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허울 좋은 공공개발, 망가지는 신도시
[심층분석] 허울 좋은 공공개발, 망가지는 신도시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09.0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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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의 골간들이 실패했던 노무현 정부의 2기 신도시 개발과 큰 차이가 없거나 민간 참여를 배제하고 공공개발을 우선하는 등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는 ‘민간 개발’이라고 하면 기업들의 사익과 탐욕이 판치는 높은 분양가의 ‘나쁜 개발’이고 지자체의 ‘공공개발’이라고 하면 낮은 분양가로 공익이 보장되는 ‘좋은 개발’로 인식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지난 6월 27일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된 10년 공공임대주택의 분양전환 가격에 대해 “계약조건 대로 시세 감정평가금액으로 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민간 분양 시세보다 낮게 분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창흠 사장은 부연 설명에서 “10년 공공임대주택은 계약 조건상 최종적으로 분양가격을 감정가로 하기로 했다”며 “우리로서는 계약조건을 인위적으로 변경하거나 민간 임대주택과 다른 조건을 설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 생각해 보자. 같은 임대주택을 공공개발로 했는데 왜 LH는 민간개발 임대주택과 같은 분양가 가격을 받아야 한다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지자체 등이 공공개발을 내세워 지주들로부터 토지를 공시지가라는 낮은 가격으로 강제 수용한 후 건설사들에 매각할 때는 감정가 시세대로 넘기지 않으면 특혜 시비가 일기 때문이다.
 

실패한 盧정부 2기 신도시 정책 답습

택지를 조성한 LH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LH는 적자를 봐도 좋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공사(公社)가 아니다. 자기 경영원칙으로 흑자를 내야 하고 그 흑자를 재투자함으로써 국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원리로 설립된 기관들이 공공사업기관들이다. 따라서 LH라 해서 일부러 적자를 내고 그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는 방식은 원칙이 아니다. 그럴 거면 그 세금을 민간 건설업자에게 보전해 주는 것과 뭐가 다를까. 문제는 아파트 가격의 구성이 건물비보다 택지값이 훨씬 비싸 주택공사라 하더라도 분양가를 낮추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공공개발이라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수요자에게 판매될 때는 시장원리에 지배된다는 것이다.

이런 공공개발의 문제가 주택을 넘어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 자족형 신도시 개발에 적용되면 사정은 심각해진다. 상업시설이나 기업이 들어서고자 하는 시설의 분양가와 임대료가 너무 높아져 경영 코스트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상업과 기업 시설을 유치하지 못하는 공공개발 신도시들은 거의 베드타운화 되거나 슬럼화가 되기 쉽다. 결국 허울만 좋은, 그래서 개발이익은 지자체가 챙기는 국가독점 공산주의 개발 방식이 바로 공공개발의 속성 안에 있다. 따라서 국가의 공공개발은 시장이 작동할 수 없는 영역에 국가가 세금으로 공익을 위해 투자 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현실은 지자체 단체장들이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엉터리 수요 예측과 주민들의 재산권이 박탈되는 공공개발을 내세우고 진보를 자처하는 반기업, 반시장의 이념 시민단체들이 여기에 기생해서 주민들을 선동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지주들과 주민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간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용산 개발을 들 수 있다.

총 사업비 31조, 코레일에서 토지를 대고, 2007년 사업자 공모가 시작됐다.

서울주택토지공사(SH)를 비롯한 공기업부터 국내 유수 금융회사와 건설사가 대거 사업자로 참여했다. 개발 시공을 맡게 되는 건설투자자로는 컨소시엄을 주도한 삼성물산을 비롯해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17개사다. 하지만 이렇듯 야심찬 용산 개발은 한마디로 ‘되는 것도 없고, 안 될 것도 없는’ 난장의 난장을 거듭했다. 이유는 공공과 민간 사업자간에 이해 충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개발을 이끌어 갈 ‘오너십’이 없었다는 점이 지적된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전혀 경험이 없는 코레일이 사업 주체로 참여한 것도 한심한 일이었지만 국토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입김을 강하게 받는 LH 역시, 수익성 없는 공공임대주택 건설 압력에 자기 경영원리로 용산 개발을 대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공익과 민자 이익이 충돌하던 용산 개발은 법을 어기고 생떼를 부리던 철거민들의 이전투구장이 되어 버리기도 했다. 지금의 평가는 ‘코레일이 땅을 민간에 파는 것으로 끝내고 민간 투자사업자들이 수요공급원리에 입각해 용산을 개발했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10년을 넘게 끌다가 결국 백지화가 선언된 오송역 공공 역세권 개발 사업에도 발생했다.

