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때마다 희생양 속출, 반일선동에 눈먼 나라
[포커스] 때마다 희생양 속출, 반일선동에 눈먼 나라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9.0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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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한 무역 화이트리스트 국가 배제 조치에 따른 반일 정서가 고조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맹목적 반일감정의 희생자가 계속해서 속출하고 있다. 여권이 주도한 ‘묻지마’ 반일 캠페인에서 비롯된 반일 불매운동이 낙인찍기 마녀사냥으로 흐르며 국민의 정상적 판단을 방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친일·여성혐오 논란으로 회사 경영에서 물러난 윤도한 한국콜마 회장이다. 한국콜마는 국내 유명 화장품회사의 제품을 OEM(주문자생산방식)으로 생산하는 제조업체로 유명하다.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내고 한국인을 고용하는 국내 기업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체 화장품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코스맥스와 양대산맥을 이루며 한국 화장품 ODM·OEM 시장을 70%가량 점유해왔다.

윤 회장은 8월 7일 월례 조회에 참석한 임직원 700여 명에게 유튜브 채널 <리섭TV> 영상을 보여줬다. 해당 영상에는 “아베가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지도자” 등의 발언으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게 된 원인 제공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예를 들어 유튜버 리섭은 해당 영상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간소화국가)를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와 아베의 면전에 대고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는 한미일 동맹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놓고 동맹국가를 무시하는 발언을 지껄인 것”이라고 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을 향한 카메라들. 윤 회장은 반일광풍의 또 다른 희생자일지 모른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을 향한 카메라들. 윤 회장은 반일광풍의 또 다른 희생자일지 모른다.

또한 “한글로 쓴 케이크를 아베가 문 대통령에 선물했는데 자기는 단 걸 안 먹는다고 했다. 그래놓고 김정은 하고는 케이크 잘만 먹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베가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임에 틀림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유튜버 리섭이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 우리도 그 꼴이 날 것”이라고 발언한 대목이다. 일부 네티즌들이 “여성혐오 발언”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더 키웠다. 리섭은 “차베스 대통령이 말했던 ‘la gente es lo primero’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람이 먼저다’와 같다며 국가경제 몰락도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도 했다.

리섭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미국 제품 불매운동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섰고, 전 세계적으로 미국 불매운동에 성공한 나라는 베네수엘라뿐이었지만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무분별한 불매운동이 국내 경제에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윤도한 회장은 나흘 뒤인 11일 일련의 사태에 사과하며 회사 창립 29년 만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윤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저 개인의 부족함으로 일어난 일이기에 모든 책임을 지고 이 시간 이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후 한국콜마 직원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SNS에 ‘월례조회에 광복절 노래를 부르는 기업이 어떻게 친일 기업 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평소 역사의식이 투철한 회장님께선 직원들에게도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고 관심 있게 공부하시기를 바란다”며 “이번 일(조회 당시 소위 ‘극우 유튜브 영상’을 틀었다는 논란)은 그 과정이 과했던 것이지 결코 그 동영상 내용이 우리 회사 뜻이란 게 아니다”라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신입사원 입문교육 시 서울에서 통영으로 이동해 이순신 장군 유적지를 돌고 오며, 직원 승진 시엔 한국사 시험도 치른다고 한다. 그는 “이런 기업이 일본 기업? 정말 말도 안 된다”라며, 윤 회장이 2016년 5월 일본 골동품상이 보유하고 있던 수월관음도를 사들여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는 기사 주소도 글에 함께 담았다. 그러면서 “한국콜마 임직원으로서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도 안타까워 글 올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이 콜마 직원의 호소문은 삭제됐다.

최근 서점가에 베스트셀러 돌풍을 일으킨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과 관계자들도 친일 낙인찍기로 좌파의 공격과 위협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승만학당의 이영훈 교수는 8월 4일 이른 아침 자택 앞에서 MBC 기자로부터 폭압적 취재를 당했다. MBC는 사전에 취재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아침부터 이 교수 자택 인근에 대기하다가 밖으로 나온 이 교수에 밀착 접근해 기습적으로 질문 공세를 퍼부었던 것.
 

반일 위험성 알리려다 ‘봉변’

이에 대해 “장기간의 사료 조사와 연구 끝에 나온 학술적 내용의 책에 대한 정식 인터뷰가 아니라 밀고 당기는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의도된 인터뷰”라는 분석이 나왔다. 주말 이른 아침에 느닷없이 자택 근처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 무조건 내 질문에 답하라며 ‘시빗거리’를 찾는 듯한 방식으로 진행된 인터뷰여서다.

