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분석] 美전문가들의 한미일 전술핵 공유론, 왜?
[포커스분석] 美전문가들의 한미일 전술핵 공유론, 왜?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08.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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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연석회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공유와 비슷한, 한국형 핵공유 등을 대북 핵억지력 강화를 위해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미군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여러 차례 거론했다. 조경태 최고위원도 이날 ‘전술핵 재배치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전술핵 재배치를 청원하는 대국민 운동을 제안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한동안 북미협상을 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들어줄 리가 없다”며 “한반도 영해 바깥 수역에 미국의 토마호크 등 핵미사일이 탑재된 잠수함을 배치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도 “한미일이 공동관리하는 핵잠수함 체제를 만들어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온 것은 지난 7월 25일(현지시간) 미 국방대 재학생들이 내놓은 짧은 보고서 때문이다.
 

“한일과 전술핵 공유 고민하자”는 ‘대북 핵억제 전략보고서’

보고서 제목은 ‘21세기 핵 억제력: 2018 핵태세검토보고서(NPR) 작전화’이며, 6쪽 분량이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에서 교육받고 있는 영관급 장교 5명이 작성했다. 지난 30일 미국의소리 방송이 보고서 내용을 간략하게 전한 뒤 국내 언론이 발칵 뒤집혔다. “북한을 억제하려면 일본·한국과 전술핵무기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2018년 미 국방부가 내놓은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NPR에 나온 미국의 핵전략은 냉전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러시아와 중국만 위협적인 핵전력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전략 핵무기에 맞서는 대응책 마련을 위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하지만 이런 시각은 1994년부터 지금까지 핵문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기초한 것으로 새로운 핵위협에 대응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자들은 21세기 들어 미국에 대한 위협세력으로 부상한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간주해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북한이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대륙간 탄도탄(ICBM)을 비롯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개발에 성공, 미국 본토까지 노릴 수 있게 된 데 주목했다. 북한의 거센 핵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 뒤에 선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도 막기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자들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북한을 억지할 수 있는 세력으로 한국과 일본을 꼽았다. 현재 세계 서방진영 가운데 대단히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두 나라가 북한의 핵위협을 억지할 수 있다면,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억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들은 한국과 일본을 통해 북한 핵위협을 억제하는 방안으로 상당히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들은 동아시아 동맹국 방어를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비슷한 핵억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사시 미국이 특별히 선택한 한국·일본 같은 아시아 동맹국들과 전술 핵무기를 미국의 관리 아래 공유하는 새 개념을 개발하는 것을 강력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냉전 때 시작된 ‘핵공유’ 개념

저자들이 말한 ‘NATO식 핵공유’란 “비핵보유국인 회원국에 미 공군의 전술핵무기를 보관하다가 유사시에는 회원국이 요청만 하면 쓸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그리스도 포함돼 있었지만 2009년 이후로는 독일, 터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만이 이런 ‘NATO식 핵공유’ 회원국으로 남아 있다.

현재 미 공군은 B61 전술핵폭탄을 독일과 터키에 각 90기, 이탈리아와 벨기에, 네덜란드에 각 20기씩 보관하고 있다. 보관 장소는 회원국에 있는 미군 기지다. 평시에는 미 공군이 핵폭탄을 관리한다. 그러나 회원국이 외부의 침입을 받는 등 유사시가 되면 각국 정부는 미국 측과 사전에 합의한 데 따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고, 자국에 보관한 미 공군 핵폭탄으로 반격에 나서게 된다. 이때 사용하는 B61 전술핵폭탄은 비교적 크지 않은 범위를 초토화시키는 것이기에 적국의 지휘부에만 타격을 주기에 좋다.

NATO식 핵공유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주변국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을 받는 선진국에 미국의 핵무기 사용권을 제공함으로써 자체적인 핵개발을 방지하고 NPT 체제를 유지해 불량국가들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미국은 해당국에 핵무기를 전진 배치해 러시아와 같은 적성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지할 수 있다.

NATO식 핵공유는 이후 다른 나라에서 벤치마크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 핵무기 커넥션이 그것이다. 이 이야기는 2010년 영국과 파키스탄 언론을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관계자가 파키스탄 정부와 비밀리에 접촉해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유사시에 우리가 쓸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가디언, 더 타임스 등의 보도로 파키스탄 정부가 생산한 핵탄두 가운데 최소한 6~8기가 사우디아라비아 소유로 드러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부정했지만 서방 언론들은 믿지 않았다. 서방 언론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만들어주는 대가로 국방기술연구소 등에 막대한 후원금을 제공했다.

아무튼 앞서 언급한 보고서를 작성한 저자들은 “북한 핵위협을 억지하려면 한국과 일본에 미군 핵무기 공유를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그래야 북한 핵위협에도 이들이 NPT 체제를 지킬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다만 한국과 일본의 정치·군사적 상황과 사회적 요소 등을 고려해 NATO와는 달리 양국이 직접 미군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한국의 반일 감정과 일본의 영토 확장에 대한 욕심을 우려한 것이다. 저자들은 “프랑스는 1차 세계대전에서 실패를 겪은 뒤 마지노선을 구축했지만, 결국 2차 세계대전 때도 재앙 수준의 실패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군 수뇌부가 앞으로의 전쟁도 과거의 전쟁과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마지노선을 만들었는데 독일군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전격전’을 사용해 이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저자들은 “미국도 프랑스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핵전략을 과거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만든 사람들, 이들을 무시하는 한국군

이 보고서가 국내에 알려진 뒤 야당과 언론들은 큰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한국군에서는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지난 7월 30일 국방부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들은 “해당 보고서는 현역 군인들이 작성한 것은 맞기는 하나 일개 실무진급 군인들이 개인적 주장을 펼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해당 보고서 내용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이런 내용은 현재 검토하지는 않고 있다”며 이 보고서의 주장을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실무진급 군인들’이라고 칭한 저자들은 현재 미국의 핵전쟁 전략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보고서 저자는 라이언 코트 미군전략사령부 기획장교(육군 소령), 카를로스 버세이브 전략사령부 예하 국가공중수송작전센터 전략작전장교(공군 소령), 달튼 클라크 통합정보작전센터 교차기능통합팀장(해군 중령), 데렉 디벨로 합동특전사령부 지원작전장교(육군 소령)다.
 

