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홀대받는 제헌절·국군의날, 무너지는 국가정체성
[이슈분석] 홀대받는 제헌절·국군의날, 무너지는 국가정체성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8.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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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안보와 법치가 흔들리는 등 국가정체성 파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경일의 법정 공휴일 제외와도 무관치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17일 국회에서는 71주년 제헌절을 맞아 경축식이 개최됐다. 이날 오전 국회 본관 중앙홀에서 열린 행사에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등 1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헌법의 약속’ 주제 영상 상영, 유경현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의 기념사, 감사패 수여, ‘1948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경축 공연 등의 순서로 제헌절 경축식 행사가 진행됐다.

제헌절은 광복절, 3·1절,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태극기를 다는 대한민국 5대 국경일 가운데 하나다.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뜻 깊은 날이지만 다른 국경일들과 달리 공휴일은 아니다.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1973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 모습. 1950년 10월 1일 3사단 23연대가 강원 양양 지역에서 최초로 38선을 돌파하여 북진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로 국군의 날로 지정되었다.
1973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 모습. 1950년 10월 1일 3사단 23연대가 강원 양양 지역에서 최초로 38선을 돌파하여 북진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로 국군의 날로 지정되었다.

제헌절은 1949년 10월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해 국경일로 지정된 뒤 1950년부터 법정 공휴일이 됐다. 그러다 2004년 노무현 정부가 주 40시간·주 5일 근무제를 확대 시행, 휴일이 지나치게 많다는 이유로 2008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2005년 6월 20일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이 규정에 따라 식목일 역시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이 같은 조치는 2003년 9월 정부가 주 5일 근무제 도입한 후 후속 대책을 고민하던 차에 나오게 됐다. 표면상 주된 이유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재계의 불만을 다독이기 위해서였다. 2003년 김화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휴일을 없앤다면 제헌절이나 개천절이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언론 보도도 확인된다.

그러나 5대 국경일 가운데 제헌절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킨 이유 가운데 설득력 있는 주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헌법의 제정을 축하하고 그 이념수호를 다짐하며 준법정신 함양을 기리는 제헌절을 주5일 근무제에 따른 후속 조치로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 가운데선 “남한단독정부 수립과 그의 헌법을 인정하지 않고 시기하는 정권에 의해서 쉬는 날이 많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폐지하고 나서 엉뚱하게도 다른 공휴일은 늘려 쉬는 날은 되레 많아졌다. 결론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의 계락”과 같은 음모론적 주장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1991년에는 10월 1일 국군의 날과 10월 9일 한글날이 법정 공휴일에서 폐지됐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10월에 공휴일이 많이 몰려 있어 경제활동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군의 날을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공휴일은 늘리고, 국경일은 줄이고

국군의 날은 1956년 제정됐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제정 이유는 국군의 새로운 위상과 참모습을 적극 홍보하고, 장병의 사기를 진작하며, 유비무환의 총력안보 태세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과거에는 육군기념일은 10월 2일, 해군기념일은 11월 11일, 공군기념일은 10월 1일 등 각 군별로 창설기념행사를 해왔는데, 1956년 국무회의에서 1950년 10월 1일 3사단 23연대 병사들이 강원 양양 지역에서 최초로 38선을 넘어 북진한 것을 기념해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공포했다.

국군의 날은 1973년 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1976년 제외됐고 1982년 공휴일로 재지정됐다가 1991년 법정공휴일에서 다시 제외됐다. 한글날은 2014년 다시 공휴일로 재지정됐으나 국군의 날은 기념행사만 개최하고 있다.

국군의 날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논란도 일었다. 당시 국군의날을 군내에서만 기념한다면 국군의 사기 저하와 국민 의식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었다.

인터넷판 1990년 9월 8일자 당시 중앙일보에는 ‘국군의 날·한글날 공휴일 제외 이렇게 본다’ 코너를 통해 “국군의 날·한글날을 ‘놀자 풍조’ 만연에 따른 여론의 ‘희생양’으로 삼아야 하는 문제는 재고해야 한다. 국군의 날의 경우 자칫 국군을 홀대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국군의 사기를 위해서도 온 국민이 그날을 같이 축하해 줄 필요도 있는 것”이라는 반대 의견이 실리기도 했다.

1945년 유엔헌장 발효일에 맞춰 제정된 후 ‘유엔데이’로 불리며 1950년부터 26년간 공휴일로 지켜졌던 ‘유엔의 날’은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기념일이다.

국제연합(UN)의 창설과 발족을 기리는 10월 24일 유엔의 날은 가장 오래 전에 폐지된 공휴일이다. 국제적 기념일을 우리나라의 법정 공휴일로 지정한 까닭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국제적 승인과정에서 국제연합의 역할이 컸음을 기리는 의미에서였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제정 사유로 “평화 애호국으로서 국제연합의 숭고한 이념을 고취·앙양하고, 6·25전쟁 중 국제연합군의 지원을 상기하며 국제연합과 우리 국민 간 심정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함이다”라고 돼 있다.

6·25전쟁 후 유엔은 ‘유엔한국재건단(UNKRA)’을 꾸려 잿더미로 변한 남한을 일으켜 세우는 역할을 했다. 서울 메디컬센터, 문경 시멘트공장, 인천 판유리 공장, 77개 저수지 등이 UNKRA의 원조로 건설됐다.

그러나 1976년 북한이 국제연합 산하 기구에 공식 가입하자 정부는 항의의 표시로 유엔의 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이후 한국은 1991년 오랜 염원이던 유엔에 가입하고 2006년 반기문 사무총장까지 배출했다. 하지만 유엔데이가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된 이후 유엔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도 점차 사라지는 형국이다.
 

민주당, 국경일도 ‘민주화?’

한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임시정부 수립일과 광복군 창설일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국경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개정안은 현재 3·1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에 더해 임시정부 수립일인 4월 11일을 국경일에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10월 1일인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변경하고, 이 역시 국경일로 격상하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법정 기념일 중 해당 지역에서 특별한 역사적 의의가 있는 날을 ‘지자체 공휴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부가 권한을 주는 방안도 지난 해 확정됐다.

정부는 2018년 7월 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지자체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제정안은 지자체가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조례를 통해 공휴일을 지정하도록 했다. 또, 지자체장이 공휴일을 조례로 지정할 때 기념일을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지자체가 공휴일이 될 수 있는 기념일을 새로 지정할 수는 없고,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법정 기념일 중에 선택만 할 수 있다. 법정 기념일은 2·28민주운동기념일, 3·15의거기념일, 4·3희생자추념일, 4·19혁명기념일, 5·18민주화운동기념일, 6·10민주항쟁기념일 등 48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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