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층분석 ] 호남發 반문의 신호탄.... 호남은 좌파가 아니다
[ 심층분석 ] 호남發 반문의 신호탄.... 호남은 좌파가 아니다
  • 주동식 제3의 길 편집인
  • 승인 2019.09.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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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는 국민의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원안)/ 자료 선거관리위원회
2016년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는 국민의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원안)/ 자료 선거관리위원회

호남지역에서는 현재 일종의 이념적 내전이 진행중이라고 봅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좌파 여론 일색으로 보이지만, 내부 사정을 아는 분들이 보기에는 내용이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지역 대부분의 의석을 휩쓸었던 사건을 기억해야 합니다. 비유하자면 그 사건은 코스피 거대기업(민주당)의 최대주주(호남)가 자신의 지분을 몽땅 손절하고, 코스닥에 막 등록한 벤처기업(국민의당)에 올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호남 내부에서 좌파·친노·깨시민으로 불리는 리버럴 세력에 대한 반감이 컸던 것입니다. 이런 반감에는 노무현 정권 당시 문재인이 주도한 대북송금특검이나 동교동계 등 호남인맥 학살(?)도 큰 역할을 했지만, 그 저변에 호남이 주도한 보수야당 적통이 친노 중심의 운동권 세력에 의해 배격 및 대체됐다는 데 대한 분노도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보수야당 내부의 주도권 다툼이고, 그보다 한 층 아래에는 제1야당과 호남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갈등이 내재돼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이념적 내전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 이념적 내전의 대립은 세대와 사회 계급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좌파.친노.깨시민은 세대로는 40대 이하, 사회계급적으로는 교수,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업인, 고위 공무원 등 나름 오피니언리더 성격을 가진 분들이 중심입니다. 국민의당 지지층은 세대로는 50~60대 이상 김대중의 기억을 갖고 계신 분들, 사회계급적으로는 중소자영업자와 중소기업 근로자 등 비교적 평범한 생활인들이 주축인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 기반은 매우 취약했습니다. 일시적인 성과였고, 장기적인 기반을 갖추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이런 일시적 지지를 장기적이고 이념적 기반을 갖춘 지지로 전환하지 못했습니다. 안철수의 지난 대선 실패와 정치적 몰락의 근본 원인은 호남의 분명한 정치적 대안으로 자리잡지 못한 데 있다고 봅니다.
 

호남의 反 문재인 흐름 끊어지지 않을 것

문재인이 2012년 대선에서 실패한 것도 호남의 이념적 내전의 영향이 컸습니다. 호남 현지 유권자와 수도권 등 다른 지방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표심은 동조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호남의 표심이 분화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수도권 호남 출신들의 이반이 문재인의 패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문재인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에 지극 정성으로 공을 들이고 집권 이후에도 고위급 인사 등에서 호남 배려를 우선시하는 데는 호남의 지지가 정권 유지의 핵심 열쇠라는 인식의 결과라고 봅니다.

문재인과 좌파의 이런 접근 탓인지, 호남 내부의 이념적 내전은 현재 잠복해 있고, 표면화 되는 일은 드뭅니다. 하지만 호남 내부에는 반문, 반좌파 에너지가 죽지 않고 있습니다. 계기가 주어지면 언제든지 표면화하고, 커다란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승하자 인터넷과 SNS에서는 친노 깨시민을 중심으로 호남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봇물처럼 터져나왔습니다. “호남에 대한 마음의 빚을 완전히 털어버렸다”는 기본이고 “5·18묘역에 시멘트나 부어버려라”는 악담까지 나왔습니다. 이 사건은 표면적인 동반자 관계와 달리 호남과 좌파·리버럴 사이에 깊게 잠재돼 있는 적대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현상이었습니다.

저도 호남 현지에 가서 “호남의 반기업, 반시장, 반자본주의, 반미반일, 반대한민국 정서를 버리지 않으면 호남도 불행해지고 대한민국도 망한다”는 발언을 하면 반응이 의외로 호의적입니다. 이언주 의원 등이 호남에서 행사를 가져도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반응이 적극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주동식 제3의 길 편집인
주동식 제3의 길 편집인

문제는 호남의 역사적 상처와 좌파의 이념적 주도권 때문에 일종의 자기 검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문재인이나 좌파에 대해서 갖고 있는 분노와 적대감을 공식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사회적 억압기제가 작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목회자 성명은 그런 억압기제를 뚫고 호남 내부의 반문재인, 반좌파 성향이 다시 한 번 표면화한 사건이라고 봅니다. 아직은 부분적이고 단절적이지만 결코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을 호남의 끈질긴 흐름의 하나라고 봅니다.

제 친척 친지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최근 호남 내부에서도 문재인에 대한 태도를 놓고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지지율만으로는 읽기 어려운 저변의 흐름은 문재인과 좌파 전반에 대한 회의와 적대감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런 흐름을 어떻게 정치적인 에너지로 연결시키느냐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우파의 내부 정비와 혁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호남의 저 잠재적인 변화의 에너지는 또다시 갈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소진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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