 역사적으로, 전 지구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셔왔고, 새로운 술을 만들어 왔을까.

지은이가 채에서 소개하는 술에 끌리는 우리 몸속 음주유전자의 존재로 명쾌하게 설명 가능하지만 구체적 순간의 면면들을 따라가다 보면 도돌이표 같이 이 질문에 다시 머물게 된다. 왜 마실까. 주폭이나 음주음전, 신고식 문화 등 사건사고의 원인이 될 만큼 술의 알코올은 우리의 행동을 극대화시키기도 하고 혼술 문화로 대표되는 새로운 술 문화는 단독자의 시간을 찬미하는 트렌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술을 안다는 것. 눈앞의 술을 해치우며 순간의 쾌락을 즐기는 것도 나름의 음주법이 되겠지만 술을 둘러싼 방대한 맥락부터 분자 단위의 효모의 식성까지, 술을 ‘알고 마시는’ 새로운 경지에 오르면 음미하는 음주법을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천천히 음미하며 술을 마시는 법. 술에 대한 ‘술 지식’은 단순히 남들보다 술에 대한 이야깃거리 하나를 더 습득하는 비교우위의 지식이 아니다. 지은이가 학생들과 그러했듯이 더 나은 관계, 더 나은 감상을 위한 사전행동에 가깝다. 이것이 머리로 아는 것을 넘어 몸으로 익힌 술의 지식의 효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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