공영방송의 기자라는 직위와 공중파 방송의 영향력을 이용한 협박 행위이자, 개인의 일상 영역을 침범한 폭력적 취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일 종족주의>의 공동 저자인 이우연 박사(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는 7월 29일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찾아와 난동을 부린 괴한으로부터 협박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뒤늦게 출동해 상황을 지켜본 경찰은 그 자리에서 해당 남성을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오후 3시 30분경 서울 봉천동 소재 낙성대경제연구소에 70대 노인과 30대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찾아왔다. 연구소 측이 현관에 선 이들에게 용건을 묻자 “연구소에 경제 문제를 묻고 싶어 왔다”며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연구소 측은 경찰에 신고했다.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그때부터 “친일파 새끼”, “매국노 새끼”, “친일파놈”, “너가 징용 가봤어”, “문열어 이 매국노 새끼야” 등등 고성을 지르면서 유리로 된 현관문을 30여 차례 이상 계속 걷어찼다고 한다. “내가 이우연인데 무슨 용건이냐”고 묻는 이 박사에게 노인은 얼굴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침까지 뱉고 “얼굴을 알아뒀으니 이곳에서 다니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광기에 가까운 분노들

오후 4시경에야 도착한 경찰은 노인을 그 자리에서 풀어줬다. 연구소 측은 “현행범을 왜 체포하지 않느냐”고 항의했으나 경찰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경찰은 연구소 측에 “많이 불쾌하겠으나 우리가 볼 때 심각한 사안이 아니므로 임의동행하겠다”고 말한 뒤 “이후 상황을 전화로 알려주겠다”면서 철수했다고 한다. 하지만 30일까지 경찰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다.

7월 19일 한국해양대에서 열린 <반일 종족주의> 북 콘서트에서 “위안부 문제가 갑자기 1990년대에 튀어나오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발언한 이철순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회과학대학장)도 곤혹을 치렀다. 이 교수가 “그런 기억이 없기 때문에 전승이 안 된 건데 이게 뻥튀기되고 부풀려졌다”며 기정사실처럼 굳어진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론에 반론을 제기해서다.

북 콘서트에 이 교수와 함께 참석한 같은 학교 김행범 행정학과 교수도 “광주 한 고교는 볼펜 재료에 일본 제품이 들어간다며 볼펜을 깨뜨리는 쇼를 하지만, 집에 가서는 닌텐도 게임을 할 것”이라며, 최근 한일 갈등 이후 확산하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모순을 비꼬았다.

이 같은 발언들이 알려지자 부산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22명은 최근 이 교수 발언의 책임을 묻겠다며 교수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학문적 영역의 사안을 가지고 학자들이 반박이나 반론이 아닌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부산대 민주동문회도 16일 열린 고 고현철 교수 4주기 추모식장 인근에서 이 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교수의 제자인 정치외교학과 학생도 학내에 대자보를 붙여 “부끄러움을 느낀다. 더는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MBC의 악의적인 왜곡보도와 그것을 다시 이어 받은 왜곡보도가 창궐하고 있다. 이에 다시 제 입장을 밝힌다”며 “저는 일제의 만행이나 식민지배를 옹호하는 친일파가 아니다. 그런 글을 쓰거나 발언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저는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한 적이 없고, 다만 가장 좁은 의미의 인간사냥식 위안부 동원은 없었다는 것을 ‘반일 종족주의’ 책에 근거해 말한 것뿐”이라며 “저런 사실은 인간사냥식 위안부 동원을 주장했다 그런 사실을 번복한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에 의해 인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탈레반’이라고 지칭한 적이 없다. 정대협에 대해 그런 표현을 썼지만 테러단체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반일이데올로기에 충실한 근본주의자, 원리주의자라는 의미로 썼을 뿐”이라며 “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폄훼하거나 그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반일종족주의’ 공동저자인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가운데)이 자신들의 책을 두고 “구역질 난다”고 말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모욕죄로 고소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성명서를 읽고 있다/ 연합
‘반일종족주의’ 공동저자인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가운데)이 자신들의 책을 두고 “구역질 난다”고 말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모욕죄로 고소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성명서를 읽고 있다/ 연합

왜곡에 앞장서는 KBS 각성해야

한편 한국인의 맹목적 반일 정서가 부른 마녀사냥의 대표적 사례로는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가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6월 10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다음날인 6월 11일 KBS는 <[단독] 문창극 “일본 지배 하나님의 뜻” 발언 파문(홍성희 기자)>, <[단독] 문창극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민족 DNA”(김연주 기자)>, <문창극, 선거 국면마다 ‘노골적 정치 편향 칼럼’ 논란(정수영 기자)>를 KBS 9시 메인뉴스에서 1~3번째 메인뉴스로 배치하며 문창극 후보를 사실상 난도질했다. 문창극 후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대화하는 내용과 제목 뉴스 배치였다.

당시 KBS는 국민들로 하여금 ‘문창극 후보자는 민족을 비하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숭앙하는 친일 사관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1시간여 남짓 강연 전체 가운데 KBS는 부분적인 발언만 인용하며 전체적인 맥락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달해 문창극 후보에 대한 사회적 비난만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KBS 내부 언론노조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의 강연 내용 가운데 국민의 반일감정을 자극하는 왜곡보도로 박근혜 정부에 타격을 준 셈이 됐다.

당시 문창극 후보의 발언 전체 내용의 취지는 ‘우리 민족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야 했다. 그것이 마땅한 하나님의 뜻이었다’는 것이 아니고, ‘당시 부패한 조선 상황에서 시련을 주어 더 강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이를 통해 조선이라는 땅을 국제사회에서 더 크게 쓰이도록 하고 싶은 하나님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인간의 고난과 역사적 시련에 대해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다는 기독교적인 관점에 기대 풀이한 역사적 성찰이자 종교적 레토릭이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뜻을 읽고 근면과 성실을 강조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그러나 당시 KBS 보도는 이러한 앞뒤 맥락에 대한 분석 없이 단편적 발언만 집어내 부각시키고 말았다. 문창극 사태는 친일 논란마다 맹목적 반일감정이 앞선 대표적인 반일선동에 희생된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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