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요즈마 스토리....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만든 벤처 캐피털의 원동력
[리뷰] 요즈마 스토리....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만든 벤처 캐피털의 원동력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9.16 0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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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이 만든 기적 같은 변화
한 나라의 운명을 바꾼 혁명 스토리


저자는 먼저 이스라엘이 벤처 강국이 되기 전, 어떻게 해서 이스라엘에 창업가정신이 뿌리내리게 되었는지 자신의 어린 시절과 집안 분위기를 예로 들면서 얘기를 풀어 나간다. 거듭 실패하면서도 계속 새로운 창업을 시도한 할아버지의 일화는 이스라엘인의 창업가정신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에를리히 회장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며 공직자가 되었지만, 결국 요즈마 그룹의 수장이 되어 이스라엘 사회에 창업을 부추기는 일에 뛰어든다.

이어서 저자는 당시 이스라엘 사회의 여러 문제를 언급하며 요즈마 펀드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배경을 설명한다. 주변국의 위협과 각종 전쟁으로 인한 불안감, 소련의 붕괴로 한꺼번에 밀려든 이주민과 치솟는 실업률 등으로 불안정했던 과거의 이스라엘은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에게 투자하며 문제를 해결해 가는 요즈마 그룹의 활동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많은 교훈을 제시한다.
 

여기에 더해 요즈마 펀드를 둘러싼 온갖 군상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 무엇보다 흥미롭다. 군인과 장관을 거쳐 총리의 자리에 오른 아리엘 샤론의 관료주의적인 행태와 카리스마, 오늘날까지 이스라엘에서 벤처 캐피털 펀드를 조성할 때 서명하는 법적 계약서 양식을 마련한 일당백의 능력 있는 변호사 첸 바리르, 미신의 힘을 믿는 이스라엘 재벌 그룹 오페르, 미국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두고 이스라엘로 돌아온 원칙주의자 에피 아라지, 종잡을 수 없는 괴짜였던 인터넷과 미디어 분야의 대가 요시 바르디 등 수많은 인물과 주변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몹시 흥미진진하다.

세계적인 스타트업 국가로 발돋움하기 전까지 이스라엘은 농산물을 주로 수출하는 나라였다. 그런데 요즈마 펀드가 투자를 시작하면서 기술 벤처 강국으로 변모하더니 나라의 이미지와 미래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모두 바뀌어 버렸다. 한 국가에 어떤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면, 그건 한 가지의 주요한 사건이나 한 명의 영웅이 만들어 낸 변화가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나 가능하다. 요즈마 그룹의 성공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할을 다한 수많은 이스라엘인의 노력이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인 아론 치에하노베르는 이스라엘과 요즈마 그룹이 이룬 이 획기적인 성공에 대해 ‘혁명 스토리’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요즈마 스토리』는 요즈마 그룹의 탄생 배경이나 업적 및 성과를 언급하고 그 의의를 찾는 것을 넘어 이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이끈 수많은 이들에 대한 기록을 가감 없이 담았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되는 법
한국의 창업가에게 전하는 따뜻한 전언


이 책 『요즈마 스토리』에는 독특하게도 한국 창업가의 특성 및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다.

에를리히 회장과 한국의 인연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정부의 몇몇 부처에서 요즈마에 대해 배우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 게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에 대해 연구해 왔다고 한다. 그는 훌륭한 기술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처럼 기술 사업화를 이루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아이디어가 많다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페이스북보다 훨씬 앞서 만들어졌던 싸이월드, 스카이프보다 먼저 창업한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아이팟보다 먼저 국내 시장을 선도했던 아이리버 등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에를리히 회장은 싸이월드가 “시작부터 세계화를 지향했다면 오늘날 페이스북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겨냥하라고 당부한다. 이는 이스라엘 시장에서 몸소 겪은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다. 이스라엘의 벤처는 시작부터 글로벌로 나아간다.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만으로는 성공하리라는 기대를 품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요즈마는 실패나 위기에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와 위기의 상황을 이용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실패는 달가운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종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한다.

그러나 진정한 창업가와 투자자라면 실패라는 경험을 통해 소중한 교훈을 얻고 또다시 다음의 프로젝트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에를리히 회장은 요즈마를 통해 설립하고 운영한 펀드가 운이 좋게도 투자의 최적기를 타서 크게 발전했다고 말한다. 결국 운으로 인한 큰 행운도 준비하고 있는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높은 기술 가치를 가지고 있는 백조가 분명한데 스스로 미운 오리 새끼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창업가를 향해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따뜻한 전언을 전한다.

에를리히 회장의 이 같은 전언은 창업가와 투자가에게 퍽 힘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한 인간이 평생 도전하고 실패하며 나아간 경험담은 그 자체로 모든 청년에게 지침이 될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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