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연속기획] 보수 통합의 조건... 왜 보수는 참패했는가?
[미래한국 연속기획] 보수 통합의 조건... 왜 보수는 참패했는가?
  •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 승인 2019.09.18 10: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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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총선이 다가오면서 보수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통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올바른 처방을 위해서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면, 한국당의 지난 선거 참패의 원인에서 그 해법의 열쇠가 있을 것이다. 이에 김형준 명지대 교수의 진단과 해법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편집자 주)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정치학

보수는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3연패 당했다. 왜 보수는 참패했을까? 보수는 분열되고 교만하고 비겁해서 졌다.

일반적으로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이다.” 그런데 현실 정치에서는 우리 사회가 한 번도 실현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할 미래 가치다. 현재가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 방향을 전망하는 가치의 집약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공정과 책임이다. 민주당은 이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과 메시지를 선점한 반면, 보수 야당은 효율, 성장, 경쟁, 안보 등과 같은 과거의 가치에만 몰입하면서 여권과의 담론 싸움에서 졌다. 촛불을 관통하는 것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공정 사회에 대한 요구’였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위기 상황이 고조되면서 ‘전쟁 없는 나라’에 대한 욕구가 잠재되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라는 가치가 부각되었다. 국가미래연구원과 동아일보는 2015년 7월 경제 분야 전문가 300명과 정치·사회 분야 전문가 총 5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7월 28일-8월 9일) 결과, 일자리 창출(41.8%)과 공동체 회복(18.4%)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민주적 국가구조 확립(8.8%), 불평등 완화(8.6%), 저출산 고령화 회복(8.2%), 경제 민주화(7.5%)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이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가치로 공정(47.1%)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그 다음은 혁신(15.7%), 정의(13.8%), 통합(15.5%)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공정한 경쟁 속에서 혁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느냐, 정의를 바로 세워 국민을 통합시킴으로써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현재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고 혁신의 발판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등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국 보수는 이런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무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총선,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을 공천 파동과 홍준표 대표 개인에게서만 찾으면 안 된다. 단순히 정당과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근본 기류가 바뀌고 있다. 사람들이 과거 보수의 가치 대신에 평화, 공정, 책임 등 새로운 가치를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당 몰락의 서막 2016년 4·13 총선 공천 파행.  사과하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위원들. 한국당은 여전히 계파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몰락의 서막 2016년 4·13 총선 공천 파행. 사과하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위원들. 한국당은 여전히 계파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도 선점 실패 : “운동장은 기울어지지 않았다”

2017년 대선 직후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면 진보 27.7%, 중도 38.4%, 보수 27.1%였다. 2018년 지방선거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이념 지형은 진보 29.2%, 중도 39.8%, 보수 24.9%였다. 2017년 대선 때와 비교해 진보는 1.5% 포인트 상승한 반면, 보수는 2.2% 포인트 하락했다. 중도는 1.4% 포인트 상승했다. 여전히 ‘30% 진보-40% 중도-30% 보수‘의 이념적 지형은 유지되고 있다. 보수 정당은 중도를 선점하지 못해서 패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서 41.1%의 득표를 했지만 집권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지지도가 70%대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중도가 철저하게 보수를 배척하고 진보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도에서 데드크로스가 종종 발생하고 40%대에서 고착화되고 있는 것은 중도가 이탈했기 때문이다.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 확산으로 한국갤럽 8월 4주(20-22일) 조사 결과 문 대통령 지지도가 긍정 45%, 부정 49%로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다.

리얼미터·YTN 8월 3주 조사(22-26일)에서도 긍정 46.2%, 부정 50.4%였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취임 후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이런 지지율 변화는 중도층에서 이탈이 주요 요인이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중도층에서 긍정 43%, 부정 52%였다. 리얼미터·YTN 조사에서는 중도층에서 전주 대비 부정 평가가 8.6%P 증가한 56.2%였고, 긍정 평가는 7.9%P 하락한 40.9%였다.
 

보수 분열과 전략 실패

후보 단일화 등 야권연대에 실패했다. 한국 보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작년 대선을 거치면서 전통적 보수 가치를 지지하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의 개혁과 보수 가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되었다. 이런 분열은 결국 진보의 승리로 귀결됐다. 선거는 구도다. 1여다야 구도 속에서 중도 보수 패배는 당연한 결과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전략에서도 실패했다. 합의 쟁점을 대립 쟁점화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스토크스(Stokes)는 정책 쟁점의 유형으로 합의 쟁점(valence issue)과 대립 쟁점(position issue)을 제시했다. 합의 쟁점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어느 한편으로 평가되는 조건으로서 유권자의 거의 모두가 이 쟁점에 있어서 동일한 선호를 갖는다.

따라서 특정 정당 및 후보자의 능력이나 이미지와 밀접히 관련이 되는 논쟁의 대상이 된다. 지역주의 타파, 정치 개혁 등이 이에 해당된다. 대립 쟁점은 유권자의 선호가 찬성과 반대의 상반되는 입장으로 나뉘어 분포하는 것이다. 복지 이슈가 전형적인 대립 쟁점이다. 지난 선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합의 쟁점이었다.

