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조국의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논란의 핵심
[전문가 분석] 조국의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논란의 핵심
  •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 승인 2019.09.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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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대한의사협회는 상임이사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 씨가 고등학생 당시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의학논문을 지도한 단국대 의대 A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연합
8월 21일 대한의사협회는 상임이사회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 씨가 고등학생 당시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의학논문을 지도한 단국대 의대 A 교수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의결했다/ 연합

allele(대립유전자)라는 것이 있다. 아마도 대다수 사람들은 allele의 뜻은 물론 정확한 발음도 어려울 것이다. 가장 가까운 한국어 발음표현은 알리얼이다. 대립유전자의 사전적 의미는 아래와 같다. “대립유전자란 한 쌍의 상동염색체를 이루며 서로 다른 형질을 갖는 유전자. 대립인자의 DNA서열을 의미한다.

이배체의 상동염색체는 동형접합체와 이형접합체로 분류된다. 우성으로만 쌍을 이루거나, 열성의 경우이거나 같은 성질을 가질 경우가 동형, 서로 다른 성질로 결합된 것이 이형접합체이다. 우성을 A, 열성을 a로 했을 때 동형접합체는 AA이거나 aa의 형질로, 이형접합체는 Aa 혹은 aA의 유전자형을 지닌다. 유전자의 형질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들로는 열성대립유전자인 무정형인자(amorph), 정상 하위대립인자(hypomorph), 반 정상대립인자(antimorph), 신형대립유전자(neomorph)가 있다.” (출처 : 사이언스올)

쉽지 않은 용어다. 이번에는 산화질소 합성효소(nitric oxide synthase, NOS)라는 것에 대해 알아보자. “산화질소 합성효소는 효소의 한 과로 L-아르기닌으로부터 산화질소를 생성하는 것을 촉매한다. NO는 세포신호전달에 중요한 분자이며, 많은 생물학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내세포 신호는 혈관저항(즉, 혈압)을 조절하고, 인슐린분비, 기도저항, 연동운동, 그리고 혈관생성과 신경계의 발생에 관련이 있다.

역행하는 뉴로트랜스미터로 역할을 한다고 믿어지고 있으며,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어진다. 산화질소 신호는 eNOS(내피세포 산화질소 합성효소, endothelial NOS)와 nNOS(신경 산화질소 합성효소, neuronal NOS)에 의해 포유류에 연관되어 있다; 분비가능한 형태의 iNOS는 면역반응에 연관되어 있다. 칼모둘린에 결합하여 많은 양의 NO를 생성해 면역기작으로서 역할을 하게 한다.” (출처 : 위키피디아)

이 역시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다. NOS를 이해하는 것은 대립유전자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Glu298Asp이란 무엇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수준의 지식이 요구된다. 그러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임명된 조국의 딸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제1저자로 병리학회지에 등재된 논문을 살펴보도록 하자. 전문은 볼 것도 없이 대립유전자와 산화질소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논문의 요약본(abstract)만 살펴보도록 한다.

제목 : 주산기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에서 eNOS 유전자 다형성

배경 : 주산기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HIE)에서 뇌혈류는 저하되고 산화 질소 합성효소(NOS)의 활성은 현저히 증가한다. 내피 NOS(eNOS) 다형성은 뇌졸중 발생의 연관 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방법 : 주산기 HIE(HIE 군)가 있는 37 명의 만삭아/준 만삭아와 주산기에 문제가 없는 54명의 정상 만삭아(대조군)에서 제한 단편 효소 소화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은 중합 효소 연쇄 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이하 PCR)을 시행하여 eNOS 유전자와 임상적으로 관련 있는 유전자 다형성 3가지를 판별하였다. 두 군 간의 유전자형(genotype), 대립 유전자(allele) 및 하플로타입(haplotype) 빈도의 차이를 평가하였다.

결과 : 대립 유전자의 빈도 분석 결과 Glu298Asp의 G 대립 유전자가 대조군보다 HIE 그룹에서 더 빈번하였다. 대조군 및 HIE와 동반하여 발생한 합병증을 갖는 각 하위 군을 비교한 결과 T-786C의 TC 유전자형 및 C 대립 유전자가 신생아 지속적 폐고혈압증(persistent pulmonary hypertension of the newborn, 이하 PPHN) 환자에서 대조군보다 더 흔하였다. A b T 하플로타입의 빈도는 대조군보다 HIE 환자에서 더 낮았다.

