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논단] 법원 독립 어떻게 할 것인가?
[미래논단] 법원 독립 어떻게 할 것인가?
  • 이용우 전 대법관
  • 승인 2019.08.20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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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내 이념 서클 해산이 선결과제

사법부 독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부적 압박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외부적 압박의 제거는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사법부로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완전한 해결은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그러기에 사법부의 독립은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여진다.

사법부의 구성원이 스스로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법원장의 의지가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오늘의 상황에서 대법원장의 의지는 불행하게도 기대하기가 어렵다. 법관탄핵이라는 사태에서 아무리 촉구를 해도 의지를 보여주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정권에 의한 사법부 파괴에 협력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궁극적으로는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사법부 독립의 최후 보루는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들 개개인이다. 각 법관이 각자 맡은 사건에서 불굴의 용기를 가지고 외부의 압력에도 의연하게 독립하여 재판하면 사법부의 독립은 지켜지는 것이다. 오늘의 법관들에게 이를 기대할 수 있는가.

과거 1970년대 소위 1차 사법파동이 생각난다. 당시 정권은 공안사건에서 법원의 재판에 불만을 품고 그 보복조치로서 서울지방법원 어느 형사합의부의 재판장과 주심법관에 대하여 구속영장 청구를 하였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인사가 주도하는 위원회에 맡기는 것은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을 파괴하는 길이 될 것이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인사가 주도하는 위원회에 맡기는 것은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을 파괴하는 길이 될 것이다.

이를 오늘의 사법부에 대한 검찰 수사와 대비해 본다. 1차 사법파동 때는 명백히 수뢰죄는 인정되는 사안이었으나 오늘의 사법부 수사에서의 직권남용죄는 공소사실 자체로서도 그 유무죄가 심히 다투어지는 사안이다. 그 때는 수뢰 법관 2인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불과하였으나 오늘의 수사에서는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차장이 구속되고 전 법원행정처장 2인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그 과정에서 전 현직 법관100여 명이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전무후무한 사법부 치욕과 능멸을 당하였고 그 중 전 대법원장 포함 14명이 기소되었다. 그 규모와 정도가 비교할 수 없이 엄청나다. 그런데 그때는 명백히 수뢰죄는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서울지방법원의 법관 전원이 항의성 집단 사표를 제출하였으나 오늘에는 유무죄가 심히 의심스러운데도 전국의 모든 법관이 적어도 겉으로는 조용히 엎드리고 있다.

이러한 대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때의 법관들과 오늘의 법관들이 용기와 정의감에 차이가 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로 이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때는 법원 내에 이념 대립 문제가 없었으나 오늘에는 법원 내에 현 정권과 이념을 같이하는 법관들이 많고 그들이 오히려 정권의 사법부 장악에 힘을 보태고 있으며 법원 내에서 그들의 발언권이 강하기 때문이다. 법관들은 오늘만 사는 사람이 아니다. 10년, 20년 후의 평가를 생각해야 한다. 잠자고 있는 다수 법관들을 믿고 싶다.
 

법관대표회의 운영 문제

법관대표회의는 전 대법원장 퇴임 직전인 2017년 6월 상설화되었다. 그런데 그 동안의 운영과정에서 법관대표회의의 의사결정에 문제점이 있음이 드러났다. 각 법원의 대표들이 어떻게 선출되었는지 특정 이념을 가진 법관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는데 그들이 대표회의 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결과 전체 법관들의 진정한 의사와는 다른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동료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을 보자. 지난 해 11월 법관대표회의는 전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에서 심의관 등으로 근무하면서 사법행정의 실무를 담당했던 동료 법관들에 대하여 그들도 사법행정권 남용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결을 하였다. 그러나 사법행정의 책임자도 아니고 상관의 명을 받아 실무를 처리한 것에 불과한 동료 법관들에 대하여 탄핵소추를 검토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법관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로서 그것이 과연 전체 법관들의 다수 의사에 부합하는 결정인지 심히 의문인 것이다. 실제로 법관대표가 아닌 일반 법관들로부터 그 의결의 당부에 대한 문제의 제기가 있기도 하였다.

그러한 사례는 또 있다. 지난 해 6월 전 대법원장 시절의 소위 ‘재판거래’ 의혹(당시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재판거래’ 의혹으로 과대 포장되어 있었다)에 대하여 법관대표회의는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결의하였는 바, 그 결의 역시 그것이 과연 전체 법관들의 다수 의사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재판거래’란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오랜 재판 경험을 쌓은 법관이라면 그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능히 알 만한 것이므로(그러기에 8개월에 걸친 검찰의 수사에서도 ‘재판거래’가 있었음은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법관대표들이 미리 각 소속 법원에서 재판 경험이 많은 선배법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다면 그러한 결의는 나올 수 없었을 것임에도 재판 경험이 일천하고 특정 이념에 경도된 젊은 법관들이 선배 법관들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아니하였기에 그러한 결의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관대표회의라는 기구를 존치하더라도 그 기구의 성격이나 각급 법원 대표 선출 방법, 의사결정 방법 등에 관하여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특정 이념서클의 문제

법원 내에는 진보 내지 좌파 성향의 이념을 가진 법관들이 많이 가입한 연구회가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그것이다. 대법원장도 그 연구회의 회장 출신이고 그 회원들이 이번 사법부 사태를 촉발시키고 검찰의 수사를 불러들였다.