한국갤럽 조사(5월 1주 조사) 결과, 국민 88%가 남북정상회담이 잘됐다고 평가했다. 60대 이상 고연령층(86%), 보수층(77%), 대구·경북 거주자(76%) 등 핵심 보수 지지층에서 조차 긍정 평가가 70% 이상이었다. 통상 합의 쟁점을 대립 쟁점화하면 득보다 실이 많은 법이다. 따라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북핵 문제보다는 대립 쟁점의 성격이 강한 민생 경제 및 교육 문제에 집중했어야 했다.

자유한국당은 안보 보수로 회귀했고, 개혁 보수와 새 정치를 표방한 바른미래당은 공천 파동에서 보여주듯 바르지도 못했고 미래도 없었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이례적인 70%대 고공행진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졌다. 여하튼 보수가 참패한 근본 이유는 분열됐고 참회와 책임은 없고 극한 대여 투쟁만 했기 때문이다. 보수 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보와 싸우면 백전백패다.
 

2018년 6·13 지방선거 참패 후 김성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은 한국당에 냉담하다.
2018년 6·13 지방선거 참패 후 김성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민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은 한국당에 냉담하다.

중도 강화를 위한 가치와 노선(정체성)의 정립을 해야 한다

“탄핵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찬반 공방으로 가면 통합이 아니라 또 다른 분열로 간다. 보수대통합을 바라지 않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용해 자기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탄핵 책임론을 꺼내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 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 조사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민심의 행방이 뚜렷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수사에 75.1%가 찬성했고 반대는 24.9%에 불과했다. 대구·경북에서조차 71.6%가 찬성(‘아주 찬성’ 33.3% + ‘찬성하는 편’ 38.3%)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중보 보수층에서 찬성이 51.2%로 반대(17.1%)보다 3배 정도 많았다.

현재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과 인물은 이념 지형상 극단에 위치에 있다. 중도가 비어 있다. 이제 중도 보수는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보수 우파’에서 ‘진보 우파’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1982년 토니 블레어가 이끈 영국 노동당은 대처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신 노동당’(New Labour)을 기치로 ‘책임 좌파’의 길을 걸었다. 기드슨의 조언을 받아들여 중도를 강화하는 제3의 길을 택한 것이다.

2006년 스웨덴 중도당(Moderate party)은 사민당을 물리치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사민당이 구축한 복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복지’를 내세우고 “진짜 노동자를 위한 정당은 중도당”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민심을 파고 들었다. 진보와 보수의 사고방식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다.

보수는 선이고 진보는 악이라는 배타적이고 이분법적 사고로는 갈등을 확대 재상산할 뿐이다. 향후 한국 보수는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를 배격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시각에서 포용하고 배려하는 전략적 전환을 해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경제 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중도 보수가 지향할 가치로는 ‘책임’, ‘포용적 성장’, ‘건강한 복지’, ‘똑똑한 평화’, ‘서민적 보수’를 내세워야 한다. 1995년 당시 김대중 총재가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면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을 표방을 하면서 서민의 가치는 마치 진보의 가치인 것처럼 여겨졌다.

한국의 보수들은 ‘부자감세’라는 것 때문에 많이 비판을 받아왔다. 이제는 서민 감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영국의 보수당은 이런 서민감세 정책을 제시했다. 영국 보수당은 최근 ‘책임지는 기업'을 유독 강조한다. 보수도 이제 기업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친 기업적인 정책‘만을 지지할 것이 아니라 투명과 책임과 같은 진보 가치를 결합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
 

세대교체화 및 도덕화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노동당이 ‘복지 정책’과 ‘사회 민주주의적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자 보수당은 궤멸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과잉 복지’로 인해 ‘영국병’에 빠지자 영국 국민은 보수당의 변화를 이끈 마거릿 대처를 선택했다. 1997년 토니 블레어에게 정권을 빼앗긴 보수당은 2005년 정권교체를 위해 38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총재로 추대했다. 캐머런 취임 일성으로 ‘책임지는 기업(responsible business)’을 내세웠다.

보수라고 과거처럼 무조건 대기업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질 때만 보호해준다고 선언했다. 한국 보수도 이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차세대 젊은 보수는 도덕적 보수, 포용적 보수, 서민적 보수를 기치로 ‘공정한 불평등’과 ‘빈부격차 축소’를 핵심 가치로 꼽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향후 보수의 변화에 대해 ‘부패하지 않는 깨끗한 보수’ (30.0%),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포용적 보수’(28.2%)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KPSI 2011년 10월 조사)

과거 한국 보수가 부패와 냉전 반공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진보세력의 무능과 오만으로 일시적으로 반사 이익을 얻었지만 이제는 그 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한국 보수에 진정 필요한 것은 남을 탓하기 보다는 부패, 인권탄압, 정경유착 등 과거 잘못에 대해 끊임없이 참회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런 참회를 통해 도덕적 고지를 확보할 수 있어야 비로소 보수의 상징인 자유주의를 논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될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보수가 부패한 적폐 청산의 대상이고 능력마저 없다고 인식되었기 때문에 어둠 속으로 치닫게 된 것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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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숙 2019-09-19 07:22:51
글쎄요이분대학교수자유한국당입당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