‘NATO식 핵공유’란 “비핵보유국인 회원국에 미 공군의 전술핵무기를 보관하다가 유사시에는 회원국이 요청만 하면 쓸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다.
‘NATO식 핵공유’란 “비핵보유국인 회원국에 미 공군의 전술핵무기를 보관하다가 유사시에는 회원국이 요청만 하면 쓸 수 있게 한다”는 개념이다.

미군전략사령부는 9대 통합사령부 가운데 하나로 군사용 정찰위성 운용을 포함한 우주작전, 정보전, 미군의 범지구적 지휘통제·첩보·감시·정찰(C4ISR)체계 지원, 탄도미사일 방어, 핵무기를 주력으로 한 범지구적 타격작전 및 전략적 억제, 대량살상무기 운용이 임무다.

국가공중수송작전센터는 전략사령부 예하부대로 전략적 억제, 범지구적 타격 및 관련 작전, 국방지구정보망 운용 등을 맡은 곳이다. 통합정보작전센터는 합동참모본부 예하부대로 전시 다양한 규모의 전투와 관련된 정보를 융합, 평가해 지휘부에 제공하는 곳이다. 동맹국 부대와 합동작전 때도 정보를 제공한다. 국방장관과 합참은 물론 다른 정부기관들을 지원하는 업무도 맡는다.

합동특전사령부는 정규전 때 투입되는 일반적인 특수부대와 달리 전시와 평시를 가리지 않고 정보기관과 함께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를 지휘하는 사령부다. 우리가 흔히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는 특수부대들이 이 사령부 소속이다.
 

“미국의 현재 핵전략은 사용 가능한 핵무기 배치”

국방부와 달리 군사전문가들은 이 보고서 내용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이 보고서가 무슨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는 거냐. 국방부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미군의 국방대학은 단순히 진급을 위해 공부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미군 수뇌부가 될 사람들을 육성하는 주요 기관이라고 한다. 여기서 상당히 중요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국방대학 측에서 보고서를 공개한다는 게 신종우 사무국장의 설명이었다.

그는 “미군이 국방대학이라는 기관을 통해 보고서를 내놓고, 미국의 소리 같은 관영매체를 통해 이를 한국에 알린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며 “최근 미국의 핵전략은 과거와 달리 ‘핵무기 실제 사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국장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나 중국은 물론 북한이나 이란은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전략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사용하는 순간 전면 핵전쟁이 일어나 미국은 멸망할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있다. 미국 내 좌파진영에서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고 정치권에 확산되면서, 미군조차 지난 25년 동안 “핵무기는 쓸 수 없는 무기”라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미군의 생각이 바뀌었다. 미군은 “그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핵무기를 개발해 배치하고, 이걸 진짜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적에게 보여주자”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신 국장의 설명이다.

신 국장은 보고서 저자들의 소속부대에 대해 들은 뒤 “이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미국의 핵전략을 기획하고, 시간이 지나면 미군 수뇌부에 올라갈 인재들”이라며 “이들의 말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들이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NATO 핵 공유는 한국과 일본에 맞지 않지만, 이를 참고한 핵억제 전략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와 관련해서 미 상원 군사위원장이 보인 반응도 눈길을 끈다. 지난 7월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제임스 인호프 미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당·오클라호마)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한일간 전술핵 공유 문제를 언급한 2018 핵태세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 표지
한일간 전술핵 공유 문제를 언급한 2018 핵태세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 표지

미 상원 군사위원장 “개인의견이지만 검토해 볼만”

인호프 위원장은 “최근 미 국방대학이 발간한 보고서에 ‘미국이 한국·일본 등 아시아의 특별한 우호국과 전술핵무기를 공유해야 한다’는 방안이 나왔는데 지지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제임스 인호프 위원장은 “개인 의견”이라고 전제한 뒤 “그 아이디어를 우리도 살펴보고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방송에 따르면,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공화당·콜로라도)은 “국방대학이 내놓은 ‘전술핵무기 공유’와 유사한 주제에 대해 한국 측 당국자들과는 과거 내 사무실에서 몇 번 논의했다”고 답했다. 가드너 위원장은 “일본과는 핵공유 문제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가드너 위원장은 이어 “그러나 지금은 전술핵무기 공유보다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최대한 굳건하게 만들어서 김정은이 약속했던 비핵화를 실행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의 미군 핵무기 공유 문제는 우리가 한국 또는 일본과 논의를 통해 실행해야 할 사안”이라고 한걸음 물러섰다.

반대 의견도 있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더그 존스 의원(민주당·앨라배마)은 “미국이 한국 또는 일본과 전술핵무기를 공유하는 데는 명확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물론 국내에는 반대 목소리가 더 크다. 한일과 미국의 전술핵 공유 주장이 퍼진 뒤인 지난 7월 31일 더불어민주당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핵무기에 둘러 싸여 평화로운 삶을 어떻게 살 수 있겠느냐”고 반대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술핵 공유’을 말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한반도를 위험에 빠뜨리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에서 전술핵 공유에 대해 “동맹 이익과 안보를 위협하는 철부지 같은 생각”이라며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과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대변인은 이어 “야당이 일본 경제보복 문제를 북한과 안보 문제로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것이라면 당장 그만 두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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