정치적인 사건이나 정치이념이 문제되는 사건에서 재판을 받는 당사자는 담당법관의 이념 성향이 어떠하냐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가진다. 그러한 사건의 당사자는 맨 먼저 자기 사건을 재판할 법관의 이념 성향이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하여 그가 혹시 위 연구회 회원인지 여부부터 알아보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그리하여 위 연구회 소속으로 밝혀지면 그 사실만으로 벌써 재판의 결론을 예단하게 되고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온갖 공세를 취한다. 그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재판은 법리와 증거에 의하여 하는 것이고 법관의 이념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법관이 가진 이념이 재판의 결론을 좌우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굳이 특정 이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연구회에 가입하여 스스로 자기의 재판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할 필요가 있는가.

또한 위 연구회 회원들의 성향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재판이 곧 정치’라고 스스로 공언하고 있다. 이번 사법부 사태를 보더라도 이를 촉발하고 현 정권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사태를 이끌어가고 있지 아니한가. 사법부 내에 정치성향의 이런 단체가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위 연구회의 전신으로 ‘우리법연구회’ 라는 것이 있었다. 1980년대 말에 발족되었다가 지금은 없어졌다. 역시 진보 내지 좌파 성향 법관들이 많이 가입한 연구회였고 이념과 관계되는 사건이나 보수적 사법행정에 대하여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러나 2005년에 들어선 이용훈 대법원은 법원 안에 그런 단체가 존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부장판사급 이상의 회원들에게 탈퇴를 권고하였고 이에 따라 회원들이 속속 이탈하여 소멸되고 말았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그 후에 생겨나 흔히 우리법연구회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전신이라고 일컬어진다.
 

이용우 전 대법관
이용우 전 대법관

법원행정처를 대체하는 사법행정회의 등 신설 문제

법관들의 연구회는 그 설립 취지를 기재하여 대법원에 등록하고 일정한 지원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법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지금까지의 활동이 그 설립 취지에서 밝힌 국제인권의 연구에 얼마나 집중해 왔는지, 사법부의 현안이나 정치 현실에의 참여활동에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이지 않았는지 등을 감사해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연구회의 존속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심사하여, 이용훈 대법원이 우리법연구회에 대하여 내린 조치를 참고로 하여 그 연구회의 존폐에 대하여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은 지난 12월 기존의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의 진원이 되었다는 인식에 따라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그 대신 사법행정회의와 법원사무처를 신설하는 안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하였다.

이에 따르면 사법행정회의는 11인의 위원을 두되 그 위원은 법관대표회의, 법원장회의가 각 추천한 법관위원과 외부에서 추천한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는데 외부위원은 국회, 변협, 법학교수회, 법원노조 등이 추천하도록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제출한 안에 대하여는 사법행정회의의 성격, 법관위원과 외부위원의 비율, 법관인사권의 소재, 법원사무처에의 법관파견 등의 문제를 놓고 국회사개특위와 학계는 물론 당초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 사법발전위원회로부터도 크게 비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법원 안으로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당초의 개혁의지를 실천하기에 크게 미흡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대법원 제출안에 대한 자세한 검토는 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제기하고자 한다. 한 마디로, 법원행정처의 폐지는 교각살우가 될 것이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행정을 외부인사가 주도하는 위원회에 맡기는 안은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을 파괴하는 길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위원은 법원행정에 대한 전문성 부족은 차치하고서라도 정치 성향과 이념 지향의 인사가 들어오게 마련이다. 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하는 법관위원도 비슷할 것이다. 결국 사법부를 정치와 이념에 종속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법원사무처에의 법관파견 금지는 사법행정의 비능률과 후퇴를 초래할 것이다.

법원행정처 폐지 구상은 직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이 촉발하였다. 그 당시에 못마땅한 사법행정(형사범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이 있었던 것은 발표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 이전의 대법원장(민주화 이후에 한함) 시절에 그러한 사법행정권 남용이 있었는가.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것은 사법행정권의 남용이 법원행정처라는 제도 때문이 아니라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제도 하에서 법관의 관료화가 초래되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향후 그러한 비판을 명심하여 사법행정을 잘해 나가도록 유의해야 함은 별론으로 하고, 그 때문에 를 폐지하려는 것은 교각살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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