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로, 경제 참사 빚고 있다....."탄력근로·선택근로제, 단위기간 짧아 활용 어려워"
주 52시간 근로, 경제 참사 빚고 있다....."탄력근로·선택근로제, 단위기간 짧아 활용 어려워"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08.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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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 패션, 해외건설, 바이오제약 등 : 탄력근로시간제 최대 단위기간 연장
- IT서비스산업, 게임산업 등 : 선택적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
- 석유화학 정기보수, 조선업 해상 시운전 등 : 인가연장근로 대상 확대

7월 1일로 300인 이상 사업장에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지 1년이 경과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근로시간 단축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국내 주요 12개 업종을 조사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산업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보완 입법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은 탄력적근로시간제 최대 단위기간 연장(1년), 선택적근로시간제도 정산기간 연장(6개월 이상), 인가연장근로 대상 확대 등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단축 이후 산업계 전반의 탄력적근로시간제는 특정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는 대신에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일정기간의 주당 평균근로시간을 기준근로시간(40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로, 단위기간은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경우 2주,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하는 경우 3개월(근기법 제51조)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지만 최대 단위기간이 짧아 기업들이 활용에 애로를 겪고 있다.

우선 전자· 패션 등 신제품 개발이 경쟁력의 핵심인 산업의 경우 신제품의 기획에서부터 개발, 최종 양산까지 최소 6개월의 집중근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근로시간이 단축된 데다 짧은 단위기간으로 탄력근로시간제 활용마저 어려워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정유업계는 전문인력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정기보수 공사 기간에는 현실적으로 근로시간 한도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석유화학·정유업계는 전문인력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정기보수 공사 기간에는 현실적으로 근로시간 한도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산업계 전반, 짧은 단위기간 및 복잡한 도입절차로 탄력근로 활용 애로

해외건설 업계도 동남아 건설 현장의 경우 집중호우(3개월∼5개월) 등으로 특정기간 집중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탄력근로제의 짧은 단위기간으로 인해 공사기간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벽지, 창호 등 건설 기자재를 생산하는 업체들도 1년 중 관련 건설공사가 6개월 이상 집중되기 때문에 3개월의 짧은 탄력근로 단위기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오제약 업계는 신약개발 과정 중 임상시험 단계에서 6개월 이상의 집중근로가 필요하지만, 짧은 탄력근로시간 기간 때문에 신약 개발 지연으로 제약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호텔 업계의 경우 연말연시를 전후로 4개월 동안 각종 회의 및 행사가 집중되기 때문에 회의장 관리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에어컨 설치·보수 업무가 몰리는 여름 성수기에 집중근무가 필요한 가전업계는 성수기 대책을 마련하여 서비스 지연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에어컨 고장 신고 후 수리완료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면서 고객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한경연은 산업계의 탄력근로 활용 애로를 해소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경쟁력 저하를 생산성 향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는 최대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도입 절차도 현행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에서 직무별, 부서별 근로자 대표와의 합의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A호텔 인사 담당자는 각종 회의행사가 집중되는 금년 11월 이후 연말·연시 성수기에 회의장 관리 인력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 호텔업은 7월 1일부터 1주 최대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어 성수기에는 탄력적근로시간제를 활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현행 탄력근로시간제의 최대 단위기간(3개월)으로 집중근로를 할 수 있는 기간이 1.5개월에 불과해 4개월 동안의 연말·연시 성수기 전체에 활용하기 어려운 애로가 있다. 신규 인력을 채용하면 비수기에는 과잉 인력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력 채용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IT서비스산업, 게임산업 등은 짧은 정산기간으로 인해 선택근로 활용 애로

사전에 업무량을 예측할 수 없는 산업 특성상 선택적근로시간제도가 있다. 1개월 이내의 정산기간 동안 1주 평균 40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일별·주별로 근로자 스스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근기법 제52조)를 활용해야 하는 기업도 짧은 정산기간으로 인해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IT서비스업의 경우 테스트, 시스템 전환 등이 진행되는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에서 4개월 이상의 집중근로가 필요하다.

이 기간 동안 고객사의 새로운 요구사항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데이터 오류가 발생하면 즉시 수정할 수 있는 상시 대기체제로 근무해야 하는 사업 환경에 놓여 있다. IT서비스 업계는 업무 특성상 선택적근로시간제를 도입해야 하나 짧은 정산기간으로 제도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완 대책이 없을 경우 프로젝트 납기지연에 따른 Penalty 부담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신속한 개발과 출시가 시장 성공의 핵심인 게임 산업도 신규 게임 개발시 3개월 이상의 집중근로가 필요하고,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업무가 수시로 발생해 선택적근로시간제도가 필요하다. 게임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과 짧은 선택적근로시간제 정산기간 때문에 게임 개발의 연속성이 무너지면서 연구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고, 게임 오류 수정 등 서비스 수준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경연은 선택적근로시간제도의 정산기간도 현행 1개월에서 6개월 이상으로 연장해서 사전에 업무량을 예측할 수 없지만 1개월 이상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산업의 애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서비스 업종 소속 B社는 프로젝트 납기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IT서비스 프로젝트의 경우 마지막 단계 4개월 동안 테스트, 시스템 전환 등을 위해 집중근무가 이뤄진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데이터 오류, 고객사의 새로운 요구 등이 집중되어 업무 특성상 선택적근로시간제를 활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행 선택적근로시간제 정산기간(1개월)으로 집중근로를 할 수 있는 기간이 0.5개월에 불과해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 집중근무기간(4개월) 전체에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경연은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 한도를 사실상 준수하기 어려운 업무에 대해서는 고용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가 있으면 1주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하는 근로(근로기준법 제53조 제4항, 시행규칙 제9조)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석유화학 특수 업무 분야, 사실상 근로시간 한도 준수하기 어려워

석유화학·정유업은 통상 4년 주기로 2∼3개월 동안 숙련인력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정기보수 공사를 실시한다. 석유화학·정유업계에서는 숙련인력의 집중근로가 필요한 정기보수 공사 기간에는 현실적으로 근로시간 한도를 준수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조선 산업은 선박 건조 후에 계약서에 지정된 해역으로 건조된 선박을 이동시켜 해상에서 실제 운항조건으로 해상 시운전을 실시하는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승선해서 집중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통상 해상 시운전에는 상선의 경우 3주, 군함·잠수함 등 특수선은 6개월∼1년, 해양플랜트는 수개월 이상이 소요되는데 해상 시운전 기간 중 근로시간 한도를 지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기업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경제 상황 속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경쟁력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탄력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 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 등 근로시간 단축 관련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면서 “지금은 산업화 시대의 획일적이고 규제 위주의 근로시간 정책에서 벗어나 개인 창의성을 존중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근로시간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노·사·정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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