개발사업 주체에 공공과 민간을 오락가락하고 합작을 거듭했지만 시장 수요라는 원칙이 언제나 공익에 의해 배반된 결과, 오송역 첨단 신도시 개발은 땅값만 올린 채 파탄에 이르고 말았다.

판교는 어떤가?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IT 신도시와는 거리가 먼 기숙형 베드타운에 그치고 말았다. 그나마 높은 임대료를 견딜 수 있는 소비형 상업시설들만이 들어섰을 뿐 생산을 통한 일자리가 제공되는 신도시로는 실패했다. 그 결과 유동인구로 인한 교통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의 2기 신도시 사업들이 대부분 공공개발을 내세웠지만 과연 그 평가에 대해서는 실패론이 우세하다. 기업을 유치해 자족형 도시가 되지 않는 신도시는 시간이 지나면 베드타운으로 슬럼화를 겪는다.
 

주민 재산권 침해 아랑곳없는 이재명

그 실패를 지금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보완책으로 일산~삼성역~동탄 GTX와 같은 광역 교통체계 건설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정책은 자족형 신도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될 수 없다. 더구나 광역교통 구축 사업 주체에 공공과 민간을 원칙 없이 구겨 넣은 결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애초 예산이 확보되어 공공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한 삼성역~동탄 구역은 이미 SRT 노선이 있어서 용인의 구성역과 같은 곳만 확장 신축하고 열차를 투입하면 바로 개통할 수 있지만, 민자로 추진하는 삼성역~일산 구간은 수요가 부족해 민간 컨소시엄이 세금 보전을 요구하거나 사업 변경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여기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지역구인 킨텍스까지 추가로 GTX 구간이 연장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수요자가 많은 용인과 수원 지역의 삼성역~동탄역 구간마저 개통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 사이에 수도권 GTX 노선 역세권에 땅값과 아파트 값만 뛰고 있어 일대가 투기장화 되고 있는 현실을 국토부가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월 1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판교 신도시 개발 이익 추정 및 부당이득 환수 촉구 기자회견/ 연합
5월 1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판교 신도시 개발 이익 추정 및 부당이득 환수 촉구 기자회견/ 연합

사정이 이러함에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신도시 100% 공공개발’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개발 정책에 원칙적으로 경기도가 사업 주체가 되어 그 개발수익을 민간 사업자가 가져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공공개발은 경기도 주민의 재산권을 경기도가 강제로 낮은 공시지가로 수용해 막대한 차익을 거두고 그것을 세원으로 쓰겠다는 선언이다. 수용 지역에 등가의 환지 보상이 없는 공공개발은 개인들의 재산권이 박탈당하는 공산주의식 개발이다.

문제는 경기도가 공공개발로 수용할 수도권 신도시 토지에 등가로 보상해 줄 국유지의 환지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환지보상 공공개발은 주민들과 갈등이 첨예하게 빚어진다. 더구나 일반 가정이 아니라 음식점과 같이 영업을 영위하는 중소상인들의 경우 이전에 따른 영업권 보상도 첨예한 문제가 된다. 당연히 경기도가 그런 영업권을 보상해 줄 리는 없다. 민간 개발이라면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있겠지만 정부가 더구나 지자체가 그런 법외 협상을 할 수 있는 재량권과 자율성을 가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공공개발은 적용 지역에 토지 가격을 묶기 위한 개발행위금지 처분을 하게 된다. 따라서 경기도가 100% 공공개발을 하려면 국고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때까지 주민들의 소유권과 재산권이 제약된다는 것이고, 공공개발을 위한 재원 확보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주민들은 그 피해를 그대로 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견제 받는 이재명 도지사가 과연 수도권 3기 신도시 100% 공공개발 재원을 필요한 만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이들은 별로 없다. 결국 이재명 도지사의 ‘100% 공공개발, 개발이익 환수제’가 경기도 주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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