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분석] 아베 정부의 규제개혁에서 배우자
[포커스분석] 아베 정부의 규제개혁에서 배우자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08.21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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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간 무역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때에, 일본 아베 내각의 규제개혁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일본은 당면한 만성적인 생산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기술혁신과 규제완화를 중점으로 추구하는 ‘Society 5.0’을 채택했다.

독일이 4차 산업혁명을 ‘Industry 4.0’이라는 산업정책으로 수용했다면, 2017년 일본은 여기에 문명적 전환을 덧입혀 4차 산업혁명을 사람들의 Life style과 접목해 사회적 진화로 나아가겠다는 플랜을 세웠던 것. 우리가 이제까지 이해해 온 ‘아베노믹스’의 문명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이 이러한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이 마주한 ‘생존조건’의 문제 때문이다.
 

2020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조감도. 아베 정권은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올림픽을 계기로 장기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본 대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거의 100% 가까운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조감도. 아베 정권은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올림픽을 계기로 장기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본 대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거의 100% 가까운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아베의 규제개혁

일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단카이 세대 은퇴 등으로 노동인구는 감소한 반면 기업경기 회복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며 구인난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업종별로는 은행 등을 제외하고는 인력 부족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이며, 숙박.음식, 운송 등 업종은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제조업은 로봇, 공장자동화, IT기술로 구인난을 일부 해소 가능하지만 서비스업종은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에 경영애로를 토로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아베 내각은 이러한 일본의 위기를 새로운 문명적 진화의 조건으로 수용한다.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적으로 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ociety 5.0’ 계획은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의 혁신에 방점을 뒀다.일본 도쿄에서 북서쪽으로 130㎞ 가량 떨어진 군마현 마에바시시는 일본 최초로 자율주행 버스 상용화 실증 실험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율주행차를 미래 성장전략 산업의 하나로 꼽으며 범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레벨 3’ 이상 자율주행차의 세계 판매 대수는 2040년 4412만 대로, 전체의 33%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5년 경제인 간담회에서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선수단과 관광객에게 자율주행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일본이 당면한 문제를 진화의 계기로 삼자는 ‘소사이어티 5.0’ 설계자는 수나미 아츠시 일본국립정책연구대학원 부총장이다. 그는 일본의 오랜 고민인 저출산ㆍ고령화ㆍ지방소멸 같은 문제를 ‘소사이어티 5.0’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저출산ㆍ고령화ㆍ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한 일본의 경우 산간 지방에서는 자율주행차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로보틱스를 통해 고령자가 어떻게 육체노동에 참여할 수 있을지 등에 초점을 두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나미 부총장은 ‘소사이어티 5.0’이 발전하면 지역, 연령, 언어, 성별 격차 등이 사라져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수나미 부총장은 “이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연계하는 커넥티드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일본은 현재 사이버 공간과 현실 세계의 커넥티드를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만드는 시작 단계”라고 부연했다. 그는 인공지능(AI), 데이터 과학자 등 관련 분야와 인재를 양성하고 지방 현장 중심의 기술을 적용하는 한편 중소기업들의 참여를 확대시키는 게 ‘소사이어티 5.0’ 정책의 성공을 위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신문명의 전략 ‘소사이어티 5.0’

아베 정부는 2013년 ‘일본재흥전략’을 수립하고 ‘국가전략특구법’과 ‘산업경쟁력강화법’을 도입해 규제개혁의 새로운 틀을 마련했다. 기존의 전국 일률적 규제개혁 방식에 지역과 기업제안형을 더해 3층 구조를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 먼저 지역단위 규제개혁인 국가전략특구는 지역과 분야를 한정해 암반규제를 개혁하고자 했다.

규제개혁 메뉴 중 하나로 근미래기술 분야를 지정해 승인 지자체에 규제특례를 부여하고 있는데 자율주행과 드론이 대표적이다. 둘째, 산업경쟁력강화법의 그레이존해소제도와 신사업실증특례제도는 기업의 제안으로 운영되므로 수요자 중심의 규제개혁이다. 기업은 규제 적용 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안전성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실증 실험을 할 수 있다.

아베 정부는 성장전략을 일본재흥전략에서 ‘미래투자전략 2017’로 변경하며 2018년 ‘생산성향상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해 규제 샌드박스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규제완화 정책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혁신과 국제 경쟁의 격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먼저 해보는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을 신속히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규제개혁의 생각에는 혁신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를 만드는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따라서 우리 역시 규제 샌드박스와 같이 환경 보호와 안전 보장의 전제 하에 실험과 실증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우리 정부도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입법 미비와 기업을 죄악시하는 정치권 그리고 관료주의에 막혀 그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일본판 규제 샌드박스를 대표하는 프로젝트형 규제 샌드박스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특별조치법만을 적용하나 한국은 다수의 법에 나뉘어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점에 대해 곽노성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는 한국경제연구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혁신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신속히 이뤄져야 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규제개혁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현재 논의는 혁신성장에 있어서 규제개혁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 형성에서 머물러 있을 뿐이어서 먼저 단기 및 장기 목표와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곽노성 교수는 현재 규제혁신 1+4법과 규제프리존법을 선택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규제개혁 목표에 따른 차별화된 정책들의 최적 조합을 찾는 논의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앞으로의 기술 혁신 및 사업간 융합의 내용과 속도를 고려할 때 산업 또는 대상을 한정하기 보다는 추가 및 수정·보완이 가능한 틀을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지난 5년간 규제개혁을 주도적·지속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기틀을 확립할 수 있었다. 일본의 신문명 전환 ‘Society 5.0’이 성공한다면 일본은 미국에 이어 다음 글로벌 강국이 될지도 모른다. 문제는 우리 한국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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