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산업혁명의 숨은 주역들... 우리가 잘 몰랐던 산업혁명을 이끈 15인의 혁신가 이야기
[리뷰] 산업혁명의 숨은 주역들... 우리가 잘 몰랐던 산업혁명을 이끈 15인의 혁신가 이야기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9.19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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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은환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학위를, 성균관대학교에서 조직이론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89년 삼성경제연구소에 입사한 이래 인사조직과 경영전략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삼성의 조직문화를 진단하는 툴을 개발하는 등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경영전략실과 산업전략실 실장을 역임하였다.

2017년 《기업 진화의 비밀: 기업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출간하여 인류의 협력적 진화를 통한 발전의 역사 속에서 기업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도서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외에 《한국의 기업경영 20년》 등 다수의 책에 참여해왔으며, 다양한 연구와 강연 활동을 통해 기업과 사회 간의 소통을 돕고 있다.

“산업혁명은 1차든 4차든, 기존의 익숙한 상식과 관념을 깨뜨려버린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 게임의 규칙이 요동하는 지각변동기인 것이다. 정상 상태의 전략으로는 그런 시기를 헤쳐나가기가 불가능하다. 우리는 기술의 내용이 아니라 변화, 특히 가속되는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산업혁명을 이끈 주인공들은 자신이 서 있는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우리가 이들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야 하는 이유다.”

산업혁명 이래 인류는 눈부신 혁신과 성장의 역사를 써왔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신기술의 출현, 과열 및 광풍, 버블 붕괴와 침체, 번영과 성숙의 과정은 인류의 근현대사를 그야말로 격동의 드라마로 점철시켜왔으며, 이제 더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4번째의 드라마를 펼치고 있다. 산업혁명은 역사적으로 개인들에게 어느 때보다 크나큰 성공과 동시에 시련을 안겨주었다.

이 책은 성공과 실패의 여부를 떠나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헤쳐나가고자 치열하게 고민한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끝나지 않은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요구되는 선택과 질문들에 답하고자 한다. 저자는 흔히 알려진 산업혁명의 주인공들을 다루기보다는 기술 변화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기회를 포착하고자 애쓴 15인의 혁신가를 선별하여 신ㆍ 구기술의 역학 관계, 새로운 규칙의 창조, 산업화와 새로운 사회제도의 도입, 혁신의 실패와 수용, 산업과 과학의 조우 등 다양한 관점으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1차 산업혁명은 분명 증기기관에 의해 이루었지만, 산업혁명을 움직인 초기의 동력은 증기의 힘이 아니라 수력이었다.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획기적으로 개량하기 이전, 존 스미턴은 철제 수차를 도입하여 방적기의 생산성을 놀라운 수준으로 높였으며 이로써 철제 수차는 최초의 공장 동력이 되었다. 당대 최고의 엔지니어였던 그가 증기기관을 알지 못해서 수차 개량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그는 신기술로 구기술을 몰아내는 대신 두 기술을 융합하는 것을 선택했고 증기기관이 실용화되기 이전의 산업혁명을 훌륭히 이끌었다. 신기술이 등장해 구기술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하는 과정 속에 살아온 우리들은 신기술이 항상 구기술을 이긴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쉽다.

그러나 그 한마디로 산업혁명의 지난한 과정을 정리해버린다면 낡은 것은 언제나 버려야 할 대상일 뿐일 것이다. 저자는 스미턴의 이야기를 통해 혁명의 과정에서 낡은 요소가 의외로 결정적 역할을 함을 보여준다. 또한 작은 혁신들이 모여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돌렸음을 강조하며 “생산성 향상의 대부분은 최초의 급진적 혁신이 아니라 후속하는 점진적 혁신에 의해 창출된다”고 말한다.

오늘날 정시에 출발하는 기차, 버스, 선박, 비행기 등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시계를 조금만 거꾸로 돌려보면 이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19세기 초, 정확히 1818년 이전까지만 해도 모든 해운사는 항구에 화물선을 정박시키고 있다가 화물이 일정 수준 이상 선적되어야 출항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뉴욕의 해운사 블랙볼라인의 벤저민 마셜은 지정된 시간에 출항하는 정기선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항해에 따른 비용과 위험이 몹시 컸던 당시로서는 지극히 대담한 발상이었지만, 이는 곧 성공으로 연결된다. 이어서 경쟁사가 이러한 전략을 모방하기 시작하자 항구도시 뉴욕의 경쟁력 자체가 높아졌고 뉴욕은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를 제치고 대서양 무역의 대표적인 창구로 등극했다.

또한 뉴욕이 해운 분야를 장악하면서 미국 북부는 상업, 남부는 농업이라는 구도가 굳어졌다. 이렇게 보면 마셜의 정기선 운항은 커다란 역사적 흐름의 작지만 결정적인 출발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저자는 마셜의 이야기를 통해 규칙을 새로이 창조함으로써 놀라운 증폭 효과를 일으키는 게임체인저의 위력을 보여준다.

1775년 매슈 볼턴이 와트의 새로운 파트너가 되었을 때, 그는 커다란 문제에 직면했다. 1769년 와트가 증기기관을 획기적으로 개량하여 얻은 특허의 만료 기간은 15년이었으나 이를 실용화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했던 까닭에 실제 증기기관을 제품화한 후 특허의 혜택을 누릴 기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에 볼턴은 의회를 전장으로 삼아 특허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탁월한 정치 감각을 발휘했다. 당시 의회에서는 찬반 논란이 뜨거웠으나 결국 볼턴의 승리로 끝났다. 이러한 결과가 이후 기술혁신과 사회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다시 살펴야 할 문제이지만, 어찌되었건 와트의 업적은 볼턴에 의해 완성되었으며 이것이 산업혁명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산업혁명이 태동하던 순간부터 지적재산권 문제는 태풍의 눈이었다. 저자는 지적재산권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 등의 제도적 문제가 한두 명 발명가의 성패를 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산업혁명의 행로 전체를 뒤바꿔놓을 수 있음을 볼턴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라이트 형제는 무명의 자전거포 주인에서 일약 비행기 발명가로 도약했다. 반면, 혁혁한 과학적 업적을 달성한 과학자로서 스미스소니언협회 소장이었던 새뮤얼 랭글리는 언론과 대중의 뜨거운 관심 속에 단 두 번의 비행실험 실패로 인해 영원한 실패자로 남게 되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까닭에 실패의 부담 없이 마음 놓고 실험을 반복할 수 있었던 라이트 형제와 비교하면 가혹한 결과일 것이다. 더욱이 후에 스미스소니언협회의 초청을 받은 라이트 형제가 랭글리의 비행 관련 자료를 보고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연구가 이루어져 있음을 알고서는 충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접하면 랭글리에 대한 평가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 혁신가들의 도전적이고 위태로운 행보는 성공보다는 실패로 더 쉽게 이어지기 마련이다.

저자는 “말썽 없이 우수한 성과를 내는 모범생들만 있었다면, 주어진 경계선을 위태롭게 넘나드는 문제아들이 없었다면, 산업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말하며, 랭글리의 이야기를 통해 혁신가들과 그들이 저지르는 실패에 대해 사회가 어떤 자세를 견지해야 할지를 묻고 함께 고민하기를 요청한다.

이 책에는 이들 외에도 각기 다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많은 혁신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결코 흥미로만 읽기에는 간단치 않다. 이제껏 많은 혁신가 이야기들이 혁신 그 자체나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 책에서는 혁신을 둘러싸고 우리가 고민하고 답해야 할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함께 알려준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이제 우리 차례이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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