결론: Glu298Asp의 G 대립 유전자는 주산기 HIE와 관련이 있었으며, T-786C의 TC 유전자형과 C 대립 유전자는 PPHN과 관련이 있었다. (번역 : 조승국 의사협회 홍보이사)

이 논문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 당연하다. 위 논문은 관련 분야의 깊이 있는 지식이 없다면 일반 의사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립유전자와 산화질소 합성효소는 위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많은 단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한데, 이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해 연구를 계획하고 연구를 실행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데는 어떤 수준의 지식이 필요할까?
 

8월 23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의 시국선언 발표 모습. 학생들은 조국 후보자의 딸을 논문 제1저자에 올린 “장영표(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연합
8월 23일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학생들의 시국선언 발표 모습. 학생들은 조국 후보자의 딸을 논문 제1저자에 올린 “장영표(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연합


의료인과 의학 전문가들이 분노하는 이유

조국의 딸과 관련된 논문의 논란은 “이처럼 어려운 연구 논문을 고등학생이 썼을 리 없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이 사건이 이슈화 되자 일부 인사들이 “에세이 수준의 논문으로 고등학생이 쓸 수 있는 논문이다”, “논문이 실린 대한병리학회지가 그리 수준 높은 의학잡지가 아니다” 등의 궤변으로 조국의 딸을 비호하고 나섰다.

심지어 일부 좌편향된 의료인들도 이런 주장에 가세하며 힘을 실어줬다. 반면 의사협회는 조국의 딸에게 제1저자의 신분을 부여한 당시의 지도교수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며 논문 철회를 요청하는 등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그리고 의학회와 많은 의사들이 분노하고 일어섰다. 의료인들이 바라보는 이 사건의 핵심 문제가 무엇일까.

핵심은 이것이다. 이 연구 논문에 필요한 것은 고등학생이 갖출 수 있는 지적 능력에 대한 것이 아니다. 다양한 학교 공부가 필요한 고등학생 신분으로서 위 연구에 필요한 특정분야의 깊이 있는 의학지식을 습득할 시간이 없던 해당분야의 초심자가 이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핵심적인 논지다.

2주간 인턴을 한 고교 1년생이 연구를 주도해서 수행하고 논문을 썼다면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논문의 제1저자는 연구의 수행과 논문의 작성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위 연구실행과 논문쓰기는 지식습득기간이 없다면 고등학생이 아니라 의과대학생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전공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국내 최고의 의료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하는 현직 흉부외과 교수나 신경외과 교수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출처 : HIE help center
출처 : HIE help center

마찬가지 이유로 필자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위 논문은 의학연구의 기본지식을 이미 갖춘 이후에 추가로 적어도 수개월 이상, 필자의 기준으로라면 최소한 1년 이상 이 분야의 연구에 몰두해야만 나올 수 있는 논문이다.

그런데 의학연구의 기본지식을 갖추는 데만 최소한 수년이 소요되니, “의학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을 뿐더러 연구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한 의학연구논문의 제1저자가 되었다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라는 것이 의료계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즉 고교생이 문제가 된 것은, 지력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연구수행자가 되기에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다.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노환규 미래한국 편집위원·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허대석 서울대 교수는 이 사건을 ‘의학계의 치욕’으로 간주하고 자신의 SNS에 다음과 같이 썼다. “논란이 된 논문은 2002년부터 검체를 모으기 시작하여, 2008년 12월 11일 논문 제출까지 6년 이상 여러 사람의 노력이 투자된 결과물이다. 이 논문에 고등학생이 인턴으로 일하면서 관여할 자리는 없다. 당사자의 천재성 여부와 상관없이, 의학 논문은 절차적 요건상 2주만에 제1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영표 단국대 교수가 조국의 딸에게 제1저자의 지위를 부여한 것은 실제 연구와 논문을 주도한 사람의 지위를 도둑질해서 조국의 가족에게 선물한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학 연구에 몸담고 있는 많은 